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정신병자입니다!”

이준영 백제종합병원 이사장이 재판 도중 분노를 못 이겨 소리쳤다.  2008년 1월 그때, 이준영 이사장은 의약품 도매업체인 한양약품으로부터 19억여 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재판을 받았다. 이 이사장이 정신병자라고 모욕한 A 씨는 증인이었다.

“백제종합병원 이사진들이 리베이트 비용을 착복한 겁니다.”

A 씨의 증언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백제종합병원은 리베이트를 받으면, 경리과장 김 아무개 씨가 이사장실에 있는 법인 금고에 이를 보관한 사실이 수사 결과 밝혀졌다. 물론 이준영 이사장 감독하에 벌어진 일이다. 경리과장 김 씨는 현재 경리부장이다.

당시에는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었다. 리베이트를 사적으로 쓰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었다. 병원 측은 “리베이트 비용을 몽땅 의사 성과급으로 줬기 때문에 착복하진 않았다”는 주장했다. 대전지법 논산지원(판사 최진영)은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법정에서 증인 A 씨를 모욕한 이준영 이사장에게 200만 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김인규는 정신병자에 속해. 대책 없는 사람이야.”

‘정신병자’라는 용어를 다시 꺼내 쓴 것은 이준영 이사장의 동생 이재성 백제종합병원장이다. 지난 1월 15일 <셜록>과의 통화에서 이 병원장은 김인규 씨를 ‘정신병자’라 칭했다. 논산보건소와 김 씨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지 이 병원장은 “논산보건소조차 김인규 씨를 대책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30여 개 이르는 백제종합병원의 비리 행위를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공익신고자다. 불법 리베이트 수수 의혹 등을 제보했다. 신고 접수 후 권익위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기관에 조사 및 수사를 해달라고 사건을 이관했다. 현재 관련 기관에서 조사와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백제종합병원 측은 그런 김 씨를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김 씨가 페이스북에 병원과 관련해 왜곡된 내용을 올렸다면서 지난 2018년 5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김 씨에게 혐의가 없다며 증거불충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공익신고자 김인규 씨 ⓒ주용성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대전의 한 언론사에서 일하는 B 기자는 백제종합병원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가 병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2018년 4월 이준영 이사장이 B 씨를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한편, 손해배상을 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B 씨는 의무기록지 허위기재, 간병인 노인학대, 대리수술 의혹, 논산지역 기관과의 유착 의혹 등을 네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공익신고자 김인규 씨의 증언과 백제종합병원 관계자를 취재해 쓴 기사였다. 병원 측은 B 씨가 쓴 모든 기사는 허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명예훼손이 인정될 수 없다며 혐의없음 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다. “기자가 관련 자료를 확보한 후에 이에 근거하여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상당 부분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 후 병원 측은 민사소송을 취하했다.

이처럼 백제종합병원은 자신을 비판하는 쪽에는 두 가지로 대응했다. 

모욕과 소송전.

백제종합병원 내부고발자들이 정체를 끝까지 숨기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백제종합병원 전현직 직원들은 ”소송전도 서슴지 않는 병원 때문에 괴롭기 싫다“면서 끝까지 신분을 숨기고 싶다고 <셜록>에 전했다.

백제종합병원 ⓒ주용성

병원 비판하면 모욕’, 소송전.. 언중위에서는 거짓말 일색

백제종합병원이 이번엔 <셜록>을 향해 모욕, 소송전 카드를 꺼냈다.

<셜록>은 지난 1월 15일부터 무자격자 수술과 주치의 조작, 의료비 과다 청구, 가짜 현금계산서 발행 등 백제종합병원의 비리 행위를 연속 보도하고 있다. 같은 내용의 기사를 <프레시안>에 기고하고, <MBC> 표준FM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등의 라디오에 출연해 취재 내용을 전달했다.

백제종합병원은 <셜록> 이명선 기자를 1월 28일 경찰에 고소했다. 백제종합병원의 이사이자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장 이재효 씨는 ”<셜록> 이명선 기자가 병원에 무단침입하고 고 이덕희 회장 일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논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등 5가지 혐의를 문제 삼았다.

병원은 취재 과정에서 <셜록> 측에 모욕도 서슴지 않았다. 사실 확인과 반론을 듣기 위해 <셜록> 측이 접촉할 때마다 이재성 병원장과 이재효 이사는 욕설과 반말로 일관했다. “깡패집단”이라고 지칭하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이어갔다. 백제종합병원 소속 직원들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병원이 한 가지 카드를 더 썼다. 

병원 측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면서 거짓투성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4월 14일, 백제종합병원은 <셜록>과 <프레시안>, <MBC>를 상대로 언론조정을 신청하면서 정정 보도와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은 여러 거짓말을 했다.

백제종합병원 설립자 고 이덕희의 세 아들. (왼쪽부터) 백제종합병원의 이사장 이준영. 백제종합병원의 병원장 이재성. 논산시립노인병원의 병원장 이재효.

우선 병원 측은 백제종합병원 이사진 전원이 병원 설립자 고 이덕희의 친인척인데도 “이사진 전부가 친인척은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 

현재 백제종합병원의 이사는 총 5명이다. 이덕희의 첫째 아들 이준영, 셋째 아들 이재성, 다섯째 아들 이재효, 여섯째 아들 이재훈, 그리고 이덕희의 큰형 사위로 알려진 이강성이 이사이다. 이준영, 이재성, 이재효의 모친과 이재훈의 모친은 다르지만, 부친은 고 이덕희로 같다. 이강성은 병원의 자금줄로 통한다.

또 백제종합병원은 사망한 환자의 사망 원인에 대한 정보를 교묘하게 바꿔 전하기도 했다. 병원 측은 “2화 기사에서 등장하는 사망 환자가 질식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기저질환에서 동반된 심근경색 등의 원인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자신들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망 원인에 대한 의견은 현재 분분하다.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감정서를 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2화 기사에 등장하는 환자가 심근경색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사망했다고 결론짓지 않았다. “급성 심근경색이나 다른 심정지를 유발할 원인이 동반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을 뿐, 기저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병원 잘못일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백제종합병원은 2화 기사 속 사망 환자의 죽음에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감정서를 통해 담당 주치의 처방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연하장애(삼킴곤란)가 발생할 수 있는 뇌경색 환자에게 연하장애 평가 없이 정상 식이를 처방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였다 사료됨”이라고 결론지었다.

병원 측은 병원 홈페이지와 의무기록지에서 쉽게 확인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도 거짓 주장을 펼쳤다. “백제병원은 부대사업으로 간호학원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사실이 아니다. 문제의 간호학원은 백제종합병원 별관 7층에 있다. 병원 홈페이지만 보더라도 병원이 간호학원을 운영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백제종합병원 홈페이지 및 블로그 발췌

또한 “PA(Physician Assistant)란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병원 측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여기서 PA는 진료보조인력으로 수술을 돕는 데 동원되는 간호사를 보통 지칭한다. 의료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직군이다. 백제종합병원은 PA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병원에서 발행된 다수의 수술 기록지에서 PA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백제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김 아무개 씨는 지난 1월 13일 <셜록>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PA”라고 밝혔다.

언론중재위원회는 백제종합병원이 <셜록>과 <프레시안>, <MBC>에 제기한 언론조정신청에 대해 조정 불성립 결정을 내렸다. 조정을 통해 갈등이 해결될 것 같지 않거나, 직권으로 조정 결정을 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중재부는 조정 불성립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백제종합병원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이명선

환자 안전보다 음압격리병실 설치비 아끼는 게 우선

“병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가 어떠한 의도를 갖고 이 같은 행동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든 시기에 유감스럽다.”

이재성 병원장이 한 의학 매체와 나눈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현재 백제종합병원은 코로나19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비호흡기 환자와 분리해 호흡기 환자 전용구역을 운영하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난 2월 27일 선정됐다.

백제종합병원이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힘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절반만 맞다. 백제종합병원은 의료법을 무시하고 음압격리병실을 설치하지 않았다. 음압격리병실은 병실 내부 기압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바이러스나 세균이 병실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은 병실을 말한다. 2015년 메르스 유행 이후 효과적인 감염병 치료를 위해 음압격리병실을 확대하도록 2017년 2월 의료법이 개정돼 2019년 1월부터 시행 중이다.

병원 측은 논산보건소의 시정 명령을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다. 논산보건소는 음압격리병실을 설치하지 않은 백제종합병원을 상대로 2차 행정조치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과태료를 내더라도 앞으로 계속 설치하지 않을 것 같다”는 내부자 전언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백제종합병원 관계자 C 씨는 “2차 행정조치 명령에도 병원은 음압격리병실 설치를 계속 미룰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논산보건소가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가, 백제종합병원이 환자의 안전보다 설치비 아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병원 운영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백제종합병원 ⓒ주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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