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스토리펀딩에서 2015년 12월 4일 공개한 기사입니다. 스토리펀딩에서 보기]

“가만히 있으면  자식은 죽일 게.”

목에 흉기를 강도의 목소리는 작고 차분했다. 캄캄한 새벽,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강도에게 제압된 어미는 어둠을 더듬어 새끼를 끌어 안았다. 5 아들을 보호해야 했다. 다행히 아들은 잠에서 깨지 않았다

떨리는 몸으로 아들을 감쌌다. 어쩌면 체온이 아들에게 주는 어미의 마지막 온기일 수도 있었다. 녀석은 목에서 차가운 흉기를 떼지 않았다. 아들을 살릴 있다면, 아들의 머리에 끔찍한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목에 흉기가 들어온 순간, 새끼 품은 어미는 그렇게 마음 먹었다

아들아, 깨지 마라. 엄마가 품에 안고 있다. 아들아, 너는 품에 있다.’

어둠속에서 강도들은 마음대로 집을 뒤졌다. 왔을 때처럼 녀석들은 소리 없이 도망갔다. 반지, 목걸이, 팔찌 결혼 패물과 현금 45 원을 훔쳐갔다. 이런 것들만 가져가지, 녀석들은 사람 목숨도 앗아갔다. 건너 방에서 잠자던 고모님(77세의 OO) 질식사했다.

1999 2 6 새벽 4시께 전북 삼례 나라슈퍼에서 벌어진 일이다.

완주경찰서는 사건 발생 열흘 만에 범인 ‘3인조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에서 새끼를 품었던어미최미숙(가명) 경찰을 믿었다

그날 새벽 이후 씨의 삶은 달라졌다

16 일인데, 지금도 어두워지면 밖에 나가요. 떨어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고요. 혼자 엘리베이터도 타요.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서요.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무서워요.”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피해자 최미숙(가명) 씨가 2016년 7월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삼례 3인조’의 재심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셜록

세월도 지울 없는 공포와 상처가 가슴에 남았다. 그날의 강도들 때문만은 아니다. 상상도 못할 , 경찰의 범인 조작이 씨의 가슴을 덮쳤다. 완주경찰서가 체포했다는 3인조는 가짜였다. 진실은 남쪽, 부산에서부터 뚜벅뚜벅 걸어왔다

사건 발생 1 부산지방검찰청에서 전화가 왔어요. 강도에게 빼앗긴 패물에 대해 묻더라고요. 그쪽에서 말하는 패물 모양, 색깔이 내가 잃은 것과 똑같더라고요. 이상하다 싶었죠.”

진실의 발걸음은 지척인 전주에서도 출발했다.

천주교 교화위원으로 활동하는 박영희 씨가 전화를 해왔다. 완주경찰서가 체포했다는 ‘3인조 가짜라고 했다. 믿기 어려웠다. 씨의 청을 받아들여 ‘3인조 우두머리로 지목된 임명선 직접 면회했다. 목소리가 아니었다. 비슷하지도 않았다

완주경찰서 형사들이 가난한 정신지체 장애인 아이들을 잡아다가 범인으로 조작했더라고요. 그걸 알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있어요.”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한 법이다. 자식을 낳고, 품고, 길러본 사람은 그걸 안다. 엉뚱한 아이들이 죄없이 교도소에 있다니. 씨의 삶은 달라졌다. 범죄 피해자, 그것도 살인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그녀가 길을 나섰다

돌도 지나지 않은 둘째 아들을 등에 업고 부산지방검찰청으로 향했다. 검사가 진범을 수사하면서 녹음한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놈이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이 아세요? 내가 겪은 끔찍한 때문에, 아무 잘못 없는 남의 자식들이 교도소에서 고생을 한다는 죄책감입니다. 세상에나..제가 얼마나 미안했겠어요. 내가 죄인이 기분이었다니까요.

씨는 경찰의 수사기록을 입수해 읽어봤다. 가슴을 후벼 파는 고통이 시작됐다. 자신이 완주경찰서에서 피해자 진술을 실수로 사실과 다르게 말이 고스란히가짜 3인조 말로 둔갑해 있었다. 형사들은 씨의 말을 그대로복사 3인조가 진술처럼붙여넣기 했다

당시 집에 있던 현금 45 원을 모두 강도들이 가져간 알았어요. 45 원을 강도당했다고 경찰에게 말했죠. 그런데 며칠 보니까 남편 옷에 있던 현금 30 원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이를 경찰에 알렸는데요. 글쎄가짜 3인조 피의자신문조서를 보니까, 자기들이 45만원 훔쳤다고 진술했더라고요. 이게 뭡니까. 제가 실수한 말을 그대로 가져다가 짜맞추기 수사를 거죠.

씨는 부산지방검찰청이 수사했던진범 3인조 수사기록도 확보해 읽어봤다. 무서웠다. 그들의 진술은 사건 정황과 일치했다. 진범 3인조는  씨가 살던 나라슈퍼 약도까지 정확히 그렸다.

당시 나라슈퍼 정문 앞에 공중전화 박스가 있었어요. 제가 직접 철공소에 부탁해 제작했으니, 모양이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죠. 그런데부산 진범 3인조진술서를 보니, 그걸 정확히 언급했더라고요. 그때 살던 대문이 고장나서 잠글 없었거든요. 부산 진범들은 이것도 똑같이 말했어요.

그런데삼례 가짜 3인조 문이 잠겨 있어서 담을 넘어 집에 들어갔다고 진술했더라고요. 말도 되죠. 고장난 문이 어떻게 잠겨. 모든 완주경찰서 형사들이 조작한 거예요.”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조작.

최미숙 씨는 걸음 나아가기로 했다. 억울한 가짜 살인범 3인조를 위해 뛰어들었다.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살인자를 도와야 하다니. 이게 완주경찰서의 조작 탓이다. 씨는 2000 10, 가짜 3인조를 위해 탄원서를 써서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장님. 저는 (완주경찰서가) 처음 범인을 잡았을 때 제가 알고 있는 유일한 단서인 범인의 목소리를 왜 (완주경찰서는) 확인시켜주지 않았을까요? 그게 참 원망스럽습니다. 부디 엎드려 빕니다. 삼례 애들이 범인이든, 부산 애들이 범인이든 정말 죄를 지은 사람에게 그 합당한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세요. 죄가 없는 사람은 빛을 보게 해주십시오.

법원, 수사기관은엎드려 빈다 씨의 애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범을 처벌하지 않고, 없는 삼례 3인조를 계속 교도소에 가뒀다.

그리하여 국가는 살인사건 피해자 최미숙 씨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때문에 삼례 3인조 아이들이 피해를 같아요. 저한테 이런 참담한 마음까지 갖게 하는지, 경찰이 너무 원망스러워요.”

사건 당시 5살이었던 씨의 아들은 20대의 어른이 됐다. 씨는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을 지금까지 아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아들의 가슴에 어두운 상처가 남을까봐서다. 그리하여 아들은 새벽에 엄마가 자신을 어떻게 보호했는지, 밤이면 밖에 나가는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는지 알지 못했다

아들은 모든 진실을 지난 9월에야 알았다. 씨가 16 만에 그날의 일을 이야기했다. 갑자기 뜬금없이 꺼낸 말은 아니다. 엄마는 다시 진실을 밝히는 여정에 뛰어 들기로 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가짜 살인범 3인조를 돕기로 했다

사실 다시 3인조를 도우려니 많이 힘들고 부담되더라고요. 그때의 상처와 공포가 여전하니까요. 그래서 아들에게 사실대로 이야길 했죠. 3인조를 다시 만나고, 도우려니 망설여지는 점도 있다고요.”

이번엔 아들이 엄마를 가슴으로 끌어 안았다. 아들이 말했다

엄마 많이 힘들었겠네. 그래도 끝까지 힘내서 도와주자. 억울한 사람들인데.”

씨는 아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가짜 살인범 3인조 강인구, 임명선, 최대열을 모두 만났다. 3인조와 함께 있을 최씨의 눈은 내내 젖은 상태였다

씨가 아들에게 끝까지 말하지 않은 있다.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을 완주경찰서는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한참을 헤맸다. 완주경찰서는 범인으로 부부를 의심했었다. 부부가 재산을 노리고 고모님을 살해한 자작극을 벌이는 아닌지, 그렇게 생각했다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형사들이 저까지 범인으로 엮으려 했다는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져요. 범인들보다 경찰이 무섭기도 해요.”

범죄 피해자의 상처는 언제 아물 있을까.  공포는 언제쯤 끝날까?

모든 짐을 떠안은 최미숙 씨는 오늘도 가짜 살인범 3인조를 위해서 운다. 최근 씨는 기획 기사를 읽고 박준영 변호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강인구 어머님 이야기(2화) 때문에 한참을 울었습니다. 오늘밤,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슬프고 아픈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중략) 소설에나 있을 법한 이 친구들의 기막힌 사연을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가 있을까요.

이 친구들의 운명이, 강인구 어머님 이야기, 임명선 이야기..선생님, 이 친구들 편에 서서 얘기 들어주시고, 위로해 주셔서 제가 감사드려요. 이 친구들의 억울함을 꼭 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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