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판결을 한 판사와 싸운 변호사.
불법으로 얼룩진 병원을 고발한 시민.
대안언론은 법조기자단에 낄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한 기자.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사에 등장했던 이들의 얼굴을 기억하시나요. 차례대로 염전노예들의 법률 대리를 맡았던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 백제병원 공익신고자 김인규 씨, 법조기자단 개방화 소송을 맡은 셜록 김보경 기자입니다.
셜록 기사의 주인공이었다는 점 말고도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법, 의료, 저널리즘 등 분야는 다르지만 모두 공익소송을 수행해봤다는 것입니다.
‘약자 및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가권력으로부터 침해된 시민의 권리구제 등을 통하여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개선하고, 권력의 남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송.’
사법개혁위원회는 2005년 자료집에서 공익소송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사법개혁위원회의 정의처럼, 공익소송은 권리가 침해된 시민 혹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사회에 반영되는 수단이었습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에서 한 시민은 문화재 관람료를 걷는 한 사찰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지리산에 있는 천은사를 상대로 제기한 실제 소송을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입니다. 재판부는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줬고 천은사에 문화재 관람료를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처럼 공익소송은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됩니다.
또, ‘영화관람권을 보장하라’며 장애인들이 대형 영화관에 제기한 소송처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창구입니다. 염전노예 피해자들이 지자체 및 국가에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처럼 국가의 책임을 묻는 통로기도 합니다.
이처럼 공익소송은 사회를 바꾸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
민사소송법 98조에 명시된 ‘패소자 부담 원칙’ 때문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소송이라 하더라도, 패소하면 청구서가 날아옵니다. 동전 뒤집기처럼 승패가 완벽하게 갈리지 않는 민사소송 특성상, 일부 승소를 거뒀다 해도 승소 범위가 작으면 수천만 원의 소송 비용을 청구받기도 합니다.
공익소송의 첫 번째 특징은 원고와 피고 간 불균형입니다. 소를 제기하는 측은 사회적 약자 혹은 시민단체 등인 경우가 많지만, 상대는 대부분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기업입니다.
둘째, 공익소송의 목표는 ‘불합리한 사회제도 개선’, ‘권력 견제 및 남용 근절’ 등으로, 승소하면 그 이익이 소송 당사자에게만 돌아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패소한다면 소송 당사자에겐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 돌아옵니다.
돈 때문에 공익소송을 망설이게 되는 나라, 혹은 돈 때문에 공익소송에 나섰던 걸 후회하게 만드는 나라는 올바른 나라일까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는 민사소송법 제98조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이 오래된 질문을 셜록이 다시 한번 던져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