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은 순수하신 분이에요. 머리, 손톱을 보세요. (꾸민 것) 전혀 없고…”

이영해 교장이 눈물을 터뜨리자, 교무부장이 대신 말을 이어갔다. 지난 9일 일이다. 각종 의혹에 대한 교장의 견해를 듣기 위해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를 찾았다.

“교사들에게 본인 미용을 강요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교장은 눈물을 흘렸다. 이영해 교장은 “결코 갑질을 한 적 없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제보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제보자가 누군지 추궁했다.

“제가 만약 선생님들에게 제 손톱 관리(네일아트)를 시켰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교감 선생님도 해달라 하고, 교무부장 선생님도 하라고 시키고 그랬겠죠. (중략) 그러니까, 직원 누가 (제보) 했냐고요?

교장은 딱 한 번 미용 교사에게 ‘미용 서비스’를 받은 적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무렵, 아들 김아무개 영어 교사의 결혼식을 앞두고 교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네일아트를 받았다고 말했다. 교장은 “평소에 손톱 (네일 아트) 같은 것은 안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안 한다’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그래도 교장 선생님 하셔야 해요’ 말하니까 고민하다가 (네일아트) 받은 거예요. 제가 여왕처럼 손을 뻗치고 앉아서 그랬다고 해요? 아닙니다. 그랬다면 제가 (개방된 장소인) 교무실에서 받지도 않았을 거예요.“

지난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이영해 교장은 비슷한 말을 했다. “교사들에게 머리 손질을 해달라고 지시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이 교장은 “나는 ‘생머리’이기 때문에 미용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교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머리하게 되면 미용실 가서 하지요. 저는 생머리예요.”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갑질을 당했다”고 말하는 교직원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적 없다”고 주장하는 교장의 말이 사실이 아닐까? 아래 이어지는 내용은 교장 주장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 이야기다. 전현직 교사와 학생들이 겪은 이야기다.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주용성

인간 대 인간으로 말 못하게 당했습니다

인천생활예술고에서 교사로 일했던 A씨는 교장실로 들어가는 미용 교사들을 자주 목격했다. 오전 10시 무렵, 늦게 출근한 이영해 교장은 미용 교사들을 교장실로 호출하곤 했다. 다른 교사에게 ‘OO 선생님 좀 부르라’ 시키기도 했다. 쉬는 시간은 물론, 수업시간에도 교장의 호출은 예외없이 이뤄졌다.

불려간 이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성 교사들. 막 정교사가 됐거나, 기간제로 들어온 미용 교사들이 교장실로 소환됐다. 이들의 손에는 미용 수업에서 쓰는 헤어드라이기와 볼륨 빗이 들려 있었다.

미용교사가 교장실에 간 이유는 하나. 교장 머리에 볼륨을 넣기 위해서다. 그럴 때마다 교무실 밖으로는 ‘웅’하는 드라이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장에게는 자주 가는 미용실이 있다. 보통 교장은 그 미용실에서 머리를 관리한다. 하지만 미용실이 문을 닫으면 미용 교사들에게 의지하곤 한다. 학생들과 캠프를 갈 때도 그랬다. 동행한 미용 교사는 며칠간 교장 전담 미용사가 되어야 했다.

A 교사는 이런 장면을 인천생활예술고에 재직한 2년동안 적어도 5~6번은 봤다고 했다. 당시 이영해 교장은 교사들 다 듣는 곳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 실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미용을 시켜보는 거예요.”

“기간제 교사들에게 교장이 뭔가 시키면 어떻게 그 사람들이 그걸 거부하겠어요. 교장이 뭐라고 했냐면 ‘내가 선생님에게 기회를 주는 거야. 과연 얼마나 잘하는지, 학생들에게 잘 가르치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하잖아?’ 이렇게 말했던 게 기억이 나요.” – 전직 교사 A씨

B 교사도 미용 교사를 개인 미용사처럼 대하는 교장을 자주 봤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미용을 거부했던 한 교사의 에피소드를 선명히 기억한다고 했다. 지금은 퇴직한 교사가 “더 이상 못 하겠다”고 말하자 교장이 해당 교사에게 압박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몸이 안 좋아서 어떤 선생님이 교장에게 ‘머리 이제 못 하겠어요’ 했나 봐요. 그때 교장이 뭐라고 하신 줄 아십니까? ”선생님은 지금 큰 기회를 놓쳤어”라고 했어요. 당사자에게는 재계약 안 하겠다는 소리로밖에 안 들리죠.“ – 현직 교사 B씨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이영해 교장

직접 피해를 당한 C 교사는 그때의 기억을 어렵게 끄집어냈다. 며칠 고민하다가 제보를 결심한 C씨는 “A와 B 교사 말이 사실이냐”는 기자 질문에 “모두 맞다”고 답했다. C씨는 인천생활예술고에서 일한 그 때를 ‘지옥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일부러 (교장의) 미용을 엉망으로 한 적도 있어요. 절 다시 부르지 않게요. 임신한 사람에게 ‘바보냐’는 폭언을 퍼붓기도 했어요. 인간 대 인간으로 정말 말도 못 하게 많이 당했는데 이제야 터지네요. 벌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전직 교사 C씨

교장의 갑질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밖에도 많다. 특히 교장에게 네일 아트를 해주는 교사를 한 번 이상 봤다는 전현직 교사들이 다수다. 목격자 중에는 학생도 있다. 재학 중인 D, E 학생은 기자가 묻기도 전에 교장 갑질에 대해 말했다.

비 올 때 체육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에게 우산을 씌우고 정작 자신은 비를 맞고 가더라고요. 정말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습니다.” – 재학생 D씨

임신한 여자 선생님께 ‘너만 임신하냐’며 ‘유난 떨지 말라’고 폭언을 하고, 학교에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데려오기도 하는데요. 학교인지 놀이터인지 구분 못 하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잘못 없는 선생님들이 피해받지 않도록 해주세요.” – 재학생 E씨.

인천생활예술고 미용 수업 모습

시간당 2만원 받고 교장 미용 알바 했어요

학생도 교장 외모 꾸미기에 동원됐다. 2019년 2월 학교를 졸업한 F씨는 이영해 교장이 실습실에 불쑥 들어오던 작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수업 중이었다. 미용예술과 학생들이 한창 헤어실에서 실습을 받고 있을 때 교장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얘들아. 나한테 한번 해보렴. 나같은 선생님도 해봐야지.”

모두가 당황했다. 실습 중에 들어와 ‘손님놀이’를 하려는 교장을 F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수업을 진행하던 교사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교장은 평소처럼 담당 교사에게 반말했다.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학생 취급했다. F씨는 그 순간이 불편했다.

“‘얼른 해드리고 말자’ 생각했어요. 선생님을 도와서 교장 머리를 빨리 했어요.” – 2019년 2월 졸업생 F씨.

이영해 교장은 학생에게 미용 알바도 시켰다. 2015년 고3이었던 G씨는 교장에게 시간당 2만 원씩 받고 교장에게 마사지를 했다고 말했다. 한 번에 2시간씩 진행됐고, 1주일에 2~3번 ‘알바’를 갔다. G씨는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부항을 뜨는 ‘불부항’을 이영해 교장에게 떠줬다고 했다.

알바 제안은 교장이 직접 했다. 교사를 통해 G씨를 교무실로 부른 교장은 “피부관리숍에서 늘 받던 관리가 있는데 사정상 못 다니게 됐다”며 “관리하던 장비를 가지고 있으니, 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G씨는 4년 전 일을 비교적 잘 기억했다.

“학교에서 마사지에 필요한 오일이나 수건 등을 챙겨 ‘별장’ 같은 곳에서 마사지를 했습니다. – 2016년 2월 졸업생 G씨

G씨의 말을 종합하면 ‘별장 같은 곳’은 과거에 C 기숙사로 불린, 학교 인근에 위치한 오래된 단독 주택으로 보인다.

“오래된 주택이었어요. 방에 마사지용 베드가 놓여 있었어요. 싱크대도 하나 있었고요. 그리고 마사지할 때 필요한 트레이가 있는데, 그것도 2~3개 있었고요.” -2016년 2월 졸업생 G씨

인천생활예술고 미용 수업 모습

이영해 교장은 ‘미용’에 왜 그리 관심이 많을까. 이 교장은 미용 교사였다. 1988년 3월 처음 미용을 가르쳤고, 2000년에 인천생활예술로 옮겨 왔다. 정교사 자격증은 따지 못했다. 현재도 정교사 자격증 없는 실기교사로 남아 있다.

2018년 3월 개정된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취업규칙>에 따르면 이영해 교장은 ‘교장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규칙 제10조에는 ‘교장은 사립학교법 제53조 규정을 준용하되 ‘중등1정 이상’의 자격을 갖추고 교육경력 15년 이상 근무한 경력 및 ‘인격과 덕망’이 있는 자라야 한다’라고 나와 있다. 이영해 교장은 ‘실기교사’ 자격만 있을 뿐, 중등1정 이상의 자격자가 아니다.

기숙사 사감 월급, 고작 20만 원

싼값에 인력을 쓰는 것도 이영해 교장이 벌인 일 중 하나다.

인천생활예술고에는 2015년 12월까지 기숙사가 있었다. 그 시절, 이영해 교장은 여자 졸업생들을 기숙사 사감으로 기용하곤 했다. 사감은 4층짜리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수십 명의 학생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사감의 노동시간이 길었다. 학생 등교, 아픈 사람 있는지 확인, 문단속까지 해야 했으니, 오후 4시 반무렵부터 다음날 아침 8시 반까지 기숙사에 남아야 했다. 주6일 근무, 토요일 하루 쉬고 일요일에도 일했다.

“사감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에 그 일을 했어요. 그래서 얼마나 자기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교사를 시켜준다’는 약속은 지켰던 모양입니다. 실제로 교사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 전직 교사 C씨.

월급은 50만 원 이하였다. 근로계약서도 없었다. 4대보험이나 퇴직금은 꿈도 못 꿨다.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었다.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일한 셈이다. 당시 사감들이 이런 부당대우를 견딘 건 “교사 시켜주겠다”는 교장의 약속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사감을 했던 분은 2015년에 사감 일을 하면서 기간제 교사로 일 했어요. 근데 교장이 월급을 5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줄이겠다고 했다네요. 예전에 사감 일을 했던 현직 교사가 교장에게 ‘나는 20만 원 줬는데, 왜 걔는 50만 원 주느냐’고 따진 후로 그렇게 됐다고 해요.” – 전직 교사 C씨

교장 아들 김아무개 영어 선생님 SNS 계정에 올라온 교장 일가 유럽여행 사진

교장 아들에게만 ‘3주 휴가특혜

지난해 9월, 이영해 교장은 자신의 외아들인 김 교사와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김 씨의 신혼여행을 따라간 것이다. 남편이자 현재 학교 이사장인 김아무개 씨도 동행했다. 외아들의 아내는 학교 행정실 직원 최아무개 씨. 여행을 떠난 네 명은 모두 학교 관계자이면서 한 가족이다.

교장 부부는 2주, 교장 아들 부부는 3주간 유럽에 머물렀다. 3주 휴가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군 복무를 막 끝내고 복직한 교장 아들과 학교에 취업한 지 1년도 채 안 된 그의 아내에게 준 ‘3주 휴가’는 특혜였다. 이들을 제외하고 교사 누구도 학기 중에 ‘3주 휴가’를 간 사례는 없다.

교장 일가족 여행 얘기를 꺼낸 것은 그동안 만난 현직 교사들이 이 사건을 가장 많이 언급했기 때문이다. 교장 발에 박힌 가시를 뽑고, 학교 화단에 비닐하우스를 치는 데 강제 동원된 동료들을 곁에서 봐온 현직 교사들은 당시 교장 아들에게 주어진 3주 휴가가 마치 ‘화이트리스트 갑질’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10년 전에 터졌어야 할 것들이 썩어 문드러져 이제 나오네요.”

2010년 2월에 졸업한 H씨의 말이다. H씨는 “졸업한 지 9년 됐지만 고교 시절에 당했던 일들을 지금이라도 터뜨리고 싶다”며 현재 교사로 일하는 몇 명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중이다.

2007년 2월에 졸업한 I씨는 “<셜록>의 보도 이후 고교 동창들이 있는 단체 대화방이 오랜만에 활성화됐다”면서 “친구들과 당시 기억을 떠올려 지금이라도 제보할 것이 있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기사는 교장 관련 ‘돈’ 이야기다.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일에 대해 학교 측에서 대답을 강요하고 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sunnybri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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