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윤 이사장 체제의 영남공업고등학교가 수년간 취업률을 조작해 세금 수억 원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시교육청은 관련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방치하거나 묵인해 ‘비리 공범’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구시교육청은 관련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뒤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책임 방기 지적을 받고 있다.

특성화고교 취업률 높이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주요 교육 정책이었다. 대구교육청의 무책임과 방조 속에서 영남공고의 조작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약 6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영남공고 고위층은 교사들에게 취업률 70%~75% 달성을 지시했다. 이런 압박은 허선윤 이사장, 이상석 교장(현 퇴임), 장상교 교감(현 교장), 권OO 교감, 허OO 산학협력부장(현 홍보기획부장)이 주도했다.

교사들은 고위층의 강한 압박에 재직증명서, 월급지급확인서 등 허위 증명 서류를 만들어 취업률을 조작했다. 이는 사문서 위조·변조죄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다.

영남공고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대구 공업계열 학교 중에서 5년 연속 취업률 1위를 차지했다. 2016년도 취업률은 75%에 이르렀다. 교사들이 조작하지 않자 2018년 취업률은 27%로 급감했다.

약 50%p 차이를 기록한 대규모 취업률 조작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영남공고 박송주(가명) 교사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영남공고 허선윤(좌측) 이사장과 이상석 전 교장.

박 교사는 어느 날 학생들이 하교한 오후 4시 30분께, 장상교 교감의 긴급 호출을 받았다. 교사 20명이 회의실에 모였다. 장 교감은 취업률 낮은 반의 교사에게 “취업률을 당장 올리라”고 지시했다.

  • 장상교 교감 – “교육청에서 취업률을 높여 달라고 합디다. 취업률, 오늘 안에 당장 못 올리면 집에 못갈 줄 아이소!”
  • 박송주 교사 – “지금 당장 취업률을 어떻게 올립니까. 서류를 조작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건데, 책임은 누가 지나요.”
  • 장상교 교감 – “책임 같은 소리하지 마이소. 어찌됐든 간에 취업률 당장 올리야 됩니다.”

긴급 회의는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윗선의 강요에 교사들은 결국 학교에 남아 취업률을 조작했다.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취업을 나갔다가 중도 포기한 학생들을 취업률에서 제외하지 않는다. 둘째, 자영업을 운영하는 학부모나 지인에게 부탁해, 학생들이 취업한 것처럼 서류를 만든다. 셋째, 재직증명서나 월급지급확인서 등의 서류를 가짜로 만든다.

원칙적으로 교육부에서 인정하는 취업자는 수입을 목적으로 주당 18시간 이상 근무하는 자다. (2018년부터는 1개월 동안 소정 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인 사람으로 강화됐다.)

4대보험이 적용되는 회사는 교육부 차원의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에 감지된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과 관계없이 주당 18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학생의 경우에는 교사가 재직증명서나 월급지급확인서 등을 받아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전산시스템인 ‘하이파이브’에 입력해야 한다.

교사들은 가짜 회사 직인을 만들거나, 조립식 도장을 자음·모음 연결해 증명 서류에 날인했다.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이 다니는 회사에서 날인된 증명 서류를 여러 장 받아와, 취업하지 않은 학생들의 이름을 허위로 기입하기도 했다.

취업률 조작 관련 가짜 서류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조립식 도장’ 예시 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학교의 압박은 취업률 통계를 최종으로 마무리하는 시점인 다음해 4월까지 이어졌다. 박송주 교사는 취업률을 압박당했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교사들을 한 데 몰아놓고 ‘취업률을 높이지 않으면, 집에 못간다’는 식이었습니다. 사실상 감금인 거죠. 실제로 취업나간 학생들은 반에서 절반밖에 안되는데, 20% 정도는 취업률을 조작해야 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정말 괴로웠습니다.”

영남공고 박동수(가명) 교사도 “윗선의 강요로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자필로 쓴 교사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2014년~2015년경의 일이다.

특히 허선윤 이사장의 아들 허OO 교사가 취업률 조작에 적극 가담했다. 그는 2012년~2013년 고3 담임교사였을 때 증명 서류를 위조해 취업률을 높였다.

허OO 교사의 서류 조작을 도운 김정수(가명) 교사는 “허OO 교사가 담임을 했던 반이 유독 취업률이 낮아 가짜 재직증명서를 만들어서 그에게 건넸다”고 고백했다.

“허선윤 교장(현 이사장)이 취업률이 낮다고 내게 폭언을 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허OO 교사는 2013년 고3 담임을 맡았던 이OO 학생이 서비스업종에 취업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당사자인 이OO 졸업생은 8월 27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대학을 진학했기 때문에 취업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취업한 걸로 조작된 서비스업종은 저희 어머니 가게입니다. 허OO 선생님이 저의 취업 사실을 조작했다는 걸 그동안 몰랐습니다.”

이런 조작 등의 성과로 허 교사는 같은 해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2013년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특성화고 취업역량제고에 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허 교사에게 상을 수여했다.

이에 대해 박송주 교사는 “영남공고에서 여러 교사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목숨 걸고 서류를 조작했는데, 오히려 이사장 아들은 상을 받았다”며 쓰게 웃었다.

영남공고 허선윤 이사장 아들 허OO 교사.

허OO 교사는 본인이 앞장서 취업률을 압박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교내 취업을 총 관리하는 산학협력부장을 맡았을 때다.

조수미(가명) 교사는 2016년, 허 교사한테 이런 질책을 들었다.

“다른 과에 비해서 OO과는 왜 이렇게 취업률이 낮느냐고 했습니다. 취업을 나갔다가 학교로 돌아온 학생이 있었지만, 아직 회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취업률을 조작했습니다.”

영남공고는 왜 이렇게 취업률에 목을 맸을까. 영남공고 다수의 교사들은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예산 공모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영남공고는 2012년부터 중소기업청(현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진행하는 ‘특성화고인력양성사업’ 지원 학교로 선정됐다. 취재진이 확보한 4년 치 자료에 따르면, 영남공고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평균 2억 원 정도의 중기청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특성화고인력양성사업’은 학생들이 중소기업 현장에 나가 실무 교육을 배운 후, 취업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사들의 지적대로, 해당 사업평가 지표에는 중소기업 취업률, 중소기업 취업률 향상도, 취업자 수 현황 등이 포함된다.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화고 정책도 무시할 수 없다. 이명박 정권 시절 ‘선취업, 후진학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과 박근혜 정권 시절 ‘일병행학습제’는 취업률로 학교 성과를 판가름했다.

당시 교육부는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의 취업 목표율을 제시하거나, ‘취업기능강화사업’ 예산을 받는 학교에게는 더 높은 목표 달성을 요구했다. 특성화고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에게는 심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영남공고의 무리한 취업률 집착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갔다.

허OO 교사는 산학협력부장 시절, 취업을 나갔다가 중도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피해 학생들은 기존에 배정됐던 반에서 수업을 받지 못하고, 빈 교실로 격리됐다. 급식도 먹지 못하게 지시했다. 어떤 학생들은 한 달 간 반성문을 써야하기도 했다.

2016학년도 졸업생 정다운(가명) 씨는 허OO 교사한테 느꼈던 분노를 참지 못했다.

“취업을 중도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온 친구들은 허OO 교사가 있는 산학협력실로 자주 불려갔습니다. ‘너 같은 학생들 때문에 학교가 안 돌아간다’는 식으로 공개적으로 모욕을 줬습니다. 소위 ‘찍힌 학생’들은 허OO 교사 자리만 청소한다든지, 괴롭힘을 몇 달 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고3 때 취업나간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졸업할 때까지 참고 견뎌야 했습니다.”

정 씨는 허 교사가 취업을 무기로 학생들을 압박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허OO 교사는 ‘너희 내 말 안 들으면 취업 힘들다’는 식으로 말하곤 했습니다. 허OO 교사한테 밉보이는 학생은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가게 같은 아르바이트 수준밖에 취업을 못했습니다. 학생들이 허OO 교사 비위를 맞추려고 가는 곳이 학교였습니다.”

2017학년도 졸업생 박동우(가명) 씨는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한테 보였던 허OO 교사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고 놀랬던 기억을 꺼냈다.

박 씨는 “허OO 교사가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을 복도에 세워놓고 어깨를 토닥이며 ‘나는 니들이 자랑스럽다’, ‘너희들이 영남공고의 미래다’라고 말해 온 몸에 소름이 돋았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영남공고. 재학생들이 하교 중이다.

지난 7월 18일, 영남공고 교직원 워크숍에서 만난 이사장 아들 허OO 교사는 취업률 조작을 묻는 취재진에게 “인터뷰를 거절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최근 학교장으로 선임된 장상교 교장은 “교사들에게 취업률 목표 달성을 촉구한 바 있지만, 취업률 조작은 지시한 바가 없다”고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영남공고 고위층은 2018년부터 취업률 조작을 멈췄다. 2018년 12월, JTBC <뉴스룸>에서 “교장 압박에 취업률 조작…매년 수억 원 지원금도 받아”를 보도했기 때문이다. 보도 이후 영남공고 취업률은 27%로 급감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조작, 불법의 고통은 학생-교사의 몫이었다. 관할 지도, 감독 기관인 대구교육청과 교육부는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마이스터고교가 아닌 영남공고가 취업률 75%를 달성했다는 건 한국 시장 상황과 대구지역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대구교육청은 ‘고교 취업률 제고’라는 목표 하에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은 JTBC <뉴스룸> 보도 이후에도 관련 내용을 감사하지 않았다. 많은 교육계 인사는 “교육청도 자기 책임이 드러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교육청 융합인재과 직업교육담당 A씨는 “교사들이 서류를 위조해 취업률을 조작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교육부에서 취업률을 총 관리·감독하기 때문에 서류 조작은 어렵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 B씨는 “위조 서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재직증명서 등을 육안으로 검토하긴 한다”면서도, “영남공고에서 교사들이 취업률 조작을 위해 허위 서류를 만들었다면, 관할 교육청에 감사를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영남공고에 매년 2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제공한 취업률로 사업을 평가했다”면서 “사업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제출했을 경우 사업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장은 “교육부는 대학 입시 교육에 치중되어, 직업계고등학교는 중소기업청이나 노동부 관할로 책임을 미뤘다”면서 “교육부 장관이 목표취업률 60%를 말하면, 직업계고교는 예산을 따내기 위해 취업률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1년부터 특성화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는 취업 중심의 고교 직업교육정책에 따라, 취업률이 낮은 시도교육청에 교육비 지원 비율을 낮출 수 있다. 시도교육청은 교육부로부터 적은 비율의 지원금을 받으면, 부족한 교육비를 예산으로 메워야 한다.

결국 취업률 압박은 교육부에서 시작해 시도교육청을 거쳐 각 특성화고로 내려가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밑바닥에서 학생-교사만 죽어라 고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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