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임시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과 결정사항 등 논의가 외부의 간섭으로 인해 방해받는 일이 없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월 20일 열린 제4차 일광학원 임시이사회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비리사학’ 정상화의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임시이사회를 방해하는 세력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임시이사회가 겨냥한 ‘방해꾼’은 공익제보자 복직 등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해석된다. 그동안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와 서울시교육청은 임시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촉구해왔다.

일광학원은 대한민국에서 학비가 가장 비싼 사립초등학교인 우촌초(서울 돈암동)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내 학교 중 임시이사회가 구성된 유일한 곳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약 4년간의 소송전 끝에 구 재단 이사 전원을 쫓아내고 임시이사회를 구성했다.

그동안 일광학원 임시이사회가 ▲교육청의 공문을 무시하고 공익제보자 복직을 보류한 것 ▲공익제보자와 언론 상대 소송의 상고를 결정한 것 ▲일부 공익제보자를 복직시킨 뒤 바로 재징계를 결정한 것도 “외부의 간섭”과 “방해”를 물리치기 위함이었을까.

우촌초 정상화를 책임지고 있는 임시이사회는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외부의 간섭”이라고 표현했다.ⓒ셜록

2019년 우촌초 교직원들은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서울시교육청에 신고했다. 공익제보로 드러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일광학원 구 재단 이사회가 무려 13년 이상 이사회를 방만하게 운영한 사실이 밝혀졌다.

2020년 8월 서울시교육청은 일광학원 구 재단 이사회의 임원취임 승인을 전부 취소했지만, 일광학원은 소송으로 맞섰다. 지난해 10월 소송은 교육청의 승리로 끝났다. 4년이 걸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우촌초의 운영을 바로잡기 위해 임시이사들을 선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임시이사의 선임과 해임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사립학교법 제25조). 학교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판단될 때는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것도 교육청의 일이다.

임시이사회와 교육청의 관계는 학교 정상화를 위한 ‘파트너’인 셈. 하지만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공식 회의석상에서 교육청을 비롯한 학교 정상화 촉구 목소리를 “외부의 간섭”과 “방해”라고 표현했다.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은 2019년 ‘스마트스쿨 비리’를 서울시교육청에 신고했다. ⓒ셜록

그렇다면 지난 6개월 동안 일광학원 임시이사회가 “간섭”과 “방해” 없이 내린 결정들을 살펴보자.

과거 일광학원은 공익제보자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학교에서 쫓아냈다. 이들의 복직 문제가 학교 정상화의 첫 번째 관건.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은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공익제보자들을 복직시키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임시이사회는 권고를 무시하고 공익제보자 복직을 ‘보류’ 결정했다. 심지어 공익제보자 부당해고 소송에서 패소하자, 재판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겠다는 상고장을 제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임시이사회에, 구 재단 이사회가 공익제보자와 진실탐사그룹 셜록 등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소송을 멈추라는 공문을 두 차례 보냈다. 하지만 임시이사회는 ‘현행 유지’ 입장을 결정하고, 소송 현황 등 자료 요청도 거부했다.

이사 A : “교육청에서 법인에 요청하고 있는 (…) 세부적인 소송 자료를 요구한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여겨지며 우리가 제출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보기에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4차 임시이사회 회의록, 2025. 2. 20.)

지난 2월에는 한혜빈(71) 당시 이사장이 일광학원 전 이사장 이규태(75) 일광그룹 회장 측근이라는 사실이 셜록의 보도로 밝혀졌다. 한혜빈 이사장은 2월 21일자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관련기사 : <[해결] 셜록 보도 11일 만에 ‘이규태 측근’ 이사장 사퇴>)

이후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공익제보자 박선유(47) 씨에 대한 상고를 포기하고, 그를 복직시켰다. 그러나 임시이사회는 해고(파면) 후 4년 만에 복직한 박선유 씨에게, 불과 35일 만에 재징계를 통보했다.(관련기사 : <우촌초, 공익제보자 복직 한 달 만에 ‘재징계’ 통보>)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우촌초 공익제보자 박선유 씨 복직 35일 만에 재징계 요구했다. ⓒ셜록

그밖의 공익제보자들에겐 복직 결정조차 내리지 않고 있다. 공익제보자 유현주(47) 씨는 구 재단 이사회가 남발한 고소・고발 때문에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임시이사회는 재판을 이유로 유현주의 복직을 ‘보류’했다. 정작 스마트스쿨 비리에 연루돼 형사재판을 받는 직원은 버젓이 학교법인 업무를 맡고 있지만, 유현주 씨 복직은 미뤄졌다.

최은석(56) 전 교장의 복직은 ‘거부’됐다. 공익제보 이후, 구 재단 이사회는 최은석 전 교장의 임기를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퇴직시켰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법원은 최 전 교장의 임기 단축은 부당하다고 잇달아 판단했다.

임시이사회는 최 전 교장도 형사재판을 받고 있으니 임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최 전 교장이 다시 우촌초로 돌아오는 게 “정상화 추진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이사 B : “최은석을 교원으로 임용 시 정상화를 추진해야 하는 임시이사회의 목표 달성에 지장으로 초래하므로 최은석 전 교장을 교원으로 임용하지 않는 것을 재청합니다.”

참석 이사 전원 : “재청에 만장일치로 찬성(7명)하다.” (제4차 임시이사회 회의록, 2025. 2. 20.)

서울시교육청은 임시이사회에 공무원 파견도 제안했다. 현재 일광학원 행정실장 겸 법인부장 A 씨는 이규태 회장과 함께 스마트스쿨 비리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이다. 그를 대신해 법인 업무를 담당할 공무원을 직접 파견하겠다는 게 교육청의 취지였다.

하지만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거절했다.

이사 C : “(한혜빈) 이사장님 의견대로 지방공무원 파견을 요청하지 않는 것을 동의합니다.”

이사 D : “법인 행정업무 처리 및 원활한 임시이사회 운영을 위해 이사장님이 지시하는 사무처리 및 이사회 의결 등에 관하여 현행대로 법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계속 업무처리 하는 것으로 재청합니다.”

참석 이사 전원 : 재청에 찬성(7명/반대 1명)하다. (제3차 임시이사회 회의록, 2024. 12. 13.)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서울시교육청의 두 번째 제안도 거절했다. 오히려 교육청의 제안을 부결시키며 “외부의 간섭으로 인한 방해받는 일이 없도록 힘써달라”고 말했다.

이사 C : “지난 이사회에서 지방공무원 파견에 관한 사항 및 공익제보자 등 소송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직전 이사회에서 의결한 것을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이번 이사회에서 다시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이사 A : “C 이사님 의견에 재청합니다. 아울러 신임 이사장님께서는 일광학원 정상화를 위한 우리 임시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과 결정사항 등 논의가 외부의 간섭으로 인해 방해받는 일이 없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참석 이사 전원 : 재청에 찬성(6명)하다. (제4차 임시이사회 회의록, 2025. 2. 20.)

지난 2월 20일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열린 본회의 자리에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공익제보자 복직’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셜록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의 가장 첫 번째 과제가 ‘공익제보자 복직’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공익제보자 복지에 여전히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그나마 복직이 결정된 한 사람의 공익제보자에게도 재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 등 학교 정상화를 위한 권고와 제안을 “외부의 간섭”과 “방해”라 여기며.

지난 23일 열린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임시이사회의 “외부의 간섭” 발언에 강도 높은 지적이 나왔다.

이소라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특정 이사가 시의회 질의를 ‘외부 개입’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의회는 시민의 대의기구로서 감시와 견제의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데, 이를 간섭으로 치부한 발언은 명백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 정효영 행정국장은 “의원의 의정활동과 권리에 대해 이사회에서 간섭으로 발언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소라 서울시의원은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의 “외부 간섭”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셜록

셜록은 지난 18일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의 입장을 묻기 위해 유영환 신임 임시이사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유 이사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유 이사장은 반론을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24일 재차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음성만 들렸다.

한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전병주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광진1)은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의 공익제보자 재징계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 정상화를 위해 구성된 임시이사회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사안은 공익제보자 권익 보호”라며, “복직한 공익제보자를 35일 만에 재징계 의결한 것은 본래의 목적을 망각한 처사”라고 밝혔다.

전 부위원장은 “해고 이후 힘든 시간을 견뎌낸 공익제보자에게 또 다시 징계를 통보한 것은 명백한 2차가해 행위로, 일광학원의 결정은 참담하고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도 지난 18일 “일광학원은 공익제보자 재징계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참여연대는 “임시이사진이 기존 이사진의 입장을 대변하듯 복직한 공익제보자에 대해 다시 징계를 추진하는 것은 임시이사 파견의 근본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공익제보자에 대한 재징계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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