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등학교 편입학 입시 때 딸 관련 부정 청탁 의혹을 받아온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고발 이후 2년 만에, 공소시효 만료를 코앞에 두고 내린 결정이다.

<동아> 사장 딸에 불공정 입시 혜택을 줬다는 의혹을 받은 하나고 관계자들도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수사 결과 입시 평가위원 외 ‘제3의 인물‘이 평가표를 대필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검찰은 의혹 당사자 모두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처분검사 김동규)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김재호 <동아> 사장,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 이태준 전 교장, 정철화 전 교감에 대해 7월 26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 김새미(가명)의 하나고 편입학 당시 평가표 등을 증거로 확보해 김재호 <동아> 사장,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 등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2019년 10월 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재고발한 바 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남궁현

김재호 <동아> 사장 딸 김새미는 2014년 8월 하나고등학교 편입학 당시 면접 점수가 상향 조작되는 혜택을 받고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면접 전형 당시 김새미는 총점 12점을 받았는데, 돌연 이 점수가 14점으로 상향 조정되어 전산에 입력됐다. 면접 점수가 상향 조정된 김새미는 2014년 8월 하나고 전·편입학 전형에서 최종 합격했다.

하나고는 김 씨의 면접 점수가 상향조정된 문제에 대해 “기존 배점 구간대로 평가했다가, 추후에 변경된 배점 구간에 맞춰 점수를 환산하느라 모든 지원자들의 점수가 달라졌다“고 해명했다.

하나고 해명과 달리, 김 씨와 동일한 면접 점수 12점을 받았던 지원자들은 점수가 13점으로 환산된 반면, 유일하게 김새미의 점수만 12점에서 14점으로 상향 조정됐다.

검찰은 김새미의 면접 점수가 상향 조정된 부분에 오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면접관들의 채점 점수와 환산점수를 비교하면 환산기준에 따라 오류 없이 환산된 것이므로, 새로이 발견된 중요 증거로 보기 어렵다“면서 피의자들에 대한 고발을 각하했다.

또 검찰은 2016년 서울시교육청의 고발 당시 서부지검의 불기소 처분을 이번 사건의 처분 근거로 가져왔다.

서부지검은 서울시교육청이 감사 내용을 근거로 김승유 당시 하나고 이사장, 이태준 교장, 정철화 교감 등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2016년 11월경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016년 당시 검찰의 논리는 이렇다.

“개별 면접 평가표의 점수를 잘못 입력한 것이 실제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으므로, 특정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하나고등학교 ⓒ남궁현

검찰은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 이태준 전 교장, 정철화 교감의 사문서 위조, 변조 등의 혐의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평가위원이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에 작성한 평가점수를 <동아> 사장 딸 김 씨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는 등의 위조, 변조를 한 후 기존 서류 심사표와 바꿔치기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편입학 평가위원은 이OO 하나고 교사와 조OO 교사 단 둘인데, ‘서류 및 면접 평가표‘에서는 총 4명의 글씨가 발견됐다.

평가위원 외의 제3, 제4의 인물이 쓴 글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입시에 외부 인사 개입 가능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을 평가표 조작이 아닌 미흡한 행정 처리 탓에 벌어진 단순 실수로 일축했다.

검찰은 “평가위원 이OO 교사, 조OO 교사와 진행위원인 문OO 교사 등 행정실무자가 정리하면서 서명을 대필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가 조작되거나 위조, 변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평가위원인 이 교사는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의 비교과영역, 학습계획, 추천서 부분에 동그라미 체크를한 후 진행요원인 문OO 교사에게 넘겨 문 교사가 대신에 (서명란에) 서명하도록 했다. (중략) 피의자들로부터 부탁, 위협, 압박 등을 받은 적이 없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교사는 김재호 <동아> 사장 딸 김 씨의 편입학 당시 전형을 총괄하고, 직접 채점도 했던 입학홍보부장이다.

또 다른 평가위원인 조 교사도 “1단계 서류심사 평가를 한 후 서명은 내가 하고, 나머지 응시자 성명, 출신 고등학교, 교과영역 등 부분은 진행요원인 문 교사가 정리하여 작성한 것 같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즉, 검찰은 평가위원 외 제3의 인물이 평가표를 대필했다는 당사자들의 진술이 나왔음에도, 이번 사건을 평가표 조작으로 보지 않은 셈이다.

평가표 대필자로 지목된 문 교사의 진술도 조 교사의 증언과 일치하지 않는다. 문 교사는 검찰 조사에서 “이 교사 명의의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의 평가자 성명과 학교명을 대필한 것 같다“면서도 “조 교사의 1단계 서류 심사 평가표 작성에는 관여한 바 없다“고 진술했다.

이는 조 교사의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에 작성된 제3자의 글자가 누구 것인지, 그 실체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의미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남궁현

검찰은 이번 재수사를 약 2년 끌었다. 그 탓에 의혹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2019년 10월부터 약 1년간 고발인 조사만 하고 별다른 수사를 이어가지 않았다. 검찰은 하나고를 압수수색 하는 등의 강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서부지검은 2021년에 들어서야, 참고인을 소환하는 등 주요 수사를 진행했다. 2014년 하나고 부정 편입학 의혹의 업무방해 공소시효는 7년으로 올해 8월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현재 하나고 이사장은 검찰총장 출신 김각영이다. 김각영은 제32대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김 이사장은 서울시교육청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진행된 2016년 11월경, 김승유 이사장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검찰총장 출신 인사가 학교법인 이사장으로 교체되는 건 보통의 일반 학교와 비교할 때 이례적인 일이다.

김승유는 고려대를 운영하는 고려중앙학원 이사를 2012년 5월 1일부터 겸직했다. 김재호 <동아> 사장은 2012년 5월경부터 현재까지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이다.

고발인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통 입시 평가표를 작성할 때 문서 위조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기 위해 도장 대신 본인 서명을 사용한다”면서 “평가위원 외의 인물이 평가표를 대리로 작성한 사실이 수사 결과 밝혀졌음에도 ‘문제가 없다’는 식의 검찰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린 건 특권층 앞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재정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정 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그 처분이 합당한지 가려 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한편, 하나고 부정편입학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새미 씨는 <동아일보>에 기자로 재직 중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2월 김새미의 불공정 입사 의혹을 제기한 한 언론지망생을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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