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산재 신청 건수 213건. 이중 산재가 인정된 이들은 177명, 사망자는 15명입니다.

숫자로 기록되는 죽음이 있습니다. 통계는 사건의 규모와 심각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의 얼굴과 사연을 지워버립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죽었는지, 그 맥락은 숫자에 가려집니다. 그래서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숫자 너머에 있는 그 죽음들을 풀어내려고 합니다. 

지난달 ‘안전한 노동 행복한 급식 100만 청원운동본부’가 진행한 길거리 사진전 ⓒ셜록

사망자 15명.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조리사들의 숫자입니다. 그러나 ‘통계 밖’에서 눈을 감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이처럼 반복되는 죽음은 개인의 불운으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 상태나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하루 수백 인분의 음식을 만들며, 고온의 기름 연기에 노출되고, 환기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공간에서 장시간 일한 결과입니다.

학교 급식 노동자의 폐암이 산업재해로 처음 인정받은 건 2021년 2월이었습니다.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던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사건이 산재로 인정되면서, ‘조리흄’이라는 발암물질의 위험성이 사회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조리흄’은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 특히 고온에서 기름을 사용할 때 생기는 유해물질을 의미합니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암연구소가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1급 발암물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급식 조리실의 열악한 환경은 아직 바뀌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는 정혜경 국회의원(비례대표, 진보당)으로부터 ‘학교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및 예산 집행 현황’ 자료를 제공받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때 학교급식실의 환기시설 개선 사업이 2023년부터 3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2025년 상반기까지 환기 설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교가 전국 1만 395개 중 8527개에 달했고, 시설을 개선한 곳은 4285개(41%)에 불과했습니다. 전국에서 개선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19%), 경북(25%), 인천(31%) 순이고, 가장 개선이 많이 된 지역은 제주(80%), 충북(75%), 대구(59%) 순이었습니다.

노동의 흔적이 묻어나는 급식 노동자들의 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환경은 변하지 않았지만 아직 조리실에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동료들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고온에 기름 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쏜살같이 하루가 흘러가면 발바닥부터 어깨까지 온몸이 결립니다.

“무서워서 건강검진도 잘 못 받겠더라고요. 혹시나 잘못됐을까 봐 확인하는 게 무서워서요.” (폐암 산재 희생자 허영옥 씨 동료 C 인터뷰 2025. 10. 17.)

누군가 폐암으로 숨진 일터에 그 동료들이 남아 있습니다. 혹시 ‘나도 아프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안은 채 매일 출근합니다.

2022년에는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급식실에서 최소 10년 이상 근무한 55세 이상 학교 급식 종사자 등 4만 2000명을 대상으로 폐 CT를 검진했습니다. 이때 1만 3000여 명이 이상 소견을 보였습니다다. 32.4%가 이상 소견을 받은 셈입니다. 이중 ‘폐암 의심’을 받은 급식 종사자는 388명에 달했습니다.

셜록은 통계 속 ‘사망자 15명’으로만 남은 급식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에서 단서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안전한 급식 조리실을 만들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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