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 교사에게는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교장실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이 있다. 교장실 문에 도어락이 있지만 상관없다. 그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자연스럽게 교장실을 드나든다.

교장을 만나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용건은 다른 쪽에 있다. 교장실에 있는 커피포트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다. 동료들에게 그의 그런 모습은 당연한 풍경이 된 지 오래다.

특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주차를 할 때도 교장급 대우를 받는다. 부장 선생님과 평교사들은 대체로 학교 근처 아파트에 매달 돈을 내고 주차를 하지만, 김 교사의 주차 공간은 교장 자리 옆이다. 학교 담벼락에 주차할 수 있는 3~4곳 중 1곳을 김 교사는 이용할 수 있다.

어떻게 김 교사에게만 이런 특권이 있을까?

그는 인천생활예술고 이영해 교장의 외아들이기 때문이다. 교장 외아들이라는 출신 성분은 학교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업무를 엉터리로 해도 지적하는 용기 있는(?) 선배는 학교에 없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지난 중간고사 때, 김 교사 잘못으로 전교생 시험이 10분 늦어졌지만 징계는 없었다. 다른 교사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김 교사에겐 예외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간섭을 안 받기 때문에 그를 ‘왕자님’으로 비꼬아 부르기도 한다고 한 동료 교사가 전했다.

“학교에서 교장이 왕이라면, 김 선생님은 왕자나 다름없지요.”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주용성

김 교사 엄마는 교장, 아버지는 이사장

이영해 교장에게 아들은 특별하다. 이 교장은 당시에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34세에 아들을 출산했다. 아들은 장성해서 인천생활예술고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됐다.

김 교사는 소위 금수저다. 엄마는 교장이고, 아버지는 현재 학교 이사장이다. 김 교사의 부친 김진아 이사장은 이영해 교장이 교감이던 시절, 교장 자리에 있었다.

그에겐 취업도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그는 25살에 ‘엄마 학교’에 취직했다. 대학 졸업 전인 2012년 6월, 인천생활예술고에 입성했다. 군 복무도 하기 전이었다.

김 교사는 2016년 초에 병역의무를 시작했다. 학교 근처 구청에서 공익근무를 하다가 2018년 초에 복무를 마쳤다. 그는 곧바로 학교로 돌아왔고, 현재 영어와 진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부터 교사로 일한 것은 아니다. 2012년 6월, 입사 직후에는 행정실 막내로 일했다. 당시 그에겐 교원자격증이 없었다. 법학과 졸업예정자였던 그는 학교에서 회계를 도맡았다.

얼마 뒤 보직이 바뀌었다. 2013년 무렵, 교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부터 ‘영어 선생님’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영어 과목을 맡기 시작했다. 사실상 취업 특혜를 입은 셈이다.

여기에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김 교사는 당시에도 인천시교육청에 행정실 직원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인천시교육청이 김 교사에게 인건비를 지원한 것도 그 명목이었다.

교육청을 속인 것이다. 행정실 직원이 교편을 잡은 것은 분명 규율에 어긋난다.

“그 선생님은 2012년부터 올해 교원자격증이 제출되기 전까지 행정직원으로 보고가 됐어요. 서류상으로는 그랬거든요.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얘기는 당시에 없었습니다.” – 인천시교육청 관계자

출산휴가 간 선생님 대신 수업에 들어왔다

졸업생들은 김 씨가 처음 수업시간에 나타난 순간을 동일하게 기억했다. 여성 교사가 출산휴가로 학교에 휴직계를 내면서, 그 후 김 씨가 영어 수업을 맡았다고 했다.

 “어떤 여자 선생님이 임신으로 학교에 안 나오시면서 김 선생님이 어느 순간부터 대신 들어오신 것으로 기억해요. 수업에서 게임 얘기를 많이 하셨던 것도 기억나고요.” – 2016년 2월 미용예술과 졸업생 A

“3학년 때 부담임이 김 선생님이었어요. 수학을 가르치던 담임 선생님은 수업에 안 들어왔었는데, 부담임인 김 선생님은 영어 수업을 맡았기에 기억이 나요.” – 2016년 2월 호텔조리학과 졸업생 B

증거라면서 졸업 앨범을 찍어 보내준 졸업생도 있다. 2016년 2월에 이 학교를 졸업한 C 씨는 김 교사의 얼굴과 이름이 담긴 사진을 찍어 메신저로 보냈다.

김 교사가 교원자격증을 딴 것은 올해다.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확인받은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면, 김 교사는 인천생활예술고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군 복무를 전후로 교직 이수를 준비했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2019년에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 교직 이수를 완료했다.

전직 교직원 D씨는 김 교사가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교원자격증을 준비하던 때를 정확히 기억했다.

사실상 이영해 교장 개인 운전기사로 일한 D씨는 아들 김 씨가 교원자격증 따러 대학원을 다닐 때 자신이 통학을 도왔다고 말했다.

“제가 교장 아들을 차로 대학원까지 데려다 줬어요. 교장 아들이 교사였거든요. 영어를 가르쳤어요. 수업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가 아들을 교장 차에 태워서 인천에서 서울 신촌까지 왔다 갔다 했어요. 수업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밤 10시 11시가 되면 다시 인천으로 모셨고요.”

김 씨는 교원자격증을 땄지만, 교육청을 속이는 일은 해결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김 선생님은 영어를 가르칠 수 없다. 그가 대학원에서 이수한 과목은 ‘일반사회교육’이다. ‘영어’에 대해 교직 이수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

하지만 김 교사는 지금도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현재 3학년 간호과에서 영어를 가르친다고 인천생활예술고 재학생이 밝혔다.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주용성

교장 며느리도 행정직원으로 특혜 채용

채용 특혜로 보이는 사례는 더 있다. 김 교사의 아내이자 ‘교장의 며느리’인 최아무개 씨가 지난해 2월, 행정실 직원으로 채용됐다. 애초에 그 업무를 하던 사람은 퇴사했다.

최 씨는 행정실에서 일한 경력이 짧지만, 들어오자마자 실세 노릇을 했다고 전직 행정실 직원 E씨가 전했다. 근태가 엉망이어도 행정실장이 지적을 못했다고 한다.

“해당 업무를 하던 사람은 쫓겨나듯 나가야 했죠. 교장 며느리는 늦게 출근해도 행정실장은 아무 말도 못해요. 사실상 교장 며느리가 파워가 세거든요.”

심지어 교장 아들 친구 이아무개 씨도 어느 날부터 학교 행정실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고 E씨는 전했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하루아침에 ‘시설관리’ 업무로 옮겼다고 전했다.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그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를 밀어내고 교장 아들 친구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졌으니. 사무실 직원이 갑자기 시설 관리직이 된 겁니다.”

교장 가족과 측근을 학교에 마음대로 취직시킨 것으로 보이는 증언이 다수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1100여명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를 마치 가족 기업처럼 운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이영해 교장

교장 아들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수업

김 교사는 과거에는 영어회화 전문강사 신분으로 가르쳤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답변했다. 교원자격증은 없었지만, 학교에서 강사로 채용했기 때문에 수업이 가능했다는 취지다.

“영어회화 전문 강사로 수업에 들어간 거고요. 이게 자격증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별표2 <산학겸임교사 등의 자격기준>에 따르면, 교원자격증이 없더라고 학사 학위만 있으면 학교에서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일할 수 있다. 그래도 보통은 영미권 거주자였거나,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국가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TESOL’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채용된다.

따라서 인천생활예술고가 김 교사에게 영어회화 전문강사 명목으로 채용해서 영어 과목을 맡긴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다만, 김 교사의 채용이 이례적이고 특별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지난 몇 년간 인천생활예술고에서 낸 <기간제교사 초빙 공고문>을 보면 ‘교원자격증 소지자’만 응시가 가능했다. 영어는 물론이고 간호와 음악, 가정, 미술, 조리, 실용음악 과목도 그렇게 뽑았다. 김 교사의 군 복무로 인해 2017년 초에 채용한 영어 기간제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장 아들은 학교에서 교원자격증 없이 영어를 가르쳤지만, 2017년 영어교사 채용 공고에는 교원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응시할 수 있다고 정했다. 차별이다.

김 선생님 공백 시기에 뽑은 영어 과목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문.

이영해 교장은 관련 의혹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문자와 전화에 응답하지 않는다. 학교의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실장도 연락을 피하고 있다.

1화 기사가 나오고, 이영해 교장은 학교의 모든 직원에게 피자를 돌렸다.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이 교장이 교직원들에게 베푸는 일은 거의 없다”고 현직 교사가 내부 이야기를 들려줬다.

실제로 수많은 전현직 교직원들이 이영해 교장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더 나아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몇몇 교직원들은 고용노동부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피자 사주는 교장과, 갑질 행각 교장. 어느 게 이영해의 진짜 모습일까. 판단의 근거는 3화 기사에서 밝힐 예정이다.

다음 주제는 교사와 학생들이 당한 ‘교장의 갑질’이다.

전현직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인천예술고등학교 이영해 교장이나 학교 문제에 대해 제보하실 사항이 있으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sunnybri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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