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비리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박보미 판사)는 11일 오후 2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함영주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기소 이후 4년 만에 나온 판단이다. 

지난 1월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함 부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함 부회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하나은행장으로 재직하며 하나은행 신입직원 공개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에게 유리하도록 점수조작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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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부회장은 남녀 합격자 비율을 4대1로 뽑도록 지시하고 일명 SKY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과 유학파 지원자들에게 인센티브 점수를 줬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정 지원자들의 정보를 수집한 일명 ‘장 리스트’ 보고서도 발견됐다.

박 판사는 이날 선고에서함 부회장은 추천 (명단)을 전달한 사실 외에 각 전형별 합격과정을 따로 확인하고 판단하도록 하는 의사표명을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4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11일 오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박 판사는 “진술 증거와 업무 메신저를 살펴봐도 (혐의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며 피고인(함 부회장) 지시의 구체적 증거가 확보되지 못했다” 며 “‘장 리스트’를 별도로 보관한 바 없다고 한 (피고인의) 일관된 진술을 배척할 이유가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박 판사는 함 부회장의 성차별적인 채용에 대해 “이런 채용 방식은 10년 이상 이어진 하나은행의 관행이다”라며 “이는 은행장 의도와는 무관하게 시행된 것으로 유죄 판결은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반면,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에게는 일부 유죄가 인정됐다.

박 판사는 “각 전형 과정에서 추천 대상이라는 이유로 다음 전형의 응시 기회를 부여하거나 성 역할을 근거로 하는 등 차별적으로 공개 전형 절차를 진행한 것은 지원자들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판결했다. 박 판사는 장기용 전 부행장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 부회장의 지시대로 점수를 조작한 인사 담당자들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 받은 바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업무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송OO 전 하나은행 인사부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을 지난달 14일 선고했다. 강OO 후임 인사부장에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다. 박OO, 오OO 하나은행 전 인사팀장도 같은 혐의로 1심과 같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에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정리하면, 공채 과정에서 ‘추천자 명단’을 전달한 은행장은 죄가 없고, 부정한 채용을 진행한 부행장과 실무자들만 처벌 받는 셈이다. 

재판 이후 함 부회장은 취재진들에게 “재판과정에서 저희가 설명한 증거를 많이 보시고 재판장께서 현명하게 잘 판단해주신 데 감사하다. 이를 계기로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영해야겠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함 부회장은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천됐다. 이날 무죄 선고로 그의 회장 취임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함 부회장은 “아직 많은 절차가 남았고 이번 재판 결과를 저희 소중한 주주들께 상세하게 설명 드려서 앞으로 주총이 무난히 지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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