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업무 환경 탓에 선천적으로 건강손상을 입은 자녀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성노동자의 업무상 유해 환경으로 인해 건강 손상을 입은 태아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개정안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 참석 국회의원 175명 중 173명 찬성, 2명이 기권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기획 ‘반도체 아이들의 가려진 아픔‘을 통해 태아를 수급 주체로 인정하는 산재법 개정 필요성을 지난 7월부터 집중 보도해왔다.

이번에 통과된 산재법 개정안의 핵심은 여성 노동자의 업무상 사유로 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산업재해로 인정해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의 업무상 사고, 유해인자 노출로 인해 출산한 자녀에게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할 경우 요양급여, 장해급여 등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통과된 개정안은 태아를 수급주체로 인정했다. 산재법상 보험급여 청구자와 수급자가 동일해야하는데, 엄마와 한 몸이었던 태아는 그동안 노동자로 여겨지지 않아 청구권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개정안은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는 건강손상 자녀를 ‘근로자‘로 보고 보험급여 청구권자로 인정하며 이 간극을 해소했다.

엄마 김혜주(가명) 씨와 아들 김민준(가명) 군이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바라보고 있다. ⓒ주용성

소급적용 규정도 담겼다. 개정안은 이 법 시행일 이후에 출생한 자녀부터 적용하는 걸 원칙으로 하되, 3가지 조항을 예외로 달았다.

법안 시행일 전에 산재보험 청구한 경우, 법원의 확정 판결로 자녀의 부상, 질병, 상해의 발생 또는 사망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보험급여지급 거부처분이 취소된 경우, 법 시행일 기준 3년 이내에 출생한 자녀로서, 이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 산재보험을 청구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경우에는 수급자격이 부여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남성 노동자의 업무 환경으로 인한 태아산재 보상은 포함되지 못했다.

지난 1일, 삼성전자 LCD (현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남성 노동자가 국내 최초로 근로복지공단에 태아산재를 신청한 바 있다.

태아산재 법안을 발의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태아산재 문제 해결의 시작으로, 법 시행까지 많은 피해자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피해자 발굴 지원, 태아산재 신청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며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남성 근로자도 태아산재를 신청했는데 이러한 분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향후 부(父)의 유해요인노출, 생식독성물질 관리 강화 등 후속 법 개정도 함께 해결해나겠다“고 밝혔다.

태아산재법 통과를 위해 노력해온 시민단체 ‘반올림’은 이번 개정안 통과를 두고 입장을 밝혔다.

“태아산재법 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앞으로 노동자, 기업, 정부, 전문가 등 많은 분들이 생식독성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합니다. 간호사, 전자산업 노동자 등 태아산재를 겪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꼭 1년 내 산재신청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정안은 대통령 공포 1년 이후 정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셜록>은 후속 법안에 남성노동자의 업무상 환경에 의한 자녀 건강손상이 포함될 때까지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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