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돈을 개인 회계로 빼돌렸던 이영해 인천생활예술고 교장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학생 돈을 뒤늦게 교비에 편입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재학생과 학부모, 졸업생 모르게 이뤄진 일이다. 학생 돈을 사적인 용도로 쓰지 않았다고 수사기관에 주장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보인다.

‘교장 선생님 지출’이란 이름의 문서는 행정실 직원이 관리했다. MS 엑셀 파일 형태의 문서는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어 특정 직원만 확인할 수 있다. 장부에 돈이 떨어질 때 쯤 교장이 담당 교직원에게 돈을 건넸고, 해당 교직원은 교장의 지출 내역을 보고 받아 정리했다.

장부 관리는 교직원이 했지만, 회계는 모두 사적인 데 쓰였다. 교장의 개인 세금, 병원비, 미용비, 신발수선비 등이 지출 항목에 빼곡히 적혀 있다. 교장 아들인 김아무개 영어 교사 연말정산을 낸 이력도 문서에서 확인된다. 이 문서는 2014년 5월 13일부터 작성됐다.

교장 비밀 장부인 <교장 선생님 지출> 문서의 일부 내용

문제가 되는 것은 교장 개인 회계 장부에 학생들이 낸 돈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인천생활예술고에는 재학생들이 예비 졸업생에게 졸업 선물(개인 도장)을 주는 전통이 있었다. 1, 2학년 학생들이 소정의 돈을 내면 학교가 이 자금으로 졸업생들에게 선물을 사주는 방식이다.

이영해 교장은 졸업생 도장을 사고 남은 돈을 자신의 개인 장부에 넣었다. 2015년 4월 6일에 11만6000원, 2016년 2월 11일에 29만8000원이 장부에 들어왔다. 2017년 2월 20일 수입란에도 ‘3학년 도장대금 잔액’이라는 설명과 함께 21만4800원이 입금됐다. 총 62만8800원이다.

교장 비밀 장부인 <교장 선생님 지출> 문서의 일부 내용

<셜록>은 확보한 장부를 토대로 지난 6월 이영해 교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 후 이영해 교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장부를 관리했던 전현직 교직원 4명 가운데 2명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다. 이 중 한 명은 이 교장의 며느리다.

본격적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학교 측은 문제의 돈을 지난 7월 12일 교비에 입금했다. 수 년간 침묵하다가 벌인 일이다. 학생 돈이 교장 개인 회계 장부에 남아 있으면 법적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업무상 횡령(형법 제355조) 혐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적용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실 도장값을 낸 피해자들은 이미 학교를 졸업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졸업생 선배들을 위해 돈을 모았던 재학생들은 모두 학교를 떠났다. 이영해 교장이 문제의 돈을 교비에 입금시켰다고 해서, 그 돈이 실제로 돈을 냈던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인천생활예술고 정문 앞에서 학교 정상화를 위해 1인 시위를 하던 최아무개 씨가 지난 6월 19일 학교 측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폭행 소동 이후 이영해 교장 남편이자 학교 이사장 김아무개 씨의 모습 ⓒ피해자 최아무개 씨 제공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이영해 교장은 학생들이 낸 도장값이 자신의 개인 회계 장부에 편입됐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장부를 담당하는 교직원이 임의로 처리했기 때문에 자신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제의 장부를 직접 관리했던 전직 교직원은 참고인 조사를 거부했다. 경찰은 비밀장부가 작성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장부를 관리한 전현직 교직원 4명에게 연락했지만 2명만 참고인 조사에 응했다.

참고인 조사에 온 2명 중 1명은 이영해 교장 며느리 최아무개 씨다. 수사를 받은 이들은 ‘이 건에 대해서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제를 실제로 알고 있는 사람은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은 나머지 2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피의자 이영해 씨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 진술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수사가 어려웠어요. 더불어서 문제의 돈을 교비로 다시 넣었기 때문에 업무상 횡령으로 처벌하기는 애매합니다.” – 인천 삼산경찰서 관계자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이영해 교장

이영해 교장은 <셜록> 기사를 보고 자신의 비밀 장부에 도장값이 입금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셜록>에 관련 기사가 나간 시점이 지난 5월 29일이다. 학교는 약 1달 반 동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움직인 셈이다.

이영해 교장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횡령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전해진다. ‘학생 돈을 사적으로 쓴 적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고 인천삼산경찰서는 전했다. 특히 축제수익금 449만 원과 전학생들이 낸 미용재료비 700여만 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영해 교장 주장은요. 축제 준비 재료비와 미용 재료비를 자기 카드로 먼저 계산했기 때문에 나중에 이걸 학교와 학생들로부터 돌려받았다는 거예요. 축제 재료비 카드 내역과 미용재료를 받은 전학생들과 관련 교사들의 사실확인서를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 인천 삼산경찰서 관계자

인천시지방검찰청은 8월 30일 이영해 교장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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