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기꾼’ 김재민(32) 전 무궁화신탁 대리가 구속됐다. ‘사채왕’ 김상욱(52)이 막지 못한 횡령 사건의 결말은 결국 ‘구속’이었다.

지난달 30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수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재민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재민은 10일 이내에 검찰로 송치될 걸로 보인다.

지난해 1500억 원대 청구동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장본인 ‘사채왕’ 김상욱 일당.(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김재민 전 무궁화신탁 대리까지 구속되면서,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보도한 김상욱 일당 주축 3인방이 전부 구속됐다.

사채업자 김상욱과 전종남 전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배임 등) 위반으로 지난달 23일 이미 구속됐다.

김재민은 신탁사의 직원이 아니라, 마치 김상욱의 직원처럼 일하며 그의 범죄행각을 도왔다. 두 사람은 하루 최대 44통의 통화를 주고받으며 모든 것을 지시하고 보고했다. 이들의 통화는 이르면 오전 5시 30분부터, 늦게는 자정을 넘어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김재민 전 무궁화신탁 대리가 지난 4월 하남경찰서에 출석했다 ⓒ셜록

김재민은 지난해까지 무궁화신탁에서 일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사업지의 자금집행동의서를 위조해 A 시행사의 공사비 약 9억 원을 횡령했다. 횡령금은 벤츠 승용차를 구입하는 등 사적으로 썼다.

또한 김재민은 A 시행사 최태진(가명) 대표가 공사비 30억 원 가량을 빼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김재민은 최 대표에게 금품, 술 접대 등을 받았다.

셜록이 입수한 김상욱-김재민 통화 녹음파일에도 횡령 사건이 언급된다. 지난 6월 김재민은 무궁화신탁의 내부 감사가 예정되자 김상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상욱은 김재민에게 재차 횡령 사건에 연루됐냐고 묻지만, 김재민은 끝까지 부인했다.

김상욱 : “너 거기(횡령)에 연루된 거 있어?”
김재민 : “없어요. 돈 나가는 것도 은행이 (동의서를) 보내면 우리는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까…”

김상욱 : “내가 정리할게. (사건 내용) 적어서 줘. 일단 자료 주고 (신탁사 내부 감사) 당장 멈추라고 할게. 실제로 먹은 거 없지?
김재민 : “먹은 거 없어요.”

김상욱 : “나한테 얘기해도 돼. (횡령한 게) 있다고 해도 선 그어줄 테니까 있는 그대로 잘 생각해서 얘기해도 돼.”
김재민 : “저는 받은 게 없습니다.” (2023. 6. 29. 김상욱-김재민 통화)

당시 김상욱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감사를 무마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김상욱은 무궁화신탁의 감사를 막지 못했고, 김재민은 결국 구속됐다.

김재민은 이태원 고급빌라의 대출명의자를 찾아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김상욱의 불법대출에 적극 공모했다 ⓒ셜록

김재민의 꼬리가 잡힌 건 지난해 8월이다. 지난해 7월 초, 한 공사현장의 하도급업체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그러면서 PF대출을 내준 새마을금고는 약 45억 원의 공사비가 빠져나간 사실을 알아챘다.

무궁화신탁은 내부 감사를 통해 김재민이 횡령 사건에 얽혀 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김재민은 8월 대기발령을 받고, 12월 직권면직 처분됐다.

김재민은 또 다른 사건으로 이미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김재민에게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김재민은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문서를 위조한 뒤, 공인중개사에 제출해 위조한 문서를 행사한 사실이 인정됐다.(관련기사 : <사채왕 수족이 된 신탁사 대리… ‘젊은 사기꾼’의 탄생>)

무궁화신탁은 김재민의 횡령과 위조, 불법대출 연루 등에 대해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무궁화신탁과 김상욱 일당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모두 부인했다.

진짜 마음먹고 범죄 저지르는 사람 하나 잡는 게, 조직원 100명을 동원해도 못 잡습니다. (…) 서류를 도장까지 다 위조해서 올리는데, 저희가 무슨 재주로 그걸 적발해냅니까? 저희 입장에서는 개인 일탈인 거죠.”(무궁화신탁 임원급 관계자 2024. 4. 12.)

이어 “저희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김재민의 범죄를) 못 잡아낸 게 잘못은 맞지만 중대한 과실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 (김재민에게) 청구하고, 면직 처분을 내리는 것 외에는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궁화신탁은 현재 김재민에 대해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김재민은 경남 창원시 ‘KC월드카프라자’의 불법대출 상가가 적혀 있는 ‘양덕동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다 ⓒ셜록

김재민 대리는 셜록의 취재 연락을 받지 않다가, 보도가 시작된 후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이후 기자가 그를 찾아갔을 때도 “김상욱을 잘 모른다”며 “수사 중인 사건이라 말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상욱은 지난달 16일 셜록과 한 전화 통화에서 “나도 피해자다, 불법대출 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여러 번 다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문자메시지로 재차 취재 협조를 요청하자 김상욱은관련자들의 허위주장과 모함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그리고 만약 취재진이 자신을 찾아온다면건조물 침입 등으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내온 바 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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