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저지르고도 핸드볼 체육특기생으로 경희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결국 법정구속됐다. 같은 고교 핸드볼 팀 코치로 재직하며 운동부 학생을 야구방망이 등으로 구타한 이 학생의 아버지 역시 법정구속됐다.

한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운 아버지와 아들이 학폭으로 같은 날 동시 구속된 것이다.

청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승주)는 청주공업고등학교 재학시절 운동부 핸드볼 팀 주장으로 활동하며 후배를 구타하고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승환(가명, 경희대 21학번)에게 지난 18일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피고인 김승환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받았다.

재판부는 특수폭행과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김승환의 아버지이자 전 청주공고 핸드볼 코치 김병국(가명)에겐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역시 법정구속했다.

청주공고 핸드볼부 유니폼을 입은 이규민(가명) ⓒ주용성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2021년 7월 기획 ‘피 묻은 핸드볼, 잔인한 학폭 가해자’를 통해 김병국-김승환 부자의 학교 폭력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특히 셜록은 김승환의 학폭과 징계 내용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그를 체육특기생 특별전형으로 합격시킨 경희대의 입시 문제를 기사로 지적했다.

핸드볼 팀 코치 아버지와 주장 아들의 폭력은 피해 운동부 학생이 야밤에 숙소에서 도망칠 정도로 심각했다. 이들 부자는 학폭 피해를 신고한 학생에게 성폭력 가해 누명을 씌우려고 시도하는 등 2차 가해도 수차례 저질렀다.

이런 탓에 피해 학생은 가해 부자의 합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고, 재판부에 엄벌을 탄원했다. 재판부가 아버지와 아들을 동시 구속한 건 이들의 반성 없는 태도를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병국-김승환 부자의 학폭 문제를 공론화 한 인물은 2019년 7월부터 청주공고 핸드볼 팀에서 훈련한 이규민(가명)이다. 이규민은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핸드볼 명문으로 통하는 청주공고에서 훈련을 받았다. 운동부 내의 폭력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관련 기사 : <커피포트로 치고, 쇠몽둥이로 때리고.. 핸드볼 부자의 학폭>)

김병국 코치는 핸드볼 팀에서 골키퍼로 활약하는 이규민이 공 패스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코치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때렸다. 김 코치는 경기에서 지면 학생들을 집합시켜 커피포트로 머리를 때리고, 날아차기로 배를 가격하기도 했다.

특히 김 코치는 2019년 11월 12일 이규민을 핸드볼 경기장 중앙선에 세워두고 여러 학생이 보는 앞에서 뺨을 수차례 때려 코피를 쏟게 하는 등 피해자에게 신체·정신적으로 해를 끼쳤다.

김 코치의 아들 김승환 역시 아버지처럼 야구방망이를 잘 휘둘렀다. 아버지가 없으면 아들 김승환이 왕 노릇을 했다.

그는 공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규민을 ‘엎드려뻗쳐’ 시킨 후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때렸다. 그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후배들을 야밤에 집합시켜 옷장에 설치된 쇠봉을 뽑아 구타하기도 했다. 김승환은 피해자 이규민이 샤워할 때 성폭력도 저질렀다.

이들 부자는 학폭 사실이 외부에 퍼지는 걸 차단하기 위해 주 1회 이상 모든 핸드볼 부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일일이 검사했다.

청주공고 핸드볼부에서 나온 뒤 이규민은 운동을 접고 창원 집에서 지냈다. ⓒ주용성

이규민이 학폭을 견디다 못해 숙소를 탈출하면서 김병국-김승환 부자의 폭력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충북교육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통해 2020년 9월 가해 학생 김승환을 강제전학 조치했다. 이는 퇴학 다음으로 중징계에 해당한다. 청주교육지원청은 같은 해 7월 김병국 코치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 과정에서도 김승환은 “(이규민이) 잘 되라고 기합 준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피해자에게 보내는 등 2차 가해를 이어갔다. 아버지 김병국은 폭력 자체를 부인하며 피해자를 문제 학생으로 몰아갔다.

이들은 다른 운동부원에게 “이규민이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거짓 진술을 교사하는 등 사건 조작도 시도했다.

결국 학폭 피해자 이규민은 운동부 생활을 접고 일반고로 전학을 갔다. 김승환은 체육특기생으로 ‘핸드볼 명문’ 경희대학교에 진학했다. 이규민 학생의 모친이 학폭과 징계 내용을 경희대 측에 알렸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관련 기사 : <“학폭 신고만 7번”.. 경희대는 왜 가해자를 입학시켰나>)

2021년 당시 경희대 측은 “학폭 가해자를 걸러낼 입시규정 자체가 없었다”며 김승환의 입학을 해명했다.

지난 18일 김승환과 김병국에게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1년을 선고한 재판부는 피고인 김승환에 대해 “운동부는 코치와 부원, 고학년과 저학년이 사실상 상하관계의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피고인의 친부인 김병국은 위 운동부의 코치였는 바, 이 사건의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볼 때 그 죄질이 좋지 않다”는 양형이유를 밝혔다.

피고인 김병국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이 사건으로 상당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이규민은 김병국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해 부자의 법정 구속 소식을 접한 피해자 이규민의 어머니 박지희 씨는 25일 셜록과의 전화통화에서 “가해자들은 법정 최후진술 순간에도 반성하지 않았다”며 강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 씨는 “학폭 피해자인 내 아들은 지난해 11월 23일 마지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병국·김승환을 용서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가해자들은 여전히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등 이번에 처벌받지 않으면 또 다시 폭력을 저지를 사람들로 보였다”고 말했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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