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부에서 저와 검찰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검사’ 안동완(53·부산지검 2차장검사) 검사는 헌법재판관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방청석 좌측 1열, 안 검사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는 숨이 턱 막혔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없었던 그는 마른세수만 거듭했다.

헌법재판소는 20일 오후 2시 안동완 검사 탄핵심판에 대한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이날 변론의 쟁점은 공소권 남용 여부. 안 검사가 직권을 남용해 유우성 씨를 ‘보복기소’ 했는지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20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안동완 검사 ⓒ셜록

안 검사는 2014년 5월 외국환거래법위반 등의 혐의로 유우성 씨를 기소했다. 문제는 안 검사가 유 씨에게 씌운 혐의가 이미 4년 전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으로 끝낸 사건이라는 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의자였던 유우성. 하지만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했음이 세상에 알려졌고, 서울고등법원은 2014년 4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시기 언론은 검찰발 정보를 인용해 ‘유 씨가 대북송금 브로커였다’고 보도했고, 보수단체는 그 기사를 근거로 유 씨를 고발했다. 그리고 검찰은 그 고발을 접수해 유 씨를 재수사하고 기소했다.

이 모든 것은 불과 50일 만에 이뤄졌다. 검찰-언론-보수단체 삼각편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결과다. 검찰이 간첩으로 몰고 간 유 씨가 무죄 선고를 받자 검찰이 체면을 구긴 것에 대해 ‘보복기소’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어진 재판에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줘 유 씨의 혐의를 인정했지만, 2심 재판부는 “(검사의 기소에)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원심을 뒤집고 유 씨의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이어 대법원도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2021년 10월 14일. 최초의 공소권 남용 확정판결이 나온 순간이었다.(관련기사 : <간첩조작 막장극에 보복기소 복수극… 검사를 탄핵하라>)

국회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근거로 지난해 9월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20일) 안동완 검사가 헌법재판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일 안동완 검사(가운데)가 변호인단과 함께 헌법재판소로 들어오고 있다 ⓒ셜록

이번 변론의 핵심 쟁점은 ‘공소권 남용에 위헌·위법성이 있는가’다. 국회 측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소권 남용이 명백하게 인정된 사안”이라며, 논쟁의 여지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안 검사는 공소권 남용 인정 여부부터 다시 다퉈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안 검사는 입장문을 직접 읽으며, “통상적인 내부 결재를 거쳐 처리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안 검사 측 대리인 김후균 변호사(법무법인 해광) 역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어 사정이 달라진 경우, 재기소하는 사례들이 수없이 많다”며, 이례적인 기소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대검찰청 사건평정위원회가 2022년 12월 안 검사에 대해 ‘과오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점도 언급했다.

반면 국회 측은 대법원 판결로 확인됐듯 “(안 검사는) 헌법과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오히려 검찰 자체 징계가 없었기 때문에 탄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찰총장은 안 검사에 대해 징계 요구를 하지 않았고, 공수처 역시 공소시효 완성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상황. 대법원이 인정한 공소권 남용 행위에 대해 안 검사가 법적 제재를 받은 적도, 어떤 책임을 진 적도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탄핵의 필요성을 강조해준다.

2021년 대법원이 안동완 검사의 ‘보복기소’를 인정했지만, 안 검사는 이후 어떠한 징계나 처벌도 받은 바가 없다 ⓒ셜록

안 검사 측은 ‘국회가 정치적 목적으로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안 검사 측 대리인인 이동흡 변호사(전 헌법재판관)는 검찰이 지난해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검찰에 대한 위축·보복 차원에서 탄핵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민주당이) 탄핵소추 발의 권한을 남용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아울러 안 검사 측은, 검사의 공소권 남용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사의 공소 제기를 탄핵 사유로 삼는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반면 국회 측은 “법령 준수 의무, 성실 의무 등을 위반할 경우 검사를 제외한 일반 공무원은 파면되기도 한다”는 점을 근거로 반박했다. 검찰이 아닌 일반 공무원이었다면 충분히 파면됐을 만한 상황이라는 것.

국회 측을 대리한 김유정 변호사는 검사 탄핵을 통해 강력하게 책임을 묻는 것을 통해 “헌법을 수호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변호사는 검찰의 자료 제출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 검찰 측에 내부 검토보고서 등을 요청했으나 ‘회신불가’ 처리된 바 있다”고 밝혔다.

안동완 검사는 헌법재판관들에게 “검찰의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말했다 ⓒ셜록

역사적인 ‘검사 탄핵’ 첫 변론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도 직접 재판정을 찾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안 검사 측의) 뻔뻔한 태도를 가만히 지켜만 보는 입장에서 답답하고 개탄스러웠습니다. 제가 (헌재에서) 나와서 변호사한테 물어보기도 했어요. 재판정에서 신발 던지면 징계(처벌) 먹이냐고.”(유우성 씨, 2024. 2. 20. 전화 인터뷰)

유 씨는 이미 대법원이 인정한 ‘공소권 남용’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안 검사 측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유 씨는 “안동완 검사의 유무죄를 따져야 하는데 자꾸 제 사건의 유무죄를 다투려는 것처럼 보여서, 제가 다시 재판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회 측 대리인인 김유정 변호사 역시 “이미 대법원이 판결한 것을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한번 다투고 판단하는 점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유우성 씨는 헌법재판소에 탄원서를 제출할 뜻을 밝히며, “진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겠다”고 말했다.

간첩조작사건과 보복기소의 피해자인 유우성 씨는 이날 방청석에서 변론을 지켜보며 “신발이라도 집어던지고 싶은” 심정을 느꼈다 ⓒ셜록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이 탄핵심판을 통해 (…) 여러 오해가 풀리기를 바란다”고 말한 안동완 검사. 재판정을 빠져나오는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법정에서 상세하게 설명드렸다”며, “앞으로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검사범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변론에 앞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과거 변호사로서 유우성 씨를 대리했던 김용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남양주시병)은 “안동완 검사 탄핵은 잘못된 검찰 권력을 바로잡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을 비롯한 TF 소속 의원들은 방청석에서 이날 변론을 지켜봤다.

헌법재판소는 3월 12일 2차 변론기일을 연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