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교섭.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면접은 무엇이고, 교섭은 또 무언가.

기자가 이 단어를 처음 접한 건 인천 초등학생 학대사망 사건을 취재하면서였다. 그때 고(故) 이시우 군의 친모 김정빈(가명) 씨는 “계모와 친부의 면접교섭 방해로 아이의 안부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며,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칭했다.

김정빈 씨는 지난해 서울고등법원 정문에서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했다 ⓒ셜록

면접교섭 불이행이 낳은 참극은 처음이 아니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의 죽음에도, 소풍을 보내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계모에게 맞아 숨진 8살 서현이의 죽음에도 한쪽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지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유정 사건’도 마찬가지다. 사망한 전남편 강 씨는 자녀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고유정의 말에 펜션으로 향했다. 2년간 면접교섭을 하지 못한 자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선 길이었다.

가해자의 잔혹성에만 초점을 맞춘 이 사건들 배경에는 면접교섭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子)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민법 제837조의2 제1항)

면접교섭권이란 이혼한 가정에서 비양육자가 자녀와 만날 수 있도록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를 빼앗긴 비양육자와 아동의 이야기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아동에게는 어느 한쪽 부모가 아닌 양쪽 모두와 만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아직 이혼 과정에서 아이는 상대에게 빼앗길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면접교섭의 중요성을 말하는 전문가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양육비 문제만큼이나 주목받아야 할 “‘면접교섭’에는 아직 허점이 많다”고.

품 안의 자식인 줄 알았던 내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나’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Chat GPT 생성 그림.

아동학대 정황이 보여도 아이를 데려올 수 없는 엄마, 11번의 소송에서 이겼지만 아이를 만나지 못한 아빠, 자녀를 만나러 갔다가 스토킹 처벌을 받은 엄마, 아빠의 오랜 가스라이팅으로 엄마를 ‘악인’으로 여겼던 딸까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다음 숙제는 ‘면접교섭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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