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강제력이 없는 양육비 제도의 허점을 알린 ‘배드파더스’ 사건 관련 국민참여재판이 14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을 만나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1월 10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서울 중랑구갑) 의원실을 찾아 법적 강제력 없는 양육비 제도로 양육자가 겪는 어려움 등 여러 의견을 전했다.

이영 대표는 “2015년 양육자가 비양육부모에게 양육비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생겼지만, 근본적으로 양육비를 강제할 법안이 없어 양육자들이 패배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1월 10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서영교 의원과 면담을 했다. ⓒ셜록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한부모 가족 실태 결과’에 따르면,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한 가구 비율은 73.1%에 달한다. 2018년 기준 최근 1년간 양육비를 받지 못한 가구 비율도 5.7%다. 

서영교 의원은 “아이 양육은 부모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책무”라며 “이젠 양육비 문제 해결에 국가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며 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양육비 제도의 허점을 파악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서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총 2건이다. 먼저, ‘양육비 대지급 제도’다. 양육자가 비양육자에게 양육비를 지급 받지 못할 경우, 여성가족부장관이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추후 비양육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법안이다. 구상권은 채무를 대신 갚아준 사람이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서영교 의원은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거나 양육비를 지급할 능력이 안 되는 비양육부모를 대신해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고 다시 회수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이 돌봄을 못 받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자녀가 성년인 경우에도 대학등록금을 양육비 범위에 포함하도록 명시한 법안이다. 현행법은 양육비의 범위를 미성년 자녀를 보호·양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한정하고 있다.

서 의원은 “부모가 대학교까지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자녀에게 당당하고, 아이 역시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서울시 중랑구갑) 국회의원 ⓒ셜록

현재 양육비 이행강화 법안은 총 10여개가 발의됐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양육비를 미지급할 경우 운전면허 제한, 출국금지, 명단공개, 형사 처벌 등으로 비양육자를 제재하는 식이다.

하지만 법안은 모두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가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 등 법안 모두 여성가족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통과를 못한 상태다. 20대 국회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아, 이대로라면 법안 폐기가 유력하다.

양육비 제도 개선을 위해 아동단체들도 힘을 모으고 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와 (사)한국아동단체협의회의 회원 중 22개 단체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100만 아동의 생존권보호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10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아동 피해 문제를 국가가 해결하라”며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 제재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고, 양육비를 고의로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아동학대로 간주해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영 대표는 “아동의 생존권은 어떤 상황에도 보호돼야 하고, 다른 가치보다 우선해야 한다”며 “아동의 복리와 기본 권리를 보호하는 건 미래 세대를 위한 어른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2019년 11월 15일, <배드파더스> 자원봉사자 구보창 피고인이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양육비 이행 촉구를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 ⓒ셜록

한편,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고의로 지급하지 않은 ‘나쁜 부모’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배드파더스> 사건의 국민참여재판은 1월 14일 수원지방법원 204호에서 열린다.

배드파더스 측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명예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법원과 배심원단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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