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에서 온 답변서를 보고 입이 벌어졌다. 정말 이게 유명 사립대학이 시민에게 한 정식 대답인지, 답답함을 넘어 불쾌감까지 들었다.

<셜록>은 지난 3월, 고려대 측에 미성년 공저자 논문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셜록>이 요청한 정보는 대략 세 가지다.

1. 2007년부터 2021년까지, 고려대 소속 대학 교수 논문 중 미성년 공저자 논문 목록.
2. 미성년 공저자 논문 중 ‘연구 부정’ 판정을 받은 논문명.
3. 연구부정 판정 사유와 날짜.

고려대학교는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며 한 차례 답변을 거부했다. <셜록>의 이의신청에 고려대는 지난 22일 이런 답변서를 보냈다.

“연구부정 판정 날짜: 2021년 2월 1일.”

부정 논문을 공개해달라는 <셜록>의 이의신청에 지난 22일 고려대학교가 밝힌 결정통지서. ⓒ셜록

이게 끝이다. 어떤 논문에 대해 연구부정 판정을 내렸다는 건지, 14년 치 논문을 ‘2월 1일’ 하루에 다 검증했다는 건지, 고려대는 암호명 같은 날짜 만을 적어서 <셜록>에 답했다. 도대체 저 날짜가 뭘 의미하는 걸까?

답변을 받은 직후인 22일 오후 고려대에 전화를 걸었다. 정보공개 청구 관련 질의는 고려대 총무부 직원이 맡았다.

-연구부정 판정 날짜를 2월 1일로 밝혀주셨는데요. 어떤 논문이 이 날짜에 판정을 받았다는 건가요?
“개인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건인지, 한 건인지조차도 해당 부서에서 공개할 수 없다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각 논문에 대해 연구 부정판정) 날짜만 적어 주셨는데, 그게 개인 정보랑 무슨 상관인가요?
“제가 알 수 없는 부분이고요.”

-그러면 날짜 2월 1일은 왜 쓰신 건가요?
“주관 부서에서 그렇게 줬으니까요.”

-담당자 연락처 좀 알려주시겠어요?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니까요.”

고려대 총무부 직원과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얼마 뒤 다시 해당 직원이 연락을 해왔다.

2020년 9월 8일 서울 고려대학교의과대학 본관 앞을 학생이 지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정보공개 심의위원회에서 회의를 거쳐서 부분 공개 결정 통지서가 나갔잖아요. 그 이상은 더 이상 답변을 해드릴 수 없다고 합니다.”

고려대 측은 정보공개 청구 답변서 하나를 더 알려주긴 했다.

“부정판정 사유 → 공저자로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함.”

역시 어떤 논문인지, 몇 편이나 저런 판정을 받았다는 건지, 고려대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사립대학은 교육기관정보공개법에 따라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 규정도 있다.

그동안 고려대 등 국내 대학들은 “개인정보 보호”,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미성년 부정 논문 공개를 거부해왔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는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입시 부정에 큰 책임이 있는 대학 측은 늘 “개인 사생활 보호” 논리 뒤에 숨곤 했다.

<셜록>은 지난 1월부터 논문에 부당 저자로 이름을 올린 미성년자의 사례를 보도하고 있다. <셜록>이 취재한 부당 저자 5명 중 2명, 차유나(가명)와 최지희(가명)는 서울대 교수 부모 찬스로 SCI급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둘은 고려대 의대에 진학했다.

(관련 기사 – 유나와 예지 이야기)

<셜록>은 미성년 부정 논문을 공개하지 않는 교육부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지난 22일 감사원에 접수했다. 미성년 부정 논문 공개를 거부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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