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획은 약 1년 동안 숙성됐다 태어났다.

기사의 출발은 지난해 6월경. 당시 기자는 2021년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감사원이 대검찰청을 정기 감사한 보고서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 9개 관할 지방검찰청과 지청이 재판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하지 않아 2020년 6월 말 현재까지 의료인 면허가 취소되지 않고 있거나 재판 결과 확정일로부터 장기 지난 이후에야 면허가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인으로서 생명을 잃을 뻔했지만, 검사들의 ‘심폐소생’으로 면허가 취소되지 않았다니.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검찰은 의료인이 의료 관련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 형을 확정받을 경우, 재판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해야 한다.(11월 20일부터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로 확대) 대검찰청 예규에 명시된 규정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결과를 보건복지부에 알려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는 유죄를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지 못했다.

의료인으로서 생명을 잃을 뻔했지만, 검사들의 ‘심폐소생’으로 면허가 살아났다 ⓒ셜록

2021년 당시 감사원이 지적한 사건 속 ‘피고인이 된’ 의료인은 15명(간호사, 의사, 한의사 등). 이들의 재판결과를 통보하지 않은 관할 검찰청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 총 9곳이다.

이중 의료인 10명이 ‘취소되지 않은 의료면허’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 이들의 월 평균 수입만 1587만 원이다. 여기엔 환자들이 낸 병원비 일부가 포함된다.

기자는 감사원이 지적한 사례 15건을 밝혀내려 노력했다. 도움을 받고자 국회의원실도 찾아가고, 인터넷 판결서 열람을 통해 사건도 수차례 뒤졌다. 대검찰청과 감사원에 여러 번 정보공개 청구도 신청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감사원이 지적한 사례들을 각각 특정할 수 없었다. 결국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 기획안은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는 ‘미취재’ 폴더에 고이 간직했다. ‘잠시만 안녕’이란 마음으로.

잠든 기획안을 1년 만에 다시 꺼냈다. 공교롭게도 올해 6월, 감사원이 대검찰청 정기 감사보고서를 내놓은 것. 거기엔 기자를 다시 움직이게 한 대목이 있었다.

“대검찰청은 2021.03.17 감사원으로부터 (중략)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받은 사실이 있는데도….”

대검찰청은 같은 문제를 또 반복했다. ‘죽어가는 의사면허’에 검찰이 심폐소생을 해준, 그 문제 말이다.

심지어 올해 감사원이 확인한 사건 속 의료인은 32명(의사, 약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문제를 지적받은 관할 검찰청 수도 18곳으로, 2년 사이 문제가 된 의료인 수와 관할 검찰청 숫자가 줄기는커녕 두 배 이상 더 많아졌다. 검찰이 ‘살려준’ 의료면허로 돈을 번 의료인도 15명으로 더 늘었다.

검찰이 같은 문제로 두 번씩이나 지적받는 걸 넘어, 문제가 된 사례와 관할 검찰청이 두 배 이상 많아질 정도로 퇴보한 상황. 취재가 어렵다는 이유로 더 이상 기획을 미룰 수 없었다.

검찰이 같은 문제로 두 번씩이나 지적받는 걸 넘어, 문제가 된 사례와 관할 검찰청이 두 배 이상 많아질 정도로 퇴보한 상황. 사진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이다. ©주용성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을 추적했다. 일부 검사들이 면허취소 위기에 놓인 의사들에게 ‘생명연장’의 기적을 선물한 사건들이다.

셜록은 감사원 보고서에 공개된 재판 확정일자, 혐의, 선고 형량 등을 통해 사건 판결문을 입수했다. 이탄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시정)의 도움을 받았다.

셜록이 취재 대상으로 선택한 사례는 크게 두 개다. 불법 안마방을 운영하며 이중 생활을 이어간 의사와 ‘영적인 힘’에 기대 환자를 죽게 만든 한의사. 이들 모두 검찰의 잘못으로 의료면허 취소 처분이 수 년간 지연됐다. 다른 기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지 않았다면, 영영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셜록은 문제의식을 더 키웠다. 문제의 의사들이 ‘취소되지 않은 의사면허’를 이용해 여전히 의료행위를 이어가고 있는지, 매달 얼마를 벌고 있는지도 알아봤다. 그리고 검사들이 재판결과 통보를 얼마나 지연했는지도 사례별로 각각 확인했다. 류호정 국회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의 도움이 컸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불멸의 의사면허’를 만든 검사들.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들이 그에 따른 합당한 책임을 졌는지 함께 추적했다.

셜록은 이번에도 쉽게 넘어갈 생각이 없다. 대검찰청이 책임 검사들을 징계하고, 감찰을 진행하도록 끝까지 물고 늘어질 계획이다. 셜록이 늘 해왔던 대로 말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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