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속아 넘어갔다. 해당 학생은 고려대 의대에 입학했다. 부정 입시 가능성이 높지만, 교육부는 아무 조치를 안 하고 있다. 

교육부를 속인 사람은 서울 서초고등학교 2학년 최지희(가명)다. 2016년 고교를 졸업한 최지희는 대담하게 타인을 속인 전력이 있다. 아버지 포함, 서울대학교 수의대학 교수 세 명을 활용해 ‘가짜 논문 스펙’을 만든 사람이 바로 최지희다. 

[관련 기사 보기 – ‘대한민국 인재’의 논문 부정.. 서울대 교수 셋 연루]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최지희와 그의 아버지 서울대 A 교수를 취재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최지희는 고교 2학년 때인 2014년, 교육부가 주관한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학생부종합전형 입시를 고려하면 큰 실적이다. 

당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2014년도 대한민국 인재상’ 선발 공고를 내며 이렇게 밝혔다. 

“미래 대한민국을 대표할 창의·융합적 인재를 발굴·격려하고,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범사회적인 인재 육성 문화를 조성하고자 합니다.”

교육부는 고교생과 대학생 중에서 꿈과 끼, 사회 기여, 도전과 성취 등을 갖춘 인재 100명을 선발해 장관 표창과 상금 3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상을 받으려면 여러 절차와 심사를 거쳐야 했다. 

2014년 대한민국 인재상 시상식에서 최지희(가명)가 교육부 차관에게 상을 받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고교생은 교사 추천과 교장의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더불어 자기소개서, 생활기록부, 공적 관련 증빙서류 등을 내야 한다. 서류 준비가 끝나면 시·도교육 교육청 심사 -> 교육부 심층 면접 -> 중앙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다. 

여러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 인재상’을 거머쥔 최지희의 공적과 활동 이력은 화려하다. 

  • 2014년 ISEF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 국가대표 선발 및 참가.
  • 2014 뇌과학 연구 SCI 논문. (이하는 논문 제목)  “Treadmill exercise ameliorates diabetes-induced increases in lipid peroxidation and decreases in Cu, Zn-superoxide dismutase levels in the hippocampus of Zucker diabetic fatty rats (J. Vet. Sci)” 공동 제1저자 논문 발표.
  • 2014 제11회 KSEF 대한민국과학기술경진대회 금상 수상.
  • 2013 한화사이언스 챌린지 은상 수상.

눈에 띄는 활동은 2014년 제1저자로 썼다는 ‘뇌과학 연구 SCI 논문’이다. 석·박사도 1년에 한 편 쓰기 힘든, 과학·기술적 가치가 높은 SCI급 논문을 썼다니. 2014년 대한민국 인재상 고교생 수상자 60명 중 SCI급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람은 최지희뿐이다. 

<셜록>이 논문을 찾아봤다. 최지희가 논문 활동 공적에 넣은 ‘J. Vet. Sci’는 대한수의학회가 발행하는 영문학술지 ‘Journal of Veterinary Science’를 뜻한다. 즉 자기 논문이 저 학술지에 실렸다는 뜻이다. 

<셜록>은 해당 학술지에서 최지희의 논문을 찾지 못했다. 제1저자에도 ‘최지희’는 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학술지 측에 25일 전화로 문의했다. 

“(문의한 해당 논문은) 없다기 보다는….”

대한민국 인재상의 근거가 된 최지희 논문은 해당 학술지에 없다. 학술지 측 관계자도 당혹스러운지 말끝을 흐렸다. 이 관계자는 다른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최지희가) 논문 제목 단어 하나를 실수로 (대한민국 인재상 공적에) 잘못 쓴 거 같네요.”

학술지 측이 알려준 정확한 논문 제목은 이것이다. 

‘Treadmill exercise prevents diabetes-induced increases in lipid peroxidation and decreases in Cu,Zn-superoxide dismutase levels in the hippocampus of Zucker diabetic fatty rats’.

최지희가 공적서에 적은 논문과 단어 하나 ‘ameliorates’만 다르다. 위 논문에 최지희는 제2저자로 참여했다. 학술지 관계자의 추정대로, 최지희가 이 논문을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에 활용했다면 더 큰 문제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지난 2020년, 위 논문에 대해 ‘연구 부정’ 판정을 내렸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A 교수가 압력을 넣어 두 동료 교수 논문에 자기 딸 최지희를 등재한 것이다.

대한민국 인재상의 주요 근거가 된 최지희의 논문은 이 세상에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 논문은 ‘부정’ 판정을 받았다. 결국 고교 2학년은 교육부를 속였고, 교육부는 제대로 당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19년 11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인재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최지희는 2016년 고려대학교 의대에 입학했다. 고려대 의대에 다니는 복수의 학생은 “최지희는 수시전형으로 입학했다”고 밝혔다. 즉 가짜 논문과 교육부를 속여서 받은 상이 입시에 영향 줬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입시 활용 여부는 교육부와 수사기관만 확인할 수 있다. 공정한 입시를 총괄하는 교육부는 최지희의 부정입시 정황을 확인하고도 아무 조치도 안 하고 있다. 앞서 서술한 대로, 서울대가 최지희의 논문을 부정이라 판명한 때는 2020년으로 약 2년이 흘렀다. 

교육부는 자기들이 주관한 대한민국 인재상 부정 의혹에 대해 “확인중이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셜록>은 반론을 듣기 위해 최지희에게 전화를 문자를 보냈으나, 그는 모든 소통을 거부했다. 교육부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지원서상 허위 학력·경력의 진실을 약 4개월 만에 밝혀냈다. 

이렇게 실력 좋은(?) 교육부는 특권층의 입시부정 의혹 앞에서는 유독 머뭇거리고 있다. 최지희는 올해 고려대 의대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의 아버지 역시 별다른 징계 없이 서울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2020년 9월 8일 서울 고려대학교의과대학 본관 앞을 학생이 지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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