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10시간 연속 소변을 참을 있다는 경험으로 깨달았다.

고등학교 입학 초기, 주시연 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에선 소변을 참았다. 화장실에 가기 싫었고, 수도 없었다. 꼬박 달을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 끝내 실려가다시피 병원으로 향했다.

‘원인미상의 방광수축장애’

오줌을 몸밖으로 배출한 후에도 방광이 수축하지 않는 증상. 의사는 원인을 모른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이유를 알았다. 소변을 그렇게 오래 참아도 무사할 무쇠같은 방광이 있을 없다.

“그게… 뭐라고 해야 하지? 화장실에서 남자아이들을 마주칠 때마다 자존감이 뚝뚝 떨어져 나가거든요. 나는 남자가 아니라 여잔데, 남자화장실에 들어가서 볼일을 봐야 할때마다 ‘넌 여자가 아니야’하고 확인받는 거죠.”

주시연 씨는 남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어려서부터 스스로를 여성이라 생각했다. ⓒ주용성

주시연(가명, 현재 19) 씨는 남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어려서부터 스스로를 여성이라 생각했다.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인형놀이와 촉감놀이 , 손을 조물거리며 노는 쓰며 노는 것보다 좋아했다. 8, 9 때부터는 튀어나온 성기에 거부감을 느꼈다.

남자의 몸으로 잘못 태어난 여자라는 생각은 주시연 씨를 자신감 없는 아이로 만들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여자 아이들이 종종 마음의 문을 열어줬지만 그게 또다시 따돌림의 원인이 됐다.

남녀 성별을 구분지어 놀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주로 여자 아이들과 어울리는 씨에게 남자들은고추 달린 손가락질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내리전따(전교 왕따)’였다.

10살이 되던 해인 2011, 유튜브를 통해 하리수언니 존재를 알았다. 2001 연예계에 데뷔한 하리수는 2011 데뷔 10주년을 맞아 SBS스페셜하리수 10, 그녀를 꿈꾸다 출연해 트랜스젠더 연예인으로 겪은 고충을 고백했다.

, 분이 나랑 비슷한가?’

트랜스젠더라는 용어를 접하니 혼란스러웠던 어린 시절이 구체적으로 설명됐다.

아이는 내가 남들과 다르다 것보다‘ 남들과 달라선 된다 걸 먼저 배웠다. 초등학교 6학년, 같은 남자아이에게 자꾸만 마음이 갔다.

게이 새끼야, 좋아하면 죽여버린다.”

몰래 품은 사랑은 욕설로 돌아왔다.

게이가 아니야. 그냥 평범한 사람이어야 .’

속으로 다짐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마음에도 없는 말로 고백해 여자친구를 사귀어 보기도 했다. “전따랑 사귄다 소문이 돌아 여자친구만 전학을 가게 만들었다.

트랜스젠더 주시연 씨 ⓒ주용성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정체성을 확실히 깨달았다.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개최한 조리체험에 참가했다. 다른 학교 아이들과 어울려 23일간 요리를 했다. 날은 여자아이들과 조가 파스타를 만들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섞여 조를 이룬 다른 조들은 모두 서로 어색해했다. 씨가 속한 조는 죽이 맞았다.

쟤들은 공학에서 커플이야?”

주변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이튿날, 남자아이들과 조가 됐다. 이번엔 파스타가 아니라 피자였다. 이상하게 씨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남자들과 어울려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공황 증세가 왔다.

피자 모양을 잡아 오븐에 넣어야 하는데 진행이 됐다. 다른 조는 이미 피자를 만들어 먹고 있을 씨가 속한 조는 토핑도 올렸다. 조원들이 짜증을 냈다. 공황 증세는 그럴수록 심해졌다.

, 나는 여자구나.’

머리로는 부정해도 몸의 반응까지 부정할 없었다. 트랜스젠더라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스스로 남과 다르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그걸 남들에게 꺼내놓긴 어려웠다. 학교는남성은 이래야 하고, 여성은 저래야 하다 고정관념이 확고한 곳이니까.

때론 선생님이 앞장서 따돌림의 단초를 제공했다. 중학교 3학년 체육대회, 대항 씨름 경기에 참여했다. 32선승제 경기에서 번을 내리 졌다.

시연이는 남자 놈이 힘도 쓰네!”

선생님이 깔깔 웃으며 놀려댔다. 청소 시간에도 그랬다.

남학생들, 빨리 나와 책상 날라! 여학생들은 의자 나르고.”

선생님들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역할을 나누는 익숙했다. 역할을 고정적으로 나누고 강요하는 학교. 씨는 학교에서 내면과 외면의 불화를 확인해야 했다.

하루가 다르게 남성적으로 자라는 몸도 스트레스였다. 활동량을 최대한 줄여 근육 증가를 막았지만, 손발이 자라는 어떻게 없었다.

월경을 시작한 여자 아이들이 월경통으로 엎드려 있는 보면, 나는 아이들과 같을 없구나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팔뚝에 굵게 자란 털을 가리기 위해 한여름에도 긴팔 카디건을 챙겨 다녔다.

혼란이 커질수록 씨는 종이 위에 내면을 토해냈다. 운동장, 교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시와 일기를 썼다. 아주 작은 글씨로 A4 용지 장을 두세 들고 다니며 빼곡히 채웠다. 장을 채우면 잘게 찢어서 버렸다. 누구도 알아볼 없게 말이다.

추운 겨울날 운동장 스탠드에 부동자세로 앉아 노트를 채우다 손에 동상 걸린 적도 있었다. 여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에 비하면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주시연 씨가 노트에 직접 쓴 시. “토마토야 너도 힘들겠구나. 사람들은 너에게 과일이라고 하지만 너는 채소잖아. 나도 너와 같아.” ⓒ주용성

2006 개봉한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는 스스로를 여자라 생각하는 덩치 고교생 오동구가 나온다. 오동구는 여자로 살기 위한 수술비 마련을 위해씨름대회 나간다. 여자로 사는 , 남자로 태어난 여자에게 이것만큼 간절한 꿈은 없다.

영화 주인공 오동구처럼 씨도 어떻게든 빨리 수술비를 마련하고 싶다. 영화 오동구는 씨름을 택하지만, 현실의 주시연은 조리학과가 있는 특성화고교 진학을 결정했다. 빨리 취업해 돈을 버는 , 씨름으로 천하장사가 없는 씨의 현실적 선택이다.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살고 싶었다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성소수자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면 그동안 감춰 씨의 모습이 튀어나왔다. ‘주장이 확실하고 말이 많은 친구.’ 스스로를 감추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선 진짜 내가 됐다.

스스로를 숨기지 않으면 나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아이구나. 학교에서도 이렇게 지낼 없을까?’

트랜스젠더 주시연 씨. ⓒ주용성

고등학교 1학년 5 어느 , 담임선생님에게 먼저 털어놓았다. 선생님은 당황해 하면서도졸업생 중에도 트랜스젠더 학생이 있었다 말했다.

다음은 친구들 차례. 씨는 고등학교에 올라가 두세 달을 한마디 않고 보냈다. 친해지고 나면 커밍아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게 어떤 느낌이냐면요, 좀 친해지고 (커밍아웃을) 하면요, ‘이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물음표가 생기고 살짝 어색한 기류가 흘러요. 그런 다음 이제 관계가 계속 이어지거나 끝이 나버리거나, 결판이 나는 거죠. 그걸 기다리는 그 시간이 너무 무섭잖아요.”

눈을 감고 소설처럼 이야기를 써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이런 사람인데, 받아 거야 거야?”

채팅방이 싸해졌다. 30 누구도 말을 보태지 않았다. 다음 ,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였다. 선생님은 수업을 하고 친구들은 필기를 했다. 아이들 사이에 호기심 어린 눈빛이 오갔다. 하루가 지나자 남자 친구들이 자리를 둘러쌌다.

너도 나중에 성전환 수술 하는 거야 그럼?”

호기심과 성희롱을 오가는 말이 친구들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여자 친구들이 씨를 남자아이들 틈바구니에서 빼내 줬다. 여자들이 마음을 열어준 덕에, 처음으로왕따 아닌 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듯했다.

하지만 언제나 친구들의 보호막 아래 있을 수는 없었다. 보호막이 사라지면 학교는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렝게티 초원이 .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일이다.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는 일정이었다. 남자 아이들과 방에서 자기 어려우니 따로 방을 있는지 선생님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학교는 무심하게 남자 12인실에 씨를 배정했다.

주씨는 12인실 투숙객만이 아니라 모든 남성이 이용하는 공중목욕탕에서 씻을 엄두가 이틀간 몸에 한방울 묻혔다. 밤에도 짓궂은 남자아이들의 손이 속으로 불쑥 들어올까 눈으로 지샜다.

배가 대한민국 영해를 벗어나 휴대전화 신호가 끊어지기 전까지, 씨는 트랜스젠더 친구들에게 유서를 남기듯 전화를 돌려댔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씨는 일본 수학여행을 다녀온 날짜를 정확히 기억한다. 그날은 강한 트라우마로 남았다. 트랜스젠더 학생에게 학교가 적절히 조치했다면 겪지 않았을 일이다.

2014 국가인권위원회가 시행한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교 교사 100 79명은 교직 입문 이후 성적 소수자 인권 평등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차례도 없었다.

성소수자 학생이 본인의 성정체성에 자아존중감을 갖고 성장할 있도록 교사가 지원해야 한다 답한 교사는 100 59. 이중 31명은 성소수자 학생을 지도하는 어려운 이유로학교 차원의 정책 부재 꼽았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성 중립 화장실(성별 또는 성정체성에 관계없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한국 학교 현장에서는 트랜스젠더 학생을 위한 시설이나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인선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주시연 씨와 같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르치지 않는다.

지난해 3 교육부는학교 성교육 표준안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여기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은 없다. 표준안은 남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성폭력 피해 책임을 여성에게 돌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는 올해 3 기존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재검토 계획을 발표했다. 새로 마련될 성교육 표준안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포함될진 미지수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민혜영 연구관은 “(성소수자 인권 교육과 같은) 사회적 요구 사항을 교과교육과정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전문가 검토를 통해 결정된다. 현재 성교육 표준안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학교 교육 전체가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다 말했다.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다’. 무슨 말을 이렇게 어렵게 할까. 한국 공교육은 성소수자에 대해 말하고 있기나 할까?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송호현 주무관은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공통과목인 ‘통합 사회’ 교과 및 선택과목 ‘사회문제탐구’ 교과에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의 사례에 성소수자가 포함된 서술은 없습니다.

그의 말은 이렇게 이어졌다.

“2015 교육과정이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므로, (성소수자 인권 관련 내용을 포함한) 개정 논의가 다시 이뤄지기까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봅니다.”

올해 3 주시연 씨는 최근 학교에 자퇴 선언을 했다. 졸업사진 때문이다. 분명 1학년 담임선생님에게 커밍아웃을 했지만, 학년이 넘어오면서 담임선생님끼리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은 5월이 돼서야 씨가 트랜스젠더임을 알았다.

씨는졸업사진을 찍고 싶지 않다 말했지만 담임선생님은 무조건 찍으라는 취지로 답했다.

그때 (트랜스젠더) 선배도 참던데, 이제 달만 버티면 졸업이잖아. 네가 참으면 ?” 

씨가 학교에서 처음 정체성을 털어놓은 1학년 담임선생님이 씨를 타일렀다. 오줌을 참았듯이, 이번에도 참으라는 이야기다. 공교육 현장 사회는 소수자에게 말해왔다.

당신이 참으라.”

너만 인내하면 되는데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가.”

씨가 뜻을 굽히지 않자 공은 교감에게 넘어갔다.  

나중에 (성전환)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스스로의 모습까지 사랑해야지.”

면담에서 교감선생님은 씨를 설득했다. 결국 교감선생님의 개입으로 졸업사진을 강제로 찍는 일은 피할 있었다. 공교육 12년동안 처음 받아본 배려다

다수자는 졸업사진 찍기 싫어 자퇴하겠다는 소수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을 포기할 , 불통과 폭력의 벽이 쌓인다.

주시연 씨는 남자 외양을 모습이 어딘가에 남는 싫어셀카 거의 찍지 않아왔다. 고등학교 2학년 일본 수학여행 때문에 만든 여권도 사진이 보기 싫어 비밀 금고 안에 쳐박아 뒀다. 자물쇠가 달린 영어사전 모양 종이함에 자물쇠를 달아 만든수제비밀 금고다.

주시연 씨의 비밀 금고. ⓒ주용성

금고엔 10 조금 넘는 돈이 담긴 봉투도 들어 있다. 주 씨는 훗날 여성으로 살기 위한 수술비를 조금씩이라도 모으고 있다. SOGI 법정책연구회가 2014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수술 비용은 4000 원에 달했다. 성기성형수술과 가슴수술, 그리고 안면성형수술 비용 등을 합한 대략적 비용이다. 씨는 최소한 3990 원을 모아야 한다.

씨의 비밀금고엔 미래로 향하는 비용과 지우고 싶은 과거(여권사진) 함께 들어 있는 셈이다.

이번 기사를 위해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던 지난 5 어느 . 몸통보다 크로스백을 들고 나타났다. 가방을 열자 웨이브 스타일의 가발, 비비크림, 아이브로우 펜슬, 섀도우, 틴트를 비롯한 각종 화장품 변신을 위한 도구가 쏟아졌다.

트랜스젠더 주시연 씨. ⓒ주용성

씨는 30 만에 변신을 했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자 씨는 마치 다른 사람이 자신감 있게 포즈를 취했다.

씨에게가발 벗고 찍자 했다가 단번에 거절당했다. 그런 씨에게 번만 참고 찍어보자 말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많은 트랜스젠더는 참고 살아간다

존재에게 평생참으라고만 말하는 이것만큼 지독한 폭력도 없다. 소변도 10시간 참으면 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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