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산재’ 법 개정 논의가 이번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태아산재는 부모의 업무 환경 탓에 자녀의 선천성 건강손상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대전 동구) 의원은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태아산재법이 이번 정기 국회 내에 반드시 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태아산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상황을 두고 “고용노동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태아산재 법안을 발의한 여당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법 개정 논의에 탄력이 생길 걸로 보인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7월부터 기획 ‘반도체 아이들의 가려진 아픔‘을 통해 태아를 수급 주체로 인정하는 산재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집중 보도하고 있다.

장철민 의원은 “지난 (6월 진행된)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태아산재 보험급여 관련된 논의를 했지만 결론나지 않았고, 이번 정기 국회 내에선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장 의원은 시민단체 ‘반올림’ 소속 조승규 노무사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불러 태아산재 피해 현황에 대해 질의했다. 반올림은 반도체, 전자산업체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해 연대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대전 동구) ⓒ장철민 의원실 블로그

조 노무사는 태아산재 제보 현황을 묻는 장 의원 질문에 “태아산재가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고 법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도, 스스로 의심해서 반올림에 제보한 사례는 42건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지원보상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지원보상금 지급이 완료된 사례 400건 중 자녀질환은 26건이다. 사례 별로 나누면 선천성 장애는 16건, 소아암이 9건, 희귀자녀질환이 1건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자산업의 직업병 위험성을 인정하고 회사 차원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보상 제도로 삼성지원보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조 노무사는 “임신 중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업무상 유해요인은 다양하다“면서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생식독성 물질 외에 열, 전자파 등의 외부적 요인도 함께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장 의원은 “태아 산재 제도의 발전 방향으로 아버지로부터의 산재 이슈까지 고민해야한다고 본다“며 엄마가 아닌 아버지의 업무 환경으로 인한 태아 산재 인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에 조 노무사는 “아버지의 업무상 유해 요인으로 인한 태아의 건강 영향은 어머니보다 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법 적용 대상에 아버지를 포함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은 앞으로도 긴 싸움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1년 10월 기준 태아 산재 관련 개정안은 총 5개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임신한 여성 근로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논의 탓에 남성 근로자는 적용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장 의원은 동료 의원들을 향해 이번 정기 국회 내 법안 통과 필요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와 태아 산재 법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안 가본 길이니까 아직은 과학적인 인과성을 증명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으니까 걱정이 많은 것 같아요. 어쨌든 제주의료원 대법원 판결로 부모의 업무상 환경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된 부분이고, 이 제도를 늦추는 건 고용노동부와 환노위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일입니다.

고용노동부를 대상으로 한 환노위 종합국정감사는 10월 21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셜록>은 지난 10월 5일 자 “삼성에서 태어난 희귀질환아, 누가 책임져야 할까” 기사를 통해, 희귀질환을 앓는 아들을 키우는 삼성LCD 엔지니어 출신 아버지가 태아 산재 인정을 촉구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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