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학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백 아무개 교사가 여전히 인천생활예술고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셜록>은 지난 5월부터 인천생활예술고 문제를 집중 보도하면서 백 교사의 성추행 문제도 다뤘다. 관련 기사가 공개된 이후 백 교사는 “죽고 싶다”는 말을 동료 교사들에게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백 교사는 방학 때 다시 학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학교에 사직서를 냈지만, 이영해 교장은 백 씨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파면이나 해임 등의 결정도 없었다. 개학 전까지 징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 씨는 현재 출근을 안 하고 있다.
백 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는 <셜록>이 파악한 것은 10명 남짓.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남자다. 백 씨는 재학생은 물론이고 젊은 교사까지 성추행했다. 그의 수법은 비슷했다. 상대방 동의 없이 자기 손가락을 타인의 입에 넣거나, 가슴을 만지는 게 대표적이었다고 피해자들은 말했다.
백 씨가 타인의 민감한 신체 부위도 만졌다는 증언도 있다. A 전직 교사는 워크숍 때 백 씨가 자신의 성기를 만졌다고 밝혔다. 2010년 2월, 이 학교를 졸업한 B 씨는 완강하게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백 씨가 수업 중에 자신의 성기를 만지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백 씨 사건은 <셜록>이 기사를 발행한 직후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인천삼산경찰서는 인천생활예술고 재학생 전원에게 백 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지를 돌렸다고 지난 7월 말했다. 미성년자 피해자가 있는지 우선적으로 파악해 수사하려는 취지였다.
<셜록>도 수사에 협조했다. 수사를 원하는 성인 피해자 정보를 당사자 동의하에 경찰과 공유했다. 이규연 삼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팀장은 재학생 수사를 마치면 <셜록>이 파악한 피해 사실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팀장은 “현재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 중이고, 학생들 조사가 끝나면 언론 제보자 상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징계위가 열려야 파면, 해임, 정직, 견책 등의 불이익이 백 씨에게 내려진다. 인천생활예술고 규정집에 따르면, 교사 징계위를 열 수 있는 권하는 학교장인 이영해 교장에게만 있다. 하지만 이영해 교장은 1학기 기말고사와 여름방학 동안 징계위를 열지 않았다.
신아무개 부장교사는 <셜록>과의 통화에서 보도 직후가 방학이어서 징계위를 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학이 시작돼서 징계위를 열지 못했습니다. 더불어 교육청에서 어떻게 하라는 지시가 없었습니다.”
인천시교육청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부터 성추행 가해 교사인 백 씨와 학생들을 분리조치 했다고 밝혔다. 백 씨와 학생들이 대면하지 않도록, 백 씨에게 수업을 맡기지 말 것을 학교에 권고했다고 전했다. 인천생활예술고와 논의해 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성교육을 진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만약 이영해 교장이 징계위를 계속 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천시교육청 설명에 따르면, 학교에 백 씨의 징계를 강제할 방법은 현재 없다. 인천생활예술고는 학교가 아닌 평생교육시설이기 때문에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인천시교육청 주장이다. 인천생활예술고 교사는 사립학교법에 따른 교직원이 아니고 근로자이기 때문에 인사처리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다고 했다.
국공립학교이거나 사립학교의 경우 성추행 사건이 터진다면, 시도교육청은 교내에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등 교육청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평생교육시설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을 적용시킬 수 없다고 인천시교육청은 말했다.
교육청의 설명대로면 이영해 교장이 백 씨를 계속 징계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백 씨와 함께 학교에 다닐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인천생활예술고 교칙에는 성범죄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교사에 대한 처분 규정이 전혀 없다. 형사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에는 해고사유가 되지만, 교칙대로면 재판부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백 씨는 교단에 설 수 있다.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도 인천시교육청과 비슷한 답변을 했다. “인천생활예술고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백 씨에 대해서 인천시교육청이 징계 요구를 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권장하도록 하는 지도 감독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인천시교육청과 교육부의 설명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의를 제기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생긴 2017년 11월 이전에도 학교형태 학력인정학교에 학교에 대해 시도교육청이 전수조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면서 “인천시교육청은 평생교육법에 근거해 성추행 건과 관련해 지도 감독이나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평생교육시설에 대한 지도 감독 미비에 대한 지적이 계속 있어서 2015년 3월 지도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이 새로 도입이 되었는데도 법이 생기기 전처럼 ‘할 수 없다’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시설의 수가 많지 않아 아직까지 명확한 지침이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평생교육법 제42조 2항에 따르면 인천시교육청은 평생교육시설인 인천생활예술고에 대해 회계 관리 및 운영 실태를 지도 감독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그 밖의 필요한 지시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법이 공포된 2016년 3월 법제처가 밝힌 평생교육법 개정 이유는 “지방자치단체가 학교형태의 평생교육시설에 「초ㆍ중등교육법」상 학교에 준하여 지원하도록 하고, 소외계층 교육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지도ㆍ감독 등을 강화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다.
백 씨의 징계위 회부가 잘못을 바로잡는 것과 더불어 연금 문제에서도 중요하다. 백 씨는 현재 사학연금을 내고 있다. 만약 징계위에서 파면이 결정되면 백 씨가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은 사직하는 경우와 달리 크게 줄어든다.
인천생활예술고는 여러 의혹에 대해서 여전히 공개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학년 학부모회장을 비롯한 학부모들이 학교에 의혹 전반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물음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다. 학교 측은 “본교 총학생회 학부모회장을 중심으로 요구서를 발송”하라면서 개별적인 문의를 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총학생회 학부모회장은 학부모 전체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투표로 뽑힌 자리도 아니다. 학부모회장은 지난 6월, 다른 학부모들과 상의하지 않고 학교 측과 일방적으로 여러 안건을 협의하고 관련 내용을 비공개로 해 논란을 일으켰다. 2학년 학부모회가 따로 학교에 팩스를 보내 논란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인천생활예술고에 대한 인천시교육청의 감사 결과는 이르면 9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