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 수술 참여, 병실에선 대리의사가 환자 진료, 장례식장은 가짜 현금계산서를 발행. 수술실에서 장례식장까지, 곳곳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 충남 논산 백제종합병원.

특히 이 병원은 돈 문제에 취약하다. 세금 분야는 더욱 그렇다. 이미 국세청으로부터 수억 원을 추징당한 전력이 있는가 하면, 병원 장례식장은 최근 세무조사를 받았다. 병원의 한 인사는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에 올라가 있다. 그는 병원장의 친인척이다.

여기에 더해, 백제종합병원이 납세 회피를 위해 연간 수입 억 원에 이르는 의사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상세한 증언이 나왔다. 이런 의혹과 증언을 뒷받침하는 영상을 <셜록>이 확보했다.

영상이 촬영된 때는 지난 1월 31일, 백제종합병원이 급여를 지급하는 날이다. 영상에는 여러 직원이 돈 봉투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이준영 백제종합병원 이사장실이 있는 본관 5층 부속실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는 의사도 나온다. 오아무개 부원장을 비롯한 의사들이 주머니를 의식하며 부속실을 빠져나오는 모습이다.

<셜록> 접촉한 전현직 직원들은 “병원이 오래전부터 의사 급여를 실수령액보다 적게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고하지 않은 급여에 대해서는 매달 말일마다 이준영 이사장이 현금으로 직접 주거나 누군가 대신 전달한다”“의사가 현금으로 받는 급여액은 계좌로 받는 금액을 훨씬 웃돈다”고 말했다.

전직 백제종합병원 의사 A 씨는 관련 근거로 ‘백제종합병원’과 ‘월분급료 및 제수당지급명세표’가 적힌 봉투를 제시했다.

전직 백제종합병원 의사 A 씨가 의혹을 밝힐 근거로 제시한 ‘백제종합병원’과 ‘월분급료 및 제수당지급명세표’가 적힌 봉투

A 씨는 “내가 직접 받은 봉투”라며 “의사 외에 직원들에게도 현금 봉투가 전달되는 것으로 안다. 누런색 봉투에는 이체금액을 뺀 급여액을, 흰색 봉투에는 인센티브를 넣어서 줬다”고 말했다.

A 씨가 내민 봉투에는 기본급, 직책수당, 면허 및 자격수당 등의 항목이 빼곡히 적혀 있다. A 씨는 “봉투 안에 현금 지급액이 어떻게 결정됐는지에 대한 계산서가 있었다”면서 “이사장 비서실이나 경리부가 이 일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현직 병원 관계자들은 이준영 이사장 측이 의사들에게 지급한 현금은 연간 6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직 행정직원 B 씨는 “계좌 이체로 지급하는 월급을 빼면 의사 1명이 받아가는 현금은 매달 1000만 원대”라면서 “백제종합병원 의사 수가 5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의사들에게 매달 지급하는 돈은 최소 5억 원이다”라고 말했다.

이준영 백제종합병원 이사장과 이준영 이사장실이 있는 백제종합병원 본관 5층 부속실 모습

전직 백제종합병원 관계자 C 씨는 현금으로 지급되는 인센티브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MRI 촬영 등 기본진료 외에 이뤄지는 검사, 시술, 수술 건수에 따라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협진 요청을 성사해도 현금으로 인센티브를 줬습니다. 의사들 간 인센티브 격차는 컸습니다.”

영상에는 이재효 백제종합병원 이사(현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장)의 처남이자 병원에서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아무개 씨도 모습을 드러냈다.

남 씨는 3억8000여만 원의 세금을 20년째 납부하지 않아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인물이다. 영상을 보면 남 씨도 다른 직원들처럼 돈 봉투로 추정되는 물건을 부속실에서 들고 나온다.

남 씨는 백제종합병원 장례식장 식당 대표를 지냈을 때인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3억8000여만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재효 백제종합병원 이사(현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장)의 처남이자 병원에서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아무개 씨. 흰 봉투를 들고 나간 남 씨는 부속실을 빠져나오면서 봉투 안을 들여다봤다.

남 씨가 고액체납자라는 사실을 <셜록>에 알린 C 씨는 “고액체납자가 최저임금 이상의 돈을 받으면 세무당국에서 돈을 추징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만큼만 계좌로 급여를 주고 나머지는 이사장이 현금으로 직접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백제종합병원은 의사와 ‘네트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 계약이란 의사가 납부해야 할 4대 보험, 근로소득세 등 제세공과금을 병원이 대납하고 퇴사할 때 퇴직금을 병원 측에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임금계약을 말한다.

많은 병원이 의사들과 네트 계약을 맺는데, 이런 경우 병원이 세금 탈루에 유혹에 빠진다는 점에서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다. 네트 계약에 따라 세금 납부 책임이 있는 병원이 그 부담을 줄이기 줄이려 의료진 월급을 축소 신고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

의료진의 월급을 축소 신고하는 것은 불법이다. 조세범 처벌법 제3조에 따라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 세액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8조에 따르면, 납부하지 않은 세액이 연간 5억 원 이상인 자는 3년 이상의 징역, 1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위에서 열거한 대로, 백제종합병원은 세금 문제에서는 당당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재성 백제종합병원장은 논산세무서에서 세무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세무위원은 세무서가 납세자가 소통하기 위해 만든 세정협의회에 소속된 위원을 말한다.

백제종합병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재성 병원장의 약력

뿐만 아니라 이재성 원장은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에서는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에서는 가사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범죄예방위원은 지역사회에서의 범죄예방을 위해 활동을 하는 민간인으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위촉받은 사람을 말한다.

범죄예방위원에 위촉되기 위해서는 “인격과 행동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신망을 받아야 한다”고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8조에 명시되어 있다.

세무위원과 범죄예방위원 병원장을 둔 백제종합병원은 역설적이게도 세금 문제에서 유독 깨끗하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백제종합병원은 회계 처리되지 않은 급여와 성과급 19억4000만 원을 의사들에게 줬다가 국세청으로부터 근로소득세 약 3억6100만 원을 추징당한 전력이 있다.

제약회사 리베이트 등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준영 이사장에게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판사 최진영)이 2008년 8월 22일 내린 판결문에는 이렇게 나온다.

“피고인 이준영 이사장과 이재효 이사는 2003년경부터 2006년경까지 소속 의사들에게 회계에서 반영되지 않은 추가 급여와 성과급으로 총 19억4000여만 원을 지급했다는 증거를 제출했다. (중략)

한아무개와 김아무개 증언에 의하더라도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보다 많은 금액을 월급여로 받았고, 추가로 성과급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중략)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해 근로소득세 3억 6,100만원 가량을 국세청으로부터 추징당했다.”

전직 행정직원 B 씨는 “백제종합병원이 오랫동안 수사기관과 세무당국의 감시망을 피해간 이유는 이재성 병원장이 몸 담고 있는 세무위원과 범죄예방위원 등의 직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 씨는 “자신이 2015년 3월부터 논산경찰서와 논산지청, 논산세무서와 세종시에 있는 국세청까지 찾아가서 관련 내용을 여러 차례 알렸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뤄진 적 없다”며 “백제종합병원과 수사기관 혹은 세무당국 간의 유착 의혹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말했다.

<셜록>은 현금으로 직원 급여를 지급했다는 의혹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이재성 병원장과 이재효 이사를 비롯한 백제종합병원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이들은 모두 <셜록>과의 접촉을 피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