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경북 지역 일대에 대형 산불이 났습니다. ‘괴물 산불’은 경북에서만 사상자로 67명을 낳고, 5개 시·군을 태운 뒤에야 진화됐습니다.

같은 3월. 그보다 약 보름 먼저 발생한 사고가 있습니다.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 발생한 ‘오폭사고’입니다.

지난 3월 사고 당시 노곡리 모습 ⓒ이창진 제공

지난 3월 6일 한미 연합훈련과 연계한 실사격 훈련 중 공군 전투기에서 폭탄 8발이 민가에 떨어졌습니다. 국방부는 사고 발생 100분 뒤, 조종사의 ‘좌표 오입력’으로 인한 사고라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민간인 38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군의 명백한 과실. 가해자가 명확하니 피해자에 대한 지원, 보상도 금방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사고 현장은 얼마나 변했을까요? 주민들은 다시 안전한 집으로 돌아갔을까요?

지난 8월 기자가 찾아간 노곡리 마을 일대 ⓒ셜록
지난 8월 기자가 찾아간 노곡리 마을 일대 ⓒ셜록
비가 오면 빗물이 새는 집에 사는 주민 ⓒ이창진

“복구라고는 십 원짜리 한 장 된 게 없어!”

지난 8월 기자가 노곡2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이 입을 모았습니다. 아직 복구된 건 하나도 없다고.

경기도 포천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단일 규모 사격장과 국내 유일 한미 최대 규모 사격장을 동시에 보유한 도시입니다. 총 9개의 사격장·훈련장이 있으며, 그 외에도 크고 작은 군 부대가 밀집한 지역입니다.

군사시설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오폭·오발 사고는 처음 겪는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수차례 발생한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닥친 ‘비극’입니다.

“처음에는 이주까지 시켜준다고 했어. 근데 그게 안 되면 집이라도 되돌려놔야 할 거 아니야.”

반년이 지나도록 폐허가 되어 있는 마을.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불안한 생활을 이어갑니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과 보상을 해야 하는 건 누구일까요? 사고에 대한 조사는 어디까지 이루어졌을까요? 대체 법은 어떻게 되어 있길래 주민들의 집은 여전히 복구되지 못했을까요? 그리고 이들이 ‘안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이 궁금증들을 하나씩 해결하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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