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폐쇄적인 법조기자단 시스템에 제동을 걸었다.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출입증 신청 거부를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법조기자단 운영과 정부의 공보활동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는 ‘출입증 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 소송 판결에서 “피고(서울고등법원)가 2021년 1월 8일 원고(미디어오늘)에 대하여 한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발급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19일 선고했다.

<셜록>과 <뉴스타파><미디어오늘>은 지난해 12월 기자실 설치 및 출입증 발급 등을 관할하는 서울고법에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신청했다. 서울고법은 출입증 발급을 거부했다.

당시 서울고법은 “서울법원종합청사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 및 구성은 기자단 자율에 맡기고, 법원은 그 가입 여부와 구성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기자단 가입 사항은 출입 기자단 간사에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미디어오늘>은 언론사 세 곳을 대표해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올해 3월 제기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피고가 원고에게만 출입증을 발급하지 않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주용성

지난 8월 20일 진행된 첫 변론기일에서 강우찬 재판장은 서울고법의 거부취지 통지서를 두고 “피고는 타매체인 ‘더팩트‘, ‘뉴스핌‘과 다르게 왜 미디어오늘만 (출입증 발급 등이) 거부됐는지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재판장은 “법원이 (기자들한테) 돈을 받고 기자실을 임대해주는 게 아니“라면서 “(법원 건물을) 공공에게 개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사용 특허가 아니라 ‘공물관리법‘에 의해서 공물인 법원 건물을 대중의 특별한 유형인 기자들한테 사용을 배려하도록 내규를 정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물관리권은 공공시설물을 관리하는 권한을 뜻한다.

재판부는 또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를 출입기자단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피고 측의 주장도 반박했다.

강 재판장은 “자율성을 맡긴 기자단에서 <미디어오늘>을 안 받아줬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공물의 사용권을 사전에 통지해서 마치 사인(私人)들한테 맡긴 것처럼 되기 때문에 이는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피고 서울고법은 “언론기관의 자율적 구성으로 이루어진 출입기자단 의견을 참조해 출입증발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을 뿐, 기자실 사용허가와 출입증발급 권한을 출입기자단에게 위임한 바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서울고법은 “대법원, 서울고등검찰청, 대검찰청 외 18개 행정부처에도 모두 기자단이 있고, 18개 부처 기자단 모두 다른 언론매체 기자단 가입 여부는 기자단의 투표로 정하고 있다“며 현재 관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서울회생법원, 서울고등법원 푯말 ©주용성

원고를 대리한 최용문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선고 직후 “지난 변론기일 때 재판부가 어떤 근거로 (출입증 발급을) 거부했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라고 피고 쪽에 요청했는데, 피고는 서면 답변에서도 잘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고 미디어오늘은 이번 판결에 대해 “기자증 발급과 기자실 사용 문제에 있어 권한 주체를 정부 부처로 못 박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사실상 권한을 행사해온 기자단에 법적 실체가 없음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며 “기자단 출입과 기자실 사용에 차별이 사라지고 향후 정부 부처의 기자단을 통한 공보활동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셜록-뉴스타파가 서울고등검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출입증 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 소송의 세 번째 변론기일은 12월 9일 열릴 예정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