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경찰서가 간호사와 응급구조사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성가롤로병원 소속 의사 5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실이 15일 확인됐다. 성가롤로병원의 재단법인인 천주교 까리따스 수녀회도 양벌규정에 따라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모 씨를 비롯한 의사 4명은 간호사에게 의사만이 할 수 있는 동맥혈 가스검사를 대신 하도록 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의사 류모 씨는 응급구조사에게 환자 위세척을 하도록 교사했다. 현행법상 응급구조사는 위세척을 할 수 없다.

순천 성가롤로병원 ⓒ이명선

<셜록>은 지난 6월 12일 순천성가롤로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무면허 의료행위의 실태를 처음 세상에 알렸다. 성가롤로병원에서 일했던 전직 응급구조사들의 증언을 확보하고, 불법 의료행위 영상과 내부자료를 입수해 보도했다. 경찰 수사 결과와 <셜록> 보도 내용은 거의 일치한다.  

순천시보건소는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보건소 측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들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제보 받았음에도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순천시보건소는 병원 측의 “문제 없다“는 말만 믿고 2018년 6월 점검을 마쳤다.

당시 조사는 엉터리였다. 순천시보건소는 공문으로 업무지침을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응급구조사의 업무지침이 적힌 직무기술서는 살펴보지도 않았다. 응급구조사 직무기술서에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가득 적혀 있다.

순천시 보건소

다수의 전직 성가롤로병원 직원에 따르면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윗선은 김철 응급의료센터장이다. 김철 센터장은 최금순 전 병원장을 비롯한 병원 수뇌부와 응급구조사들 앞에서 ”의사가 시키는 모든 것을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 전 병원장도 사실상 무면허 의료행위를 동조하는 말을 했다. 성가롤로 응급구조사들 앞에서 “내 일 네 일 구분하지 말라”고 했고, 이 말은 녹음되어 증거로 남아있다. 김아무개 진료지원부장은 직무기술서에 무면허 의료행위를 당당히 적어놓고, 직접 사인하라고 시켰다.

경찰의 수사결과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지점 때문이다. 병원장과 응급의료센터장, 진료지원부장이 의사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해도 좋다고 승인한 증거가 녹음 파일 등으로 남아있지만, 경찰은 직접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일선 의사에게만 혐의를 적용했다. 

”일반 의사들은 위에서 시키니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거겠죠. 수뇌부들에게 여러번 이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얘기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계속 하던대로 하라’였습니다. 진짜 책임자들은 정작 책임을 피해간 것 같아요.” – 성가롤로병원 전직 응급구조사 A 씨

성가롤로병원 소속 응급실 간호사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동맥혈 가스 검사를 하는 모습.

간호사 등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키는 일은 성가롤로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진 부족 문제가 점점 심해지면서, 환자 몰래 이런 일을 벌이는 병원이 늘어났다.

의료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부터 인력난을 감안해 간호사나 응급구조사에게 의료행위 권한을 더 부여하자는 방안까지 나왔다. 20대 국회에서는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가롤로병원 측은 이번 경찰 조치 관련 기자에게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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