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스포츠 학교폭력 가해자에겐 그야말로 최악의 하루였다. 

가해자는 징계기간을 줄여달라며 재심을 요청했는데, 대한체육회는 오히려 징계 수위를 높였다. 법원은 “강제전학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가해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두 기관의 판단은 8월 25일 오후, 거의 동시에 나왔다. 

최악의 하루를 보낸 주인공은 <셜록>이 지난 7월 20일부터 보도하는 ‘청주공고 핸드볼부 폭행 사건’ 가해자 김승환(가명)이다. 

그는 2020년, 같은 학교 1학년 선수 이규민(가명. 18세)을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했다. 청주교육지원청은 그에게 강제전학이란 중징계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경희대학교는 김승환을 체육특기자로 선발하는 등 그를 올해 신입생으로 입학시켰다. 

충청북도체육회는 지난 5월 김승환에게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내렸다. 가해자 김승환은 “징계가 과하다”고, 피해자 이규민 측은 “징계가 가볍다”며 각각 재심을 신청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이하 공정위) 재심의 결과, 가해 선수의 징계가 늘어났다. 대한체육회 공정체육실은 “공정위에서 관련 기관과 피해자가 낸 자료, 의견 등을 검토해 ‘가해자 자격정지 5년’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건물 외관 ⓒOBS 제공

자격정지를 받은 선수는 해당 기간에 경기 출전이 금지된다. 사실상 선수 활동이 중단되는 셈이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태형 변호사는 올라간 징계 수위에 대해 “김승환이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지방검찰청은 지난 6월 16일 특수폭행 혐의로 김승환을 기소했다.  

피해자 이규민 측은 애초에 가해자 영구제명을 요구했다. 학폭 가해자가 스포츠에서 퇴출돼야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이규민의 어머니 박지희 씨는 한발 양보해 대한체육회의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김승환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규민이는 지금도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영구제명이 아니면 저희한테 큰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징계 수위가 올라간 것에 만족합니다. 대한체육회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법원도 김승환에게 철퇴를 가했다. 대전고등법원 청주제1행정부(재판장 원익선)는 25일 김승환이 청주교육지원청(이하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강제전학 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 판결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청주교육지원청은 작년 8월 24일, 가해자 김승환의 학폭 수준이 심각하다며 강제전학 처분을 결정했다. 김승환 측은 곧바로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해 학생의 진술이 신빙성 있고 원고(김승환)가 피해 학생의 주장처럼 언어폭력 및 신체적 폭행 등 가해행위를 하였다”라며 “이 사건 처분(강제전학)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당사자들이 법원에서 추가하거나 강조하여 주장하는 사항 등에 대해 1심 판결을 수정하는 것 외에는 (판결 이유가) 제1심과 같으므로 제1심판결을 인용한다”라고 밝혔다. 

결국 경희대는 경기 출전이 불가한 체육특기생을 선발한 셈이다. 이번 법원 판결과 대한체육회 결정에 대해 경희대 홍보팀은 “입학 취소 요건은 안 되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라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승환의 아버지이자 청주공고 핸드볼 코치였던 김병국 씨(가명)도 학폭 가해자다. 그는 2019년 9월부터 야구방망이로 이규민의 엉덩이를 내리치고 뺨을 때렸다. 교육지원청은 작년 7월부터 그의 코치 직무를 정지시켰다. 

김병국 역시 아들 김승환처럼 지난 6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으로 청주지방검찰청에 기소됐다.  

공 던지는 포즈를 취한 이규민(가명) 학생 ⓒ주용성

아들은 강제전학에 이어 선수 자격정지 5년, 아버지는 코치 직무 정지. 여기에 아버지와 아들이 똑같이 기소돼 법정 피고인석에 앉게 됐다. 사실 가해자는 이런 최악의 상황까지 안 갈 수 있었다. 

피해자는 가해자들을 용서하려 했기 때문이다. 박지희 씨는 지난 10일 기자에게 “아이가 맞고 (청주공고 핸드볼) 팀에서 나왔을 때 억울하고 분했지만 코치와 김승환한테 사과를 받고 마무리 짓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 모두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런 반성하지 없는 태도는 법원 판결, 대한체육회 징계, 교육지원청 징계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 

결국 최악의 하루는 가해자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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