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삼산경찰서가 성추행 피해자 연락처와 피해 사실을 제보 받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산경찰서는 축소 수사 의혹이 제기된 지난 10월 24일에야, 다른 피해자를 소환 조사하는 등 관련 사건을 보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셜록>은 지난 6월 28일 인천생활예술고 백아무개 교사가 10년 넘게 학생과 젊은 교사들을 성추행해 왔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셜록>이 만난 피해자들은 백 씨가 학생과 동료 교사들의 신체 민감한 부위를 만지거나 옷 속에 손을 넣었다고 증언했다.

삼산경찰서는 보도 직후 수사에 착수했다. 인천생활예술고 재학생과 교사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는 등 피해 사실을 추적했다. 미성년 피해자를 우선 수사한 삼산경찰서는 미성년자추행죄를 적용해 백 씨를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연 삼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팀장은 미성년 피해자 수사를 마치면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셜록>은 지난 7월 4일 제보자의 동의를 받아 피해자 연락처와 피해 사실을 정리해 삼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전달했다.

하지만 삼산경찰서는 <셜록>이 제보한 피해자 중 피해 정도가 가장 큰 A 씨를 빼고 수사한 것으로 지난 10월 24일 드러났다.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주용성

A 씨는 수년 전 학교 교사들끼리 단합대회를 갔을 때 백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직 교사다. A 씨는 <셜록>과의 인터뷰에서 ”백 씨와 다른 동료 교사와 빈방에 누워 있는데, 백 씨가 갑자기 내 성기에 손을 갖다 댔다“고 증언했다.

<셜록>은 지난 7월 피해 사실을 경찰에 제보한 후 여성청소년계 이규연 팀장에게 ”성추행 피해자들이 경찰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며 문자 등으로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이 팀장은 제보 이후 <셜록>의 연락을 피했다.

<셜록>이 축소 수사 의혹을 제기하자 이 팀장은 ”착오로 피해자 한 명을 빠뜨리고 수사했다“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백 씨나 인천생활예술고에 유리한 수사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삼산경찰서는 성인 피해자들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서 측은 “성인 피해자 B 씨 사건은 이미 지난 10월 24일 검찰에 송치됐지만, 논란이 일자 담당 검사와 논의해서 송치됐던 걸 취소하고 보강수사 후 다시 단계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미흡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는 또 있다. 인천생활예술고의 한 관계자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성추행 피해 사실을 경찰에 알린 교사가 있는데, 수사관이 해당 교사에게 지금까지 연락하지 않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면서 “성추행 피해 조사 대상에서 행정실 직원들이 제외된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한편, 대외적으로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백 씨는 최근 일부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백 씨가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시도한다는 얘기를 경찰에게 들었다”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한 합의 여지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주용성

백 씨는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셜록> 측에 “성범죄로 매도된 뒤 사회공포증과 대인 기피증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서 “인천생활예술고 비리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백 씨는 인천생활예술고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직접 글을 올려 범죄 사실을 부인했다.

“나의 행동은 여러분들과 지내면서 친밀감과 사랑하는 마음과 격려의 따뜻한 마음에서 나온것이지 절대로 고의나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리고 여러분들도 생각 하시리라 믿습니다.” – 백 아무개 교사

백 씨는 최근 다시 학교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부터 백 씨와 학생들을 분리조치를 지시했지만, 한 재학생은 “백 씨가 10월 말 방과 후 학교를 방문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영해 인천생활예술고 교장 일가와 측근은 기자와의 접촉을 계속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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