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는 공 대신 커피포트를 집어 들었다. 그걸로 1학년 학생의 머리를 갈겼다. 이어 코치는 ‘날아 차기’로 다른 학생의 복부를 가격했다. 학생은 뒤로 고꾸라져 고치실 문에 부딪혔다.

이날 청주공고는 전국중고핸드볼선수권대회 6강 시합에서 졌다.

분을 이기지 못한 코치는 자동차 키를 체육관 바닥으로 던졌다. 부서진 키 파편이 체육관 바닥에 흩뿌려졌다.

‘이렇게 더는 살 수 없다.’

1학년 이규민(가명)은 탈출을 결심했다. 운동부 학생끼리 생활하는 기숙사도 지옥이었다. 거기엔 코치의 아들 3학년 김승환(가명)이 있다. 청주공고 핸드볼팀 주장인 그는 야구배트와 옷걸이 쇠봉으로 후배들을 팼다. 아버지처럼 능숙하게.

그날 밤, 이규민은 기숙사를 탈출했다. 그걸로 끝일 줄 알았는데, 또다른 지옥이 펼쳐졌다.

공론화된 학교폭력, 가해 부자는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그들은 피해자 행실이 안 좋아 “작은 막대기로 살살 한 대 때렸다”고 주장했다. 다른 핸드볼 부원을 동원해 “이규민은 성추행 가해자” 누명을 씌우려고 했다.

사과는 물론 반성도 없는 학폭 가해자 김승환. 교육청은 그의 폭력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강제전학 조치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핸드볼 명문 경희대학교는 그를 받아줬다. 피해자 이규민은 운동을 그만뒀다.

운동을 접은 피해자와 승승장구하는 가해자, 끝없는 사실 조작과 2차 가해, 가해자를 관대한 대학 입시와 침묵하는 학교, 보복이 두려운 동료 선수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최숙현 선수가 사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학교 운동부 내 폭력은 여전하다. 어떤 학생은 아직도 맞으며 운동을 한다. 학교와 학부모는 폭력을 알아도 침묵하곤 한다. 이런 부조리는 한국 엘리트 스포츠 선수 육성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청주공고 핸드볼 팀에서 발생한 폭력과 이후에 벌어진 일은, 대한민국 학원 스포츠의 고질적인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피에 젖은 체육복’이 더는 없길 바라며 기획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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