은행장은 왜 하필이면 “살을 많이 뺐다“는 말을 하며 부정 채용을 지시했을까. 대구은행 채용비리 판결문에 따르면, 김○○은 부정 입사 시점 때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김○○는 대구은행 2016년 상반기 공개채용 입사자다. 살을 얼마나 뺐길래, 은행장까지 감화돼서 꼭 뽑아야 한다고 인사부장에게 지시했을까.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했다.
‘어떤 몸을 만들어야 대구은행 직원이 될 수 있을까.’
김○○에게는 특별한 스펙이 하나 있다. 그것이 대구은행 입사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아빠 찬스‘를 썼는데, 그의 부친은 박인규 대구은행장의 운전기사였다.
누군가의 좋은 학벌과 높은 학점, 다양한 자격증은 ‘은행장 운전기사 딸’ 스펙을 이길 수 없었다. 박 은행장은 운전기사의 딸 김○○이 대구은행 공채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고 꼼꼼하게 챙겼다.
박 은행장은 이런 말을 하며 인사부장에게 김○○을 뽑으라고 지시했다.
“김○○이 살도 많이 뺐고, 채용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김○○은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16년 상반기 공채 최종 합격자 30명 안에 들었다. 그는 2차 필기시험, 3차 실무면접, 4차 임원면접에서 모두 떨어졌는데, 끝내 부활해 대구은행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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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현재, 김OO은 대구은행 어느 자리에서 일하고 있을까?
부정한 방법으로 주요 은행에 입사한 사람들은 대개 요직하고 일한다. 서울의 경우 강남이나, 본사에서 일하는 사례가 흔하다.
대구은행장 운전기사 아버지 효과는 부정입사까지였을까? 김○○은 대구 시내나 본사에서 일하지 않았다.
그는 대구 시내에서 차로 약 1시간 달려야 도착하는 경상북도 한 군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11월 5일, 그를 찾아갔다.
고객으로 붐비는 점심시간이었지만, 해당 지점은 한산했다. 테이블에 놓인 이름표를 보고 김○○을 쉽게 찾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입니다.”
김○○의 표정은 금방 굳었다. 김○○은 기자가 무슨 질문을 하든 “나는 잘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버지에 관한 질문에는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아버님이 대구은행에서 퇴사하셨나요?”
“네. 그런데요. 왜 그러세요?”
기자가 “대구은행이 부정입사자 채용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느냐“라고 묻자 그는 다시 “모른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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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은행장은 2016년 당시 김○○의 다이어트 노력을 치켜세우면서 “채용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김○○은 대구은행 공채 전형 거의 모든 절차에서 탈락했다.
그는 세 번 떨어졌는데, 조작의 힘으로 세 번 부활했을 뿐이다.
2016년 당시 공채 때 대구은행은 2차 필기전형 인적성검사에서 응답신뢰도 60% 이하, 허구반응도가 60% 이상, 인성 평균 점수 60점 이하, 심리 안정성 3개 항목 중 2개 이상이 50점 이하인 지원자를 탈락시켰다.
김○○은 이런 기준 안에 들지 못했다. 인성 점수는 50.2점, 심리안전성 검사에선 세 개 항목이 50점 미만이었다. 대구은행 임○○ 인사부장과 그의 부하 직원인 인사과장은 이런 사실을 성○○ 영업지원본부장을 찾아가 보고했다.
“김○○이 필기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
“5분 봐서 알겠어? 실무자면접에서 꼼꼼하게 살펴봐. 다른 면접관은 (간이면접 점수) A 줬는데, 너는 왜 점수를 안 좋게줬어?”
김○○의 필기전형 중 간이면접 평가 점수는 AA로 바뀌었다.
조작으로 필기시험을 통과시켰는데, 김○○은 실무자 면접에서 또 떨어졌다. 임○○ 인사부장 등은 이런 사실을 다시 한 번 성○○ 영업지원본부장에게 보고했다.
“김○○이 실무자면접에서 탈락했습니다.”
“은행장님 말씀 기억나지? 박인규 은행장님 말씀대로 합격시켜.”
임○○ 인사부장과 인사과장은 이번에도 성○○ 영업지원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김○○의 점수를 조작하기로 마음먹었다. 3차 실무자면접 평가항목 중 조직적합성, 세일즈역량 부분을 각각 BB로 상향 조작해 김○○을 통과시켰다.
김○○은 기대에 또 부응하지 못했다. 그는 임원면접에서도 탈락했다. 임○○ 인사부장은 이번엔 박인규 은행장실을 직접 찾았다.
“김○○이 임원면접에서 탈락했습니다.”
“합격시켜.”
행장의 지시를 받은 인사과장은 김○○의 점수를 또 조작했다. ‘B-, C, B’였던 임원면접 점수를 ‘B+, B+, B+‘로 고쳤다.
김○○은 세 번의 조작 끝에 2016년 상반기 대구은행 신입행원으로 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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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의 점수 조작이 수월했던 배경에는 ‘연필’이 있다. 인사과장은 간이면접과 실무자면접에서 면접관으로 참석해 평가란을 연필로 작성했다. 누군가 상향 조작된 점수를 기입할 때는 연필로 적은 내용을 지우개로 지우고 볼펜으로 다시 점수를 적었다.
김○○은 여전히 대구은행에 다니지만, 조작 책임자들은 형사처벌을 받았다.
대구고법은 2019년 4월,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법원은 성OO 영업지원본부장에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임OO 인사부장에겐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임○○ 전 인사부장은 여전히 대구은행에 재직 중이다.
대구은행은 김○○ 근무에 관한 <셜록>의 질문에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개인의 재직 여부를 알려 줄 수 없다“면서 “부정입사자에 대한 채용 취소를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