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간병살인 청년’ 강도영(가명)에 대한 2심 선고공판이 10일 오전 대구고등법원에서 열린다.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아버지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강도영의 행위가 부작위살인이냐가 핵심이다. 돈이 없고 쌀도 떨어졌지만, 월세 밀리고 도시가스가 끊겼지만, 강도영은 아버지를 돌볼 책임이 있는 작위의무자였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아버지) 사망이라는 결과를 방지할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아들 강도영)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존속살해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징역 4년 선고는 그렇게 나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작위의무자의 고의 여부는 당사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판단하면 안 된다. “의무의 내용과 이행의 용의성, 부작위에 이른 동기와 경위, 부작위의 형태와 결과발생 사이의 상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따져야 한다.

2심 재판부는 강도영에게 어떤 판단을 내릴까? 결과는 10일 오전 나온다. 그에 앞서 강도영이 <셜록>에 보낸 편지를 그의 동의를 받고 공개한다.

깻잎 장아찌로 한 달을 버티면서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를 다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는 한 청년의 모습이 편지에 담겨 있다. 

안녕하세요 기자님. 사건기록이 무사히 전달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지금은 마음이 차분해졌지만 가끔씩 흔들립니다. 

아버지 퇴원 후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버지가 하셨던 말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빠가 미안해”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부탁을 최대한 다 들어 드리고, 아침 저녁으로 따뜻한 수건으로 몸과 얼굴을 닦아드리고, 마비된 왼쪽 팔 다리를 마사지해 드리고, 2시간마다 욕창 방지를 위해 자세를 바꿔 드리는 등 아버지와 열심히 살아보려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못했던 말들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달라고 하셨습니다. 

강도영이 <셜록>에 보낸 편지. ©셜록

A병원에 입원했을 때, 전자(비용이 많이 드는 수술)를 택한 이유는 아버지께 해드리고 싶은 게 아직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행도 같이 가고, 옷도 사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제가 번 돈으로 아버지 신발과 정장을 맞춰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잘리고 힘들게 살아오다, 겨우 다시 취직하신 지 두 달 채 안 되어 그렇게 되어서, 겨우 다시 행복해지고 있었는데… ‘왜 우리한테만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 거지?’란 생각도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잘리신 후에, 생활은 파산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까지 갔었습니다. 아버지의 유서도 봤습니다. 그래도 계속 버티며 다시 얻은 행복이었는데,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아버지 번호로 걸려온 구급대원의 목소리는 제게 절망과도 같았습니다. 

아버지가 쓰러지신 후, 경력도 없던 저는 당장의 생활비를 구하려 알바 면접을 여러 개 봤지만, 경력이 없단 이유로, 살이 좀 쪘다는 이유로 합격 되는 곳이 없었습니다. 제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말입니다.

그렇게 겨우 얻은 게 6500원 시급 받고 10시간 12시간 일하는 야간 편의점이었습니다. 그것도 이틀만 하는 것이어서 병행할 다른 알바를 구했지만 좋은 소식은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간병 청년 강도영 씨는 존손살해 혐의로 지난 5월 구속됐다. ⓒ오지원

야간 알바로 무너진 생활 패턴, 돌아오면 반겨주는 사람 없는 추운 집… 아버지의 온기가 필요했습니다. 5월 2일 알바에서 잘리고, 그날까지 일한 돈이라도 받을 수 있느냐고 (사장님에게) 물어봤지만, 월급날(18일)에 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세상이 너무 막막했고 집에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고 집앞에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당장 기저귀와 소변줄 교체 등 나갈 돈은 많는데 막막하고, 좌절감, 또 무능력한 제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너무 컸습니다. 

아버지가 “부를 테니 들어오지 말라” 하셨어도, 그랬으면 안 됐는데…. 

꿈에서 아버지가 멀쩡하게 걸으시며 청소를 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놀라서 아버지께 “괜찮아?”라고 말했고 아빠는 “괜찮다, 빨리 씻어. 청소 끝나면 아빠랑 시내 가서 영화도 보고, 돈까스 먹고 아들 좋아하는 책도 사자”라고 하신 게 5월 8일. 꿈이었습니다.  

강도영이 <셜록>에 보낸 편지. ©셜록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본 후, 불러도 대답 없는 아버지를 보고 자신신고를 하고 자살하려 했는데, 이대로 죽어서 아버지를 볼 면목도, 마주 볼 자신도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아무 기억이 안 납니다. 온통 머릿속은 “다 나 때문이야, 내가 무능력해서 이렇게 된 거야, 다 나 때문이야”란 생각뿐이었습니다. 

처음 아버지가 쓰러진 직후 쿠팡에서 값싼 깻잎 장아찌를 시켜서 한 달을 버티고, 편의점을 다닌 후에는 가끔 배달 시키거나 편의점 폐기물을 가져와 집에서 먹었습니다. 

제가 아버지를 그리워할 자격이 있을까요? 제대로 아버지를 돌보지 못한 그런 제가 아버지를 그리워 해도 될까요? 

이런 저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치금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도영을 취재한 <셜록> 기사 리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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