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대신 유기견을 직접 불법 안락사하고 사체를 보호소에 불법 매립한 군산시유기동물보호소(이하 군산보호소) 문제를 군산시청이 인지하고도 두 달간 방치한 걸로 드러났다.

군산시청이 관리-감독해야 하는 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일부러 눈감고, 방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군산보호소는 군산시 위탁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로, 시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 이곳에 지원된 지자체 보조금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6억 원 상당이다.

그동안 군산시는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며 군산보호소를 유기견의 천국처럼 홍보했다. 군산시청은 2019년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통해 군산보호소를 수차례 알려왔다.

군산보호소는 ‘전국 최초 안락사 없는 유기동물 보호 활동으로 생명 존중 문화 확산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2020년 동물복지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짜 ‘유기견의 대부’로 밝혀진 이정호 군산보호소 소장은 2019년 수의사 대신 본인이 직접 유기견들을 무분별하게 불법 안락사하고, 사체를 보호소 땅에 매립했다. 공익제보자들에 따르면, 불법 안락사 당한 유기견의 규모는 2019년 한 해에만 약 80마리에 이른다.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셜록

이 전 소장의 불법 안락사 문제는 <셜록> 보도 이전인 2021년 8월 13일, 한 언론사의 <군산 동물보호센터 유기견 대부의 충격적인 가면…”불법 안락사부터 횡령까지“>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기사는 이정호 소장이 유기견들을 불법 안락사하고, 지자체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문제를 다뤘다.

군산시청 농업축산과 동물복지계 담당 공무원 A 씨도 이 기사를 통해 군산보호소의 불법 안락사 사실을 인지했다. 공무원 A씨는 10월 7일 군산보호소에서 기자를 만나 “지난 8월 한 언론사 기사를 통해 이 소장의 불법 안락사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산시청은 군산보호소의 불법 안락사 사실을 인지하고도 관리감독 책임자로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정호 소장님에게 불법 안락사 문제에 관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려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해당 기사 하나만 갖고 저희가 ‘이게 사실이구나’하고, 바로 조치를 취하긴 어렵지 않겠습니까.“

공무원 A 씨의 해명이다. 군산시청 측은 “이정호 소장과 직접 연락이 닿기 어렵다”고 했지만, 수도권에 상주하는 기자는 지난 9월 이정호 소장을 전라북도 군산시 나포면에 위치한 ‘개린이쉼터’에서 직접 만났다.

이정호 소장은 불법 안락사 한 개체를 입양돼 보호소를 떠난 것으로 조작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하기도 했다. 2019년 8월 8일 불법 안락사로 죽은 유기견 세 마리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상엔 ‘입양완료’로 조작 표기됐다.

군산시청은 그간 왜 몰랐을까?

“저희도 동물보호소 개체 확인을 합니다. 그런데 워낙 많은 개체가 있다 보니, 하나하나 개체를 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듭니다.

동물 개체수가 많아 군산보호소의 입양 조작 사실까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주장. 2021년 9월 말 기준 군산보호소는 개, 고양이 총 917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군산시청 ⓒ셜록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군산시청은 군산보호소의 불법 안락사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지난 8월 이후에도 약 두 달 동안 내부 감사 등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공익제보자 A씨는 “지난 8월경 한 언론사의 보도로 군산보호소 불법 안락사 문제가 군산시 안에 파다하게 퍼졌다”면서 “군산시청은 유기견 사체 불법 매립 확인을 위해 보호소 땅을 파보거나, 군산보호소를 감사하는 등의 행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실상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박종무 생명윤리학 박사(평화와 생명 동물병원장)는 “한 해에 유기동물 약 10만 마리가 전국에 버려지는 상황에서 ‘안락사 없는’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보호소 동물들의 복지를 고려한다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구조한 개체를 무조건 데리고 있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안락사 없는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처음부터 타당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적극 홍보하고, 시설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군산시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다.

박종무 수의사는 2013년 생명윤리학석사학위 논문으로 <유기동물 안락사의 윤리적 고찰과 사례를 통한 발전적 해결방안>을 썼다.

군산시청 동물복지계 담당 공무원 A씨는 <셜록>의 ‘군산동물보호소의 두 얼굴’ 기획 보도 이후인 지난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군산시청 고문 변호사를 만나 현재 자문을 구했고, (보호소에 대한) 조치를 취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소장은 2021년 3월 말 군산보호소 소장을 그만두고, 10월 현재 사설동물보호소 ‘군산개린이쉼터’를 운영 중이다. 이 소장은 최근 사설 동물보호소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유기견들을 불법 안락사하고, 사체를 보호소 땅에 매립한 이정호 전 소장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최근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에 의해 고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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