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 그는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봉우리를 세계 최초로 모두 등정한 장애 산악인이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기록을 만든 김홍빈 원정대에 대한민국은 소송으로 보답했다.

원고 대한민국은 김홍빈 원정대를 상대로 구조비용을 청구했다.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김 대장을 수색하고 원정대를 구조하는 데 들었던 헬기 비용 약 7000만 원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건 것. 윤석열 정부 취임 21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소관청은 외교부, 법률상 대표자는 당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다.

외교부가 소송을 제기한 법적 근거는 영사조력법이다. “재외국민은 영사조력 과정에서 자신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

‘긴급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면 예외를 둘 수 있지만, 외교부는 김홍빈 원정대의 상황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외교부는 광주광역시산악연맹에겐 약 2500만 원을, 두 차례 헬기를 탑승한 대원들에겐 약 4300만 원을 연대하여 모두 약 6800만 원을 납부하라고 요구했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 ⓒ대한산악연맹

법원은 지난해 6월 23일 원고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광주시산악연맹은 구조 비용 전부(약 2500만 원)를, 대원 5명은 구조 비용 일부(총 1076만 원)를 연대하여 납부하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지난한 소송전은 끝이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원고 대한민국은 끝까지 비정했다. 약 3600만 원의 구조비용을 돌려받는 걸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지난해 7월 “구조비용 약 7000만 원을 전부 받아내야 한다”는 취지로 대원들을 상대로 다시 항소했다.

원고 대한민국의 항소에 따라 올해 3월부터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6월 11일에는 두 번째 변론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대한민국이 제기한 ‘생존비’ 청구 소송을 통해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국가는 재해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헌법에 명시된 원칙이다. 그런데 어째서 국가가 국민에게 구조비용을 청구한 걸까. 심지어 국가 스스로 국위를 선양했다고 치켜세운 ‘산악영웅’을 구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말이다.

세계 최초의 기록을 위해 탐험을 떠난 김홍빈 원정대. 하지만 이들에게 남겨진 건 ‘원고 대한민국’이 청구한 소송이다. 김홍빈 대장에게 훈장을 주고 현충원에 위패를 모신 대한민국. 그리고 김홍빈 원정대에게 구조비용 청구소송을 건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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