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해자의 사과는 피해자에게 불쾌감과 두려움만 준다.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이 딱 그런 사람이다.

수원고법 형사1부(노경필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특수강간, 폭행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양진호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1년 넘게 수감생활을 하면서 지난 시절을 복기하고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이번 일로 갑질의 대명사가 돼 사회적 낙인이 찍혔습니다. 자녀와 주변 사람들에게 얼굴을 못 들게 됐습니다. 선처를 바랍니다.”

디지털성범죄영상 유통, 갑질의 대명사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 입에서 “사과드린다”는 말이 나온 건 구속 2년 만에 처음이다.

양 회장은 정말 구치소에서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반성을 했을까?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이라도 전했을까?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

재판이 끝난 직후 그에게 폭행을 당했던 피해자 A씨에게 전화를 했다.

“양 회장 측의 사과나 합의 시도가 있었냐구요? 나한테는 연락도 없는데, 무슨 반성과 사과를 한답니까? 그의 태도는 형량을 줄이려는 쇼에 불과합니다. 치가 떨리게 불쾌합니다.”

여전히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에서 사는 A씨는 화가 풀리지 않는지 기자에게 따로 문자도 보냈다.

“2년이나 지났는데도 그동안 사과 시도조차 없었습니다. 전 그 사람이 재판에서 어떤 말을 하든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하구요. 더욱이 연락 한 번 없는 게, 나중에 풀려나면 저에게 보복을 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A씨의 지적대로, 양진호 회장은 그동안 사과, 반성과 동떨어진 행위를 해왔다. 그의 회사 위디스크, 파일노리에선 여전히 불법 음란물이 유통된다. 그는 수감생활 동안 약 200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

또한 그는 1심 재판 과정에선 자기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으며,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증인을 노려보는 등 욕설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가까운 지인에게 편지를 보내 복수를 다짐하게도 했다.

“내가 나가면 OOO 이사(공익신고자)와 박상규 기자를 가만 두지 않겠다.”

양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사과한다”고 했으나 그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기소 내용을 하나하나 보면, (양 회장의 행위가) 중한 범죄인지 의심스럽다. 심하게 장난친 게 아닐까 하는 범죄가 많다.”

변호인은 <셜록><프레시안><뉴스타파>의 양 회장 사건 최초 보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뒤, 언론과 사건을 만들고, 그 다음 수사를 의뢰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설마 그러겠느냐 하겠지만 요즘 고소는 이런 방법이 너무 많다. PD수첩을 이용하는 건 기본사항이다. 언론에 터뜨려서 피고인을 악인으로 만든 뒤, 피고인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되고 누구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변호인은 양진호 회장에게 특수강간 피해를 입은 여성에게도 ‘기획음모론’을 적용했다. 오히려 양 회장이 피해자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러 정황을 생각하면, 성범죄의 전형적인 피해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왜 이 친구(피해자)는 (특수강간 당시인) 2013년에 있었던 일을 (왜) 2018년에 꺼냈을까? 누가 그것을 기획했을까?“

특수강간 피해자 측도 이런 양진호 회장의 ‘앞뒤 다른 사과’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피해 여성 변호인은 ”양 회장은 입으론 사과한다고 하지만, 정작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그 때문에 피해 여성은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양 회장에게 징역 11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12월 1일 열릴 예정이다.

양 회장은 특수강간, 상습폭행,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18년 12월 5일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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