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은 2019년 4월 17일 경남 진주에 있는 자기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아파트 주민 5명을 죽였다. 사건 직후 경찰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참사 직전까지, 총 여덟 차례 경찰에 신고된 안인득의 전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안인득이 이웃 주민에게 칼을 휘두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까?’

경남경찰청은 진주 방화・살인 사건 다음날 진상조사팀을 꾸렸다. 주민들이 신고를 반복한 이유, 안인득에 대한 경찰 조치가 적절했는지 판단하는 게 목적이었다. 

조사 대상에 오른 경찰은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등 ‘자기 보신’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안인득 조현병 대처에는 실패했지만 말이다. 

안인득에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 중 일부는 2022년 8월 현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의 위법 행위가 참사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이 소송이 아니더라도 경찰의 거짓말을 자세히 알아보는 건 중요하다. 경찰의 사건 은폐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안인득과 같은 아파트에 살던 주민 강선정은 참사 약 1개월 전인 2019년 3월 12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애원했다. 

“안인득이 우리 딸래미(조카) 학교 마치는 시간 맞춰서 집 앞까지 따라왔습니다. (CCTV를) 다시 한번 봐 주이소, 아저씨.”

그날 안인득은 강선정과 함께 사는 조카 최실화(당시 19)를 집앞까지 쫓아갔다. 최실화가 간발의 차로 집에 들어가 현관문을 닫자 안인득은 보복을 했다. 그는 강선정 아파트 현관문에 똥물을 뿌렸다. 

A 경찰은 안인득과 강선정이 살던 아파트 단지와 도보 5분 거리에 떨어진 지구대 소속이었다. ⓒ셜록

강선정과 최실화에겐 ‘똥물 투척’보다 안인득의 추격이 무섭고도 큰 위협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똥물에만 집착했다. 이들은 안인득을 ‘재물손괴죄’ 혐의로 진주경찰서 형사과에 넘겼다. 그날 밤 강선정의 사위가 직접 최초 신고를 접수한 지구대를 찾아갔다. 

그는 휴대폰에 저장한 CCTV 영상을 경찰에게 보여줬다.

강선정 사위 – “아래층 남자(안인득)의 전과나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해 주세요.”

A 경찰 – “우리가 확인해보니 깨끗한 사람입니다.”

A 경찰은 참사 직후 경남경찰청 진상조사팀으로 불려갔다. 그는 이런 취지로 진술했다. 

“강선정이 피해자 조사를 받기 위해 지구대를 찾았을 때 사위가 동행했지만, 그 뒤에 따로 찾아온 적은 없습니다.”

그의 거짓말은 동료 진술로 탄로났다. A와 함께 일하는 B 순경은 진상조사팀에 이렇게 진술했다. 

“그날(강선정 사위가 찾아온 당일) 지구대 1층으로 내려와 물을 마시고 있을 때 어떤 남자가 ‘CCTV 자료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묻는 걸 봤습니다.”

결국 A 경찰은 2019년 7월 9일 강선정의 사위가 참석한 대질조사 때 진실을 말했다. 

“안인득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사위의 말을 들었으나, 처벌이 두려워 (앞선 진상조사 때) 거짓 진술을 했습니다.”

다음은 진주경찰서 형사 김선우(가명) 사례를 보자. 그는 2019년 3월 10일 진주시 상대동에 있는 한 호프집에서 손님을 폭행하고 망치로 위협한 안인득을 조사했다. 다음날 안인득의 친형 안인성(가명)이 동생 소식을 듣고 진주경찰서로 찾아왔다. 형은 동생에게 말했다.

“더는 사고 치지 마라. 나도 이제 물어 줄 합의금 없다.”

형의 바람과 달리 안인득은 4월 17일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최실화를 포함해 아파트 주민 5명을 살해했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 이후인 4월 27일 진상조사팀은 김선우를 불러 조사했다. 김선우는 그 이튿날 이런 자필 진술서를 썼다. 

“형 안인성이 안인득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정확한 병명이나 치료 수준 등에 대해선 말하지 않아 구체적으로는 몰랐습니다.”

약 3개월 뒤 “구체적으로 몰랐다”는 말은 “몰랐다”로 바뀐다. 김선우는 7월 3일 진상조사팀 감찰관에게 이런 주장을 폈다.

“당시 저는 안인성이 동생의 형사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정신 질환을 언급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왜 동생 감경을 돕느냐’고 면박을 줄 수 없어 정신 질환이 있다는 걸 안다는 식으로 말했을 뿐이지 저는 (안인득의 조현병을) 몰랐습니다.”

한마디로 ‘아는 척 했을 뿐 실제로는 몰랐다’는 거다. 진상조사팀은 김선우의 주장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조사 과정에서 김선우가 안인득의 정신 질환을 인지했다는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019년 3월로 다시 돌아가 보자.

안인득은 ‘호프집 난동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에 강선정 집 현관문에 똥물을 뿌렸다. 강선정의 사위가 지구대로 직접 찾아간 바로 그날이다. 지구대는 안인득을 재물손괴죄로 진주경찰서 형사과에 인계했다. 

재물손괴죄 건을 맡은 형사는 안인득을 조사한 적 있는 동료 김선우에게 조언을 구했다. 김선우는 “조사 받을 때 말 잘한다”고 답할 뿐 안인득의 정신질환에 대해선 말을 삼갔다. 진상조사팀 감찰관은 당시 일을 김선우에게 물었다.  

-왜 동료 형사에게 안인득의 정신 질환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정신 병력은 민감한 개인정보라서 다른 형사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언뜻 준법정신 투철한 답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김선우의 진술은 정상 절차를 어겼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다. 

정신건강복지법,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은 흉기 소지, 폭행 등 자해・타해 위험성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발견하면, 응급 및 행정 입원을 검토해야 한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이 병원을 가기 위해 2019년 4월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내 경찰차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안인득은 호프집에서 난동을 부릴 때 망치를 비롯한 흉기를 소지했다. 불과 두 달 전엔 자활센터 직원을 폭행했다. 본인 혹은 가족을 통해서 정신질환 병력이 확인되면 응급 및 행정 입원 검토 대상자였다. 김선우가 끝까지 “안인득에게 정신질환이 있는지 몰랐다”고 발뺌한 이유다.

경찰의 거짓말은 또 있다.

강선정은 2019년 2월 28일 출근길에서 안인득이 던진 계란을 맞았다. 이미 몇 차례 안인득에게 괴롭힘을 당한 강선정은 현장 출동한 경찰 홍희영(가명)에게 따졌다. 

“내가 칼에 찔려야 안인득을 잡아갈 겁니까?”

이날 홍희영은 강선정을 ‘식당 아줌마‘로 칭했다. “이런 일 겪기 싫으면 임대 아파트에서 살지 말아야지“라는 말도 했다.

[관련 기사 보기 – “이런 일 싫으면 임대아파트 살지 말라”]

경찰 홍희영 역시 진상조사팀에 불려갔다. 그는 강선정과의 대질조사 때 이렇게 말했다. 

“사건을 접수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언쟁이 있었지만 비하발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 말에 화가난 강선정을 울면서 외쳤다.

“거짓말 하지 마라!”

대질조사는 잠시 중단됐다. 진상조사팀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강선정에게 무시하는 발언과 보복성을 언급하며 화해를 종용하고 사건처리를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업무 처리한 잘못은 인정됨.’

경찰의 거짓과 핑계로 얼룩진 진상조사 결과는 2019년 8월 발표됐다. 안인득을 조사했거나 그와 관련된 신고를 받은 경찰 중 5명만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 중 2명만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한 명은 감봉, 다른 한 명은 견책을 받았다. 

참사 후 3년여가 지난 지금도 유가족들은 속으로 묻고 또 묻는다. 

“망치를 휘두르고, 똥물을 뿌리고, 여학생을 뒤쫓고…. 이때 경찰이 조현병 환자 안인득을 응급 입원시켰다면.. 그랬다면.. 내 가족은 지금도 내곁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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