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탐사그룹 <셜록>이 또 이겼다.

대전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안영화)는 <셜록> 기자를 상대로 총 1억 9,000만 원(‘주위적 청구금액’ 1억 원, ‘예비적 청구 금액’ 9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제기한 의료법인 백제병원 등의 항소를 지난 8일 기각했다. 법원은 의료법인 백제병원의 의료서비스 문제를 집중 보도한 공익성을 인정하며 <셜록>의 손을 또 다시 들어줬다.

의료법인 백제병원은 충남 논산시에서 가장 큰 병원인 백제병원과, 논산시로부터 위탁받은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셜록>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그해 10월까지 13편의 기사로 백제병원의 각종 비리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백제종합병원 ⓒ주용성

<셜록>이 보도한 백제병원의 비리 행위는 무자격자 수술과 주치의 조작, 의료비 과다 청구, 가짜 현금계산서 발행 등이다.

“의료 장비를 사고 처음으로 쓸 일이 생기면 ‘사장님’이라고 불리는 기구 상인이 수술실에 들어와 같이 수술을 했다.”

“재직 당시 비의료인이 수술실에서 수술행위를 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도 없는 사람에게 피부 봉합을 시키는 것이 일상이었다.”

<셜록>은 백제병원 전 직원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백제병원의 무자격자 수술 문제를 취재해 보도했다.

2018년 12월에는 백제병원에 소속된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에서 주치의 행세를 하다가, 해당 의사와 병원이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병원 측은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수 년간 부당 청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셜록> 기자는 직접 입원까지 해서 백제병원의 요양급여 부당수급 행위 등을 확인했다.

의사는 허리가 아프다는 기자에게 입원을 권유하면서 심장효소 검사나 자가면역표적 검사와 같이 증상과 무관한 피검사를 의뢰했다. 링거 주사를 맞지 않았는데, 진료비 내역서에서 관련 비용을 청구하기도 했다.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진료 항목임에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꾸며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더 물리는 피해 사례도 <셜록> 취재로 드러났다.

백제병원은 <셜록> 기자를 건조물 무단침입,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등 총 8가지 혐의로 형사 고소했으나, 검찰은 지난해 1월 해당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려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

백제병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백제병원은 주거침입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다. 항고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고소인(고발인)이 고등검찰청에 판단을 구하는 불복 절차를 말한다.

그러나 서울고검은 “항고인이 제출한 모든 자료를 면밀히 살펴보아도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3월 31일 항고 기각을 결정했다.

이후 백제병원은 서울고등법원에 재정 신청도 했으나, 같은 해 7월 결국 기각됐다. 재정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소인(고발인)이 처분의 적정성을 가려 달라고 고등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이외에도 백제병원은 병원의 문제를 보도한 한 지역신문 기자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하거나, 병원의 실태를 고발하는 글을 SNS에 올린 환자의 가족에게도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2008년 의약품 리베이트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백제종합병원 사례는 2020년 국정감사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자료사진, 대전지방법원 ⓒ셜록

백제병원 측의 형사고소는 무혐의로 끝났지만, 또 별개의 민사소송도 진행됐다. 의료법인 백제병원과 이준영 백제병원 이사장, 이재성 백제병원장, 이재효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장은 2020년 4월 23일 <셜록> 기자를 상대로 약 2억 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셜록>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원고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 및 신용을 훼손하여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판사 이정덕)은 지난해 8월 26일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논산시에 위치한 최대의 의료기관으로 오랜 기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온 원고들로 하여금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부정적인 요소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논산시와 논산시민 및 백제병원을 내원하는 환자들의 복리와 이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 공익 목적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위법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료법인 백제병원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해 9월 항소했다. “(셜록의) 해당 기사는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고, 원고들로 하여금 모욕감을 느끼게 해 인격권 침해에 기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사의 표현 행위들의 형식 및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지난 8일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원고 백제병원 등은 항소심에 또 다시 불복해 지난 15일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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