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이영해 교장의 기행은 한두 개가 아니다. 학생보다 늦게 출근하고 업무시간에는 피부과, 백화점에도 간다. 교직원을 개인 운전기사로 ‘부려먹기’도 한다. 해당 교직원은 이 교장 아들 운전기사 노릇까지 했다.

A씨가 바로 그 교직원이었다. 고용계약서 상에는 인천생활예술고 교직원으로 돼 있었지만, 학교 업무보다는 주로 이 교장 자가용 체어맨의 운전대를 잡았다. 사실상 이영해 교장 개인 기사였다.

물론 이 교장은 여기에 동전 하나 쓰지 않는다. 기사를 교직원으로 둔갑시킨 덕에 월급이 학교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교장은 교비를 마음대로 써서는 안 된다. 인천생활예술고에는 매년 20여억 원의 정부지원금이 투입된다. 교육청 감사도받아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학부모들로 부터 채운다. 학생들은 학과에 따라 적게는 4~5만 원, 많게는 50~60만 원의 돈을 분기별로 내야한다. 하지만 이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 지자체를 속이고 오랜 기간 교직원을 기사로 부렸다.

인천생활예술고는 인천시 부평에 있다. 학생 1100여명이 재학 중이고, 특성화 형태의 학교여서 학과가 많다. 미용예술과, 노래연기과, 간호과, 호텔조리과 등이 있다. 교사와 행정직원은 50여 명에 달한다.

인천생활예술고는 국공립도 사립학교도 아닌 학력인정학교다. 학력인정학교는 여러 사정과 이유로 정규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학교다. 다만, 인천생활예술고는 ‘예술고’라는 점을 내세워서 정규 학교에 진학이 가능한 학생들도 모집한다. 이런 형태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전국에 1만1000여명 정도 된다.

이영해 교장은 2000년 3월 이 학교에 부임했다. 학교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이 교장은 이곳에 20년간 몸담았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꽤 오래전부터 이 교장은 운전기사를 교직원으로 등록하는 ‘꼼수’로 자기 돈을 절약했다.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주용성

A씨는 지난해 12월 이 학교에 취업해 약 한 달간 일했다. 노동 기간은 짧아도 경험은 강렬했다. A씨가 본 이영해 교장의 사생활은 교육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전 9시, A씨는 교장 집에 찾아가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9시면 이미 학생들이 등교를 마친 시간이지만, 교장은 그때까지도 집에 있었다.

교장 집에는 가사도우미가 있었다. 가사도우미로부터 교장이 먹을 점심 도시락을 챙기는 것이 A씨의 첫 번째 미션이었다.

학교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인, 오전 10시가 다 되어서야 교장은 집 밖으로 나왔다. A씨는 ‘회장님 자리’로 불리는 오른쪽 뒷좌석 문을 직접 열어줬다. 교장의 지시였다.

“일 시작하고 첫날인가, 둘째 날에 교장이 제게 그러더라고요. ‘잘 모르시나 본데, 기사는 제가 타는 문을 직접 열어줘야 한다’고요. 교장 도시락을 조수석에 올려놓을 때마다 얼마나 자괴감이 들던지.”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차로 불과 2~3분,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다. 교장은 이 짧은 거리를 대부분 차로 출퇴근했다.

이 교장은 학교에 도착해도 가방을 들지 않았다. 교장 가방을 ‘모셔 들고’ 교장실로 가는 것도 교장 개인 기사의 오랜 업무였다.

“영부인도 그런 대접을 바라진 않았을 거예요. 무겁지도 않은 가방을 왜 본인이 들지 않는 걸까요? 고용계약서에만 계약직 교직원이라고 되어있고, 제 일은 교장 보필하는 것이었어요. 교장이 갈근탕을 사 오라고 제게 시킨 적도 있어요.

A씨는 일하면서 ‘교장이 학교 돈으로 이래도 되나’ 의문이 들었지만, 그나마 출퇴근 시간의 교장 ‘갑질’은 견딜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교장은 시도 때도 없이, 개인적인 업무에 A씨를 불렀다.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이영해 교장

주중에는 백화점주말에는 양평 펜션운전 시켜

“오늘은 백화점으로 갑니다.”

교장은 백화점을 좋아했다. 학교 대신 백화점부터 가곤 했다. 부천은 물론이고 서울에 있는 백화점에도 갔다. 쇼핑하러 간 시간은 보통 오전이었다. 학생들이 한창 수업을 받을 때, 이 교장은 교사와 학생 모르게 움직였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은 교장과 A씨 뿐이다.

“교장은 보통 문자로 ‘어디에 갈 거니 어디에서 대기하라’고 말했어요. 학교 업무와 관련되어 보이는 일정을 간 적은 없었어요.”

교장은 개인 별장이 있는 경기도 양평에 갈 때도 A씨를 이용했다. 이 교장은 주말에 자주 지인들과 양평에 놀러 갔는데, 그럴 때도 교장은 A씨에게 운전을 시켰다.

주말 수당같은 건 없었다. 교장을 양평 별장에 태워다 주면, 교장은 알아서 돌아가라는 식이었다. 실제로 A씨는 인적이 드문 그곳에서 산 넘고 물 건너 알아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교장이 강아지를 데리고 양평에 간 적이 있어요. 교장이 저한테 ‘강아지 멀미하니까 천천히 가라’고 하더라고요. ‘나는 주말 수당도 못 받고 일하는데, 교장은 강아지만 챙기는구나‘ 생각이 들어 씁쓸하더라고요.”

양평에 가라는 지시는 교장이 아닌 교장 며느리가 했다. 교장의 며느리는 학교 행정실 직원이다. 교장 며느리는 A씨에게 쪽지로 양평 별장 주소와 출발 시간을 전달했다.

이밖에도 A씨가 기사로 불려간 곳은 많다. 친구들 모임, 교회, 병원 등을 갈 때 교장은 A씨를 불렀다. A씨는 그런 교장 때문에 ’5분 대기조‘처럼 늘 긴장하며 살았다.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이영해 교장

교장, 업무 시간에 교사들과 주사 시술피부과 방문

지난해 12월 27일, A씨 양심을 자극하는 일이 생겼다. 교장은 여느 날처럼 A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청담동 OO피부과‘

교장은 오후 2시에서 체어맨 앞에서 보자고 했다. 교장은 홀로 나타나지 않았다. 젊은 여성 교사 2명과 함께 왔다. 교사를 교장 차에 태운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A씨는 의아했다.

‘교장과 교사가 왜 서울에 있는 피부과를 가는 걸까.’

이상한 예감은 적중했다. 교사들은 피부과에 주사 시술을 받으러 갔다. 오후 2시는 분명 업무시간이었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학교가 일찍 끝나긴 해도 교사들의 공식 업무시간은 오후 5시까지다.

“교사 한 명이 차에서 ‘이거 세수하면 안 되는 거죠?’ 이렇게 묻더라고요. 얼굴에 주사를 맞은 것 같았어요. 강남에서 출발해서 차를 몰고 학교가 있는 인천에 도착하니까 오후 7시쯤 됐어요.”

이영해 교장과 운전 기사 노릇을 하던 교직원 간의 문자 대화 내용

며칠 뒤 A씨는 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 1월 9일, 교장 아들로부터 ‘자신을 태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교장 아들은 이 학교 교사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교장 아들은 태연하게 A씨에게 “오늘 방문 예정인 위치들”이라면서 주소 세 개를 찍어줬다. 모두 서울 강남이었고, 그 중에는 백화점도 있었다.

“방학이라서 교장, 교사들이 출근을 안 하는데, 교장이 자기 아들을 태워야 하니까 오라고 했어요. 얼마나 황당했는지.”

여러 수모를 겪으면서도 참았지만, A씨는 황당한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주말에 가족 행사가 있어 교장 친구 모임에 갈 수 없다고 하자 A씨는 다음날 바로 해고됐다.

해고 통보는 교장이 아닌 행정실장이 했다. 실장은 A씨에게 “술을 먹고 운전하면 어떡하느냐”면서 ‘근무 태만’으로 해고한다는 사실과 다른 말을 쏟아냈다.

A씨는 업무 중에 술을 마신 적 없고, 근무 시간에 1초도 지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실장은 굽히지 않았다. 교장의 지시를 거역할 수 없는 눈치였다.

A씨가 주말 포함 36일을 일하면서 받은 시간 외 수당은 고작 1만 원이었다. 양평 별장 앞에서 교장이 교통비와 수고비 명목으로 쥐어 준 1만 원이 수당의 전부였다.

“교장 ‘강원도 가족 여행’에서도 운전했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B씨는 A씨 보다 더한 것을 겪었다고 말했다. 정년퇴직 후 우연한 기회로 이영해 교장 개인 기사로 일한 그는 1년 넘게 교장 체어맨을 몰았다고 했다.

그는 학교 교직원으로 등록한 채 교장 운전기사로 일하는 등  A씨가 겪은 모든 것을 그대로 복사한 듯이 똑같이 증언했다.

교장 도시락과 가방 대신 들기,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교장 개인 업무에 호출,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한 것 등 모두 같았다. 양평 별장 위치까지 정확히 알았다.

B씨는 교장이 사우나에 가면 1~2시간 대기했고, 마트에 장을 보러갈 때도 운전했다고 증언했다.

“말씀하신 그대롭니다. 어떻게 제가 당했던 거를 이렇게 자세히 아시는 거죠? 그 때도 그랬습니다.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놀라워요.”

심지어 B씨는 이 교장 가족이 여행 갔을 때도 불려 나갔다고 했다.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간 교장이 “인천 집까지 운전해서 돌아가는 게 힘들다”면서 B씨를 호출했다고 전했다.

B씨는 인천에서 버스를 타고 강원도까지 갔다고 했다. 가는 데만 3시간 넘게 걸렸지만, 교장이 시키는 일이니 B씨는 별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계약직 1년 처지에서 교장의 말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B씨가 강원도까지 가는 데 쓴 교통비는 학교가 보전해줬다. 교장 가족 여행에 불려가서 학교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했는데도, 학교 행정실은 B씨가 쓴 교통비를 대신 지불했다.

여행 갈 때는 교장 내외나 교장 아들이 운전하는데, 돌아올 때는 꼭 저를 부르는 거예요. 하루 종일 시간 내서 양평이든 강원도든 가서 운전하는 거죠. 교장이 수고비를 줬다고요? 정말 말이 안 돼요.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주용성

교장, 교장 아들 대학원 수업운전 지시

놀라운 일은 더 있다. B씨는 영어 교사인 교장 아들을 특히 많이 태웠다고 밝혔다. 교장 아들이 대학원 다니던 시절, 학교까지 ‘모셔가고, 모셔오는’ 일도 B씨 몫이었다.

대학원은 서울 신촌에 있어서, 인천에서 차로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럼에도 B씨는 일주일에 2~3번씩, 그것도 저녁 시간에 군말 없이 교장 아들을 “모셨다”고 말했다.

교장 아들이 서울 강남에 있는 결혼정보업체를 다니고 그랬거든요. 제가 그것까지 태워다줬어요. 그럼에도 교장은 식사비 한 번 안 줬어요. 식사 비용을 제가 다 냈어요.”

B씨는 교장 갑질을 오랜 기간 견뎠지만, 결국 1년 반을 넘지 못하고 그만뒀다. 교장과 교장 아들이 함께 쇼핑을 하다가 B씨에게 별일 아닌 일로 짜증을 내면서 결국 퇴사했다.

“고등학교 교장 수준이 이 정도인가’ 싶었다니까요. 그 학교 교사, 교직원들은 스트레스 많이 받을 겁니다.”

학교 측 교장 개인 업무 때는 추가 비용 줬다

이영해 교장은 위와 다른 주장을 했다.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은 없었고, 합리적인 수준의 대가를 기사에게 지불했다고 말했다.

양평 별장이나 피부과를 갈 때 교직원에게 운전을 시킨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 교장은 개인적인 업무에 가달라고 부탁할 때마다 1만 원 이상의 돈을 줬고, 서로 합의 하에 업무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밥값이라든가 사례비를 줬어요. 건수마다 사례비를 다 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보통 걸어 다녀요. 먼저 직원을 퇴근시키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가끔 부탁했어요.”

의혹의 핵심인 “운전기사 월급을 교비로 지급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교장은 “맞다”고 시인했다. 교장은 “해당 교직원을 개인적으로 인맥을 통해 채용했고, 학교 비용으로 기사 월급을 줬다”고 밝혔다.

다만, 운전기사로 일하던 직원의 제1업무는 학교 시설을 고치는 영선업무였다고 동석했던 교감이 대신 말했다.

“기사가 꼭 필요한 게 아니에요. 영선 업무가 메인이었던 겁니다. 교육청에 서류를 전달할 일이 있으면 그 직원이 가고 그랬어요.”

이 교장은 교사들과 피부과에 간 사실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때가 시험 기간이었기 때문에 일찍 학교를 나서도 문제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교장은 여교사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피부과에 갔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혼을 너무너무 하고 싶은 선생님이 있어서, 제가 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안쓰럽고 도와주고 싶어서 데려갔던 거예요.”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주용성

교사, 학부모, 학생 상대로 ‘입막음’ 시도 중

<셜록>이 취재를 하자 학교는 급하게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인천생활예술고의 한 선임 교사는 후임 교사들을 불러 모아 “만약 기자에게 연락이 오면 최대한 학교에 대해서 우호적으로 답하라”는 식으로 말했다. 당시 자리에 참석한 현직 교사가 밝힌 내부 정보다.

같은 날, 학생부장은 시간 되는 학부모들을 학교로 불렀다. 학생부장과 교무부장은 학부모들에게 “신문사 기자나 누구한테 전화가 오면 학교에 대해 잘 얘기하라”고 부탁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는 자술서를 강요하고 있다.

교사들이 몇몇 학생들을 불러서 “학교를 떠난 C 선생님이 혹시 잘못했거나 언짢게 한 일이 있으면 글로 적어서 제출하라”고 시켰다.

사실 학교 측은 몇 달째 C 교사를 좋지 않게 평가하는 학생들의 증언을 모으고 있다. 이영해 교장과 학교 비리 의혹을 C 교사가 기자에게 제보를 했다고 추측해서 벌이는 일이다.

이영해 교장 갑질과 인천생활예술고의 숨겨진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여기까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학생과 학부모만 몰랐던 학교의 비밀 이야기는 앞으로 더 이어진다.

전현직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인천예술고등학교 이영해 교장이나 학교 문제에 대해 제보하실 사항이 있으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sunnybri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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