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간병청년 강도영에게 존속살해죄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존속살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 강도영(99년생. 가명)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3월 31일 확정했다. 

강도영을 대리한 변호인단은 상고이유서를 통해, 원심이 간병범죄의 특성과 원인을 간과해  존속살해의 범의를 잘못 인정했고, 강도영의 부작위를 작위와 동등하게 평가할 수 없으며, 강도영의 부작위와 피해자(강도영 부친) 사망의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원심 파기를 주장했다.

강도영은 몸이 아프고 불편한 아버지(당시 57세)에게 음식과 물을 주지 않아 살해했다는 혐의로 지난 6월 재판에 넘겨졌다.

강도영의 비극은 2020년 9월 13일 그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시작됐다. 아버지는 대구광역시의 한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생명을 지켰지만, 오른쪽 손과 다리를 제외한 몸 대부분은 마비됐다. 

홀로 거동하는 게 거의 어려워진 아버지는 콧줄로 영양을 공급받는 등 누운 채 생활했다. 대소변도 타인이 치워야 했다. 

강도영은 초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아버지 간병과 부양책임은 온전히 강도영(당시 21세)에게 주어졌다. 생활의 위기는 아버지가 쓰러진 직후부터 시작됐다. 

아버지 응급 수술비, 간병비, 입원 치료비 등으로 약 2000만 원이 청구됐다. 군 입대를 앞둔 대학 휴학생으로 경제 능력이 없던 강도영을 대신해 삼촌이 이를 부담했다. 

강도영은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30만 원 집의 임대료를 밀리기 시작했다. 이어 가스, 전화, 인터넷이 끊겼다. 그는 쌀 사 먹을 돈이 없어 삼촌에게 2만 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쌀 사먹게 2만원만..” 22살 청년 간병인의 비극적 살인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아버지 병원비를 마련한 삼촌도 사정이 어려워졌다. 강도영은 입원 약 8개월 만인 4월 23일 아버지를 퇴원시켰다. 병원은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퇴원을 만류했지만 가난한 강도영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날부터 아버지의 대소변을 치우고, 하루 두 번 경관급식 투여와 2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줘야 하는 간병 책임을 강도영 혼자 맡았다. 우울과 무기력증에 빠진 강도영은 약 열흘 뒤인 5월 1일부터 아버지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식사와 물도 제공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5월 8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의는 “극심한 영양실조에 따른 폐렴 등으로 추정된다”고 사망원인을 적었다. 

강도영은 경찰조사에서 “아버지를 살해할 마음이 없었다” “2시간에 한 번씩 아버지를 챙기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그냥 돌아가시게 두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했다. 당시 그의 심리는 죄책감과 고립감으로 복잡했다. 

강도영은 1심 공판 때부터 아버지를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줄곧 주장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간병 청년 강도영 씨는 존손살해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됐다. ⓒ오지원

1심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아버지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영양 및 수분 공급, 투약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할 의무가 피고인(강도영)에게 있었다”며 “피고인은 방관한 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피고인에겐 존속살해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도영 씨의 처지와 간병상황 등을 고려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어린 나이로 아무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건강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아버지를 기약 없이 간병해야 하는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했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강도영의 구체적인 사연은 작년 11월 <셜록>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김부겸 국무총리는 강도영 사건을 두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들조차 최대한 국가가 자신들에게 다가온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 못한 것은 저희들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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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전 정의당 대선 후보는 당시 강도영의 사연에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며 복지체계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는 강도영처럼 젊은 나이에 간병 등 돌봄 노동을 떠안은 ‘영케어러’ 종합 대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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