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아무래도 제 아이가 성추행을 당한 것 같아요.

지난 2016년 B 교사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학부모는 남학생의 어머니였다. 자신의 아들이 학교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말을 담임인 B 교사에게 전했다.

“저희 학교에는 그럴 분이 없을 텐데요. 어머니.”

“아니에요. 저희 아이가 남자 선생님한테 당했다고 했어요.”

학부모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교사는 A 교사였다. A 교사는 남자다.

학부모가 긴 망설임 끝에 밝힌 사실은 충격이었다. A 교사가 아들의 성기를 만졌다고 말했다. 화장실에서 학생에게 “예쁘다”라고 얘기하면서 학생 신체의 중요 부위에 손을 댔다고 했다.

“선생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가 이것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해요.”

B 교사는 학부모 전화를 끊자마자 A 교사를 찾았다.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A 교사는 신입생 홍보를 가서 자리에 없었다. 출장 중이었다.

대신 B 교사는 선배 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선배 교사는 B 교사에게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자 선생님이 직접 말하기 민망할 것”이라면서 자기가 대신 전하겠다고 했다.

얼마 뒤 B 교사는 선배 교사가 어떻게 A 교사에게 말을 전했는지 궁금했다. 과연 학부모의 말의 사실인지, A 교사가 학생에게 사과를 했는지 등을 알고 싶었다.

B 교사의 궁금증을 풀어준 것은 A 교사였다. 빈 교실 뒷정리를 하고 있던 B 교사에게 A 교사가 다가오더니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대화를 나누자고 했다. B 교사는 어렵게 물었다.

“A 선생님. 서로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맞죠?”

“사실 그런 일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중간에 이런 일 겪게 해서 미안해요.”

B 교사는 A 교사의 말을 듣고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학생과 연락을 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달라는 A 교사의 요구에 조용히 따랐다. 그 후 그 일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모른다.

돌이켜 보면 그런 선생이 아직도 학교에서 멀쩡히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무서워요. A 교사는 여학생들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잘생기거나 키 큰 남자 학생들이 있으면 관심을 보였어요. 성추행은 절대 안 되죠. – 전직 B 교사.”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주용성

“10년 전에도 성추행 심했다”.. A 교사, 학생 성기 만져

2010년 인천생활예술고를 졸업한 한 졸업생은 인터뷰를 통해 A 교사가 남학생들을 오랜 기간 성추행해왔다고 밝혔다. C 씨는 10년 전 졸업한 학교 얘기를 꺼내면서 A 교사를 언급했다.

“A 선생님 아직 계십니까? 그 선생님 뭔가 좀 달랐어요. 막대기로 엉덩이 찌르고, 강제로 뽀뽀하는데 정도가 지나쳤어요.” – 2010년 졸업생 C 씨.

사실일까?

“이건 제가 직접 겪고 본 겁니다. 팩트예요. 손 잡고, 포옹은 기본이고 성기를 만지기도 했다니까요.” – 2010년 졸업생 C 씨.

C 씨의 진술은 구체적이었다. C 씨는 자신과 친구들이 당한 일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C 씨에 따르면 잘 생기고 몸이 다부진 학생들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는 A 교사가 팔로 학생의 머리를 감은 뒤 자신의 얼굴을 대고, 볼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반하게 생긴 애들을 보면 웃고, 혀를 날름거리기도 했어요.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어요. 저는 덩치가 있는 편이어서 ‘왜 이러세요’라고 하니까 더 이상 하지 않았는데, 완강하게 대처하지 않은 학생들이 피해를 많이 당했어요.” – 2010년 졸업생 C 씨.

방학 직전, 영화 시청으로 수업을 대체할 때 특히 심했다고 전했다. 불을 끈 상태로 영화를 보기 때문에 A 교사가 어두운 상황을 이용해 학생들을 성추행했다고 말했다.

“뭔가 말하려고 하면서 학생 쪽으로 고개를 숙여요. 그런 다음에 성기를 슬쩍 만지는 거예요. 그 때 학생들이 너무 어려서 적극적으로 싫다고 못한 거죠. A 선생님은 만진 다음에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고 속삭였어요.” – 2010년 졸업생 C 씨.

재학생도 성추행 피해 증언.. “옷 속에 손 넣었다

C 씨의 증언을 토대로 피해자가 더 있는지 찾아본 결과, 5명의 피해자를 확인했다. 반나절 남짓 확인한 결과가 그 정도였다. 피해자 중에는 현재 인천생활예술고를 다니는 학생도 있다.

재학생 D 씨의 증언은 C 씨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17년 A 교사가 D 씨의 옷에 손을 넣었다고 말했다. 옷에 손을 넣어 몸을 더듬고, 입에 손가락을 넣었다는 게 D 씨의 말이다.

“등 쪽으로 손을 넣어서 더듬다가 손이 앞쪽으로 가더라고요. 그때는 제가 참을 수 없어서 ‘선생님, 제발’ 이렇게 얘기했더니 A 선생님이 ‘싫어? 그래서 싫으냐고?’ 이렇게 되물으시더라고요. 학생이 선생님한테 막 대할 수 없으니까 그냥 적당히 싫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 재학생 D 씨.

D 씨의 고민을 듣고 움직인 것은 E 선배였다. 같은 재학생이었던 E 씨는 D 씨 얘기를 듣고 대신 A 선생님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A 교사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제가 장난식으로 ‘애들 엉덩이 좀 만지지 마세요’ 이렇게 말했는데 A 선생님은 거기에 대해서 별다른 말씀을 안 하신 걸로 기억해요. 그 선생님 소문 안 좋은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 2019년 졸업생 E 씨.

A 교사는 그 일이 있고 나서 D 씨 인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피해자들도 A 교사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면 늘 인사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보복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엉덩이 더듬는 것은 여전히 예삿일로 벌어진다고 D 씨는 말했다. 거부 의사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학생들이 표적이 되는 것 같다고도 밝혔다.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저를 죽여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봐요. 너무 불편해요.”  – 재학생 D 씨.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주용성

젊은 남자 교사 유두’ ‘사타구니만졌다

학생들만 당한 게 아니었다. A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심하게 받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젊은 남자 교사들이었다. F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이 이 학교에 오고 며칠 안 된 시점에 A 교사가 자신의 유두를 만졌다고 했다.

이 학교로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교무실 지나가면서 인사하는데 갑자기 가슴을 만졌어요. ‘일 안 힘드냐’ 물어보면서 가슴을 만지면서 유두를.. 밀치지는 않았지만, 제가 몸을 돌려서 피했어요. 상당히 기분이 나빴죠.” – 현직 F 교사.

전직 교사 G 씨도 A 교사의 과한 스킨십에 괴로웠다고 말했다. A 교사가 느닷없이 자신의 귓불을 만지고, 사타구니 쪽으로 손을 깊숙이 넣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H 씨에 따르면 주로 결혼을 안 한 남자 교사들이 피해 대상이 됐다고 한다. 화장실에서 젊은 남자 교사와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말을 걸면서 손을 잡거나 가슴을 꼬집었다고 말했다.

“저도 많이 당했지만 제 동료 교사는 더 심하게 당했어요. 한 번은 젊은 남자 교사들끼리 같이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그때 조심스럽게 제가 A 교사 얘기를 꺼내니까 동료 교사도 ‘선생님도 당했군요’라고 말하면서 자기가 당한 걸 말하더군요.” – 전직 H 교사.

심지어 A 교사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때 적극적으로 질문을 했다고 H 씨는 전했다. ‘○○를 만지면 성추행입니까’ 식의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H 씨는 섬뜩했다고 말했다.

“A 선생님이 성희롱 교육 받을 때 질문하는 것을 듣고 ‘저 사람 찔리긴 하나보다, 이제 안 하려나 보구나’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 전직 H 교사.

정교사 전환 직전이라 피해 신고 못 했다

I 교사는 가족에게도 말 못 한 피해 사실을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I 씨는 학교 교사들끼리 단합대회를 갔을 때 A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2016년 새 학기 시작 전 겨울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했다. I 씨와 A 교사, 그리고 다른 교사가 빈방에 같이 있는데 A 교사가 누워있던 I 교사 성기에 손을 갖다 댔다고 주장했다.

“옆으로 누워서 얘기를 하던 중이었어요. A 선생님이 손을 점차 성기 쪽으로 가져다 대더니 손을 올려놓았어요. 그러더니 저에게 자기 몸도 만져보라고 그러더라고요.” – 전직 I 교사.

I 교사는 당시의 당혹감을 설명하면서 ’사고가 잠시 정지됐었다‘고 표현했다.

제가 거부하니까 ‘너는 젊은 애가 왜 그러니’라고 말했어요. 선배인 A 선생님을 제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도 있고, 그 때 제가 한마디로 그냥 얼었던 것 같아요. 당황해서.” – 전직 I 교사.

평소에 A 교사가 I 교사 가슴을 만질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이 때만큼은 명백히 성추행이라는 I 씨는 판단했다. 하지만 I 씨는 항의를 할 수 없었다. 정규직 전환을 코앞에 둔 상황이었다.

“이상했던 건 그 방에 다른 선생님이 계셨어요. 제가 당하는 걸 모두 보셨는데 여기에 대해서 아무 말도 안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너무 수치스러워서 어디에 말도 못 했어요.” – 전직 I 교사.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주용성

2010년 졸업생 C 씨의 증언대로면, A 교사의 성추행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A 교사는 여전히 교편을 잡고 있다. 현재 인천생활예술고에서 주요직책을 맡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안 성폭력, 성희롱을 고발하는 ‘스쿨미투’가 터지면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등의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문제의 행위를 한 교사를 학생으로부터 분리시키고, 피해자가 경찰기관에 고발하게 되면 협조하겠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지난 4월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셜록>은 A 교사에게 성추행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혀 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이 없다. “통화와 문자를 정중히 사절한다”는 답을 대신 보내왔다.

인천생활예술고 교사로부터 폭언 폭력을 당했거나 성추행 성희롱 피해를 입으신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sunnybri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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