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절반을 표절로 채운 연구용역 보고서에 국민의 세금 500만 원이 쓰였다. 그런데 보고서 어디에도 연구자 이름이 없다. 한마디로 누가 이 보고서를 써서 누가 돈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것. 이 ‘수준 미달’ 보고서를 발간하고 용역비를 신청한 국회의원은 바로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시정)이다.

국회의원은 입법 역량을 키우기 위해 소규모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행한다. 여기에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 의원실에서 1회당 500만 원 이하의 연구용역을 진행해 지급 신청서를 제출하면 국회 사무처에서 용역비를 지급한다. 소규모 연구용역 집행비가 포함된 예산 이름은 ‘입법 및 정책 개발비’로, 2022년 기준 의원 한 명당 최대 2550만 원을 지원받는다.

연구자 이름도 없는 ‘표절’ 연구용역 보고서에 500만 원의 용역비를 집행한 이용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시정) ⓒ연합뉴스

이 의원은 2021년 12월 연구용역 보고서 <탄소중립 글로벌 대응과 COVID-19 팬데믹 이후 시사점>을 발행했다. 이 보고서, 표절 심사 프로그램 ‘카피킬러’를 통해 검사한 결과 표절률 53%가 나왔다(표절 기준 ‘6어절 이상, 1문장 이상 일치’ 적용). 보고서 절반 정도가 남의 문장으로 이뤄져 있다는 소리다.

실제로 표절 대상이 된 연구물들과 직접 비교한 결과, 참고문헌 포함 총 68쪽으로 이뤄진 연구용역 보고서 중 약 28쪽에서 표절 정황이 확인됐다.

표절했다고 추정되는 세 연구물은 모두 비교적 최근에 탄소중립 등 환경 이슈를 다룬 정책 보고서들이었다. 이용우의원실의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세 연구물의 제목이 참고문헌이나 주석 등 어디에도 표기돼 있지 않았다.

<한반도 탄소중립을 위한 남북 기후개발협력 방안 연구>(김성진 외, 한국환경정책・평가원, 2021년 7월)
<그린뉴딜 관련 국제사회의 대응과 시사점>(문진영 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0년 8월)
<탄소중립 시나리오 작성 및 이행점검체계 구축을 위한 기획 연구>(이창훈 외, 한국환경정책・평가원, 2021년 7월)

위는 <한반도 탄소중립을 위한 남북 기후개발협력 방안 연구> 5쪽, 아래는 이용우의원실의 연구용역 보고서 37쪽. 밑줄 친 부분을 제외하고는 내용이 똑같다.

표절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복사-붙여넣기’다. 해당 보고서의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부분 첫 문단은 <한반도 탄소중립을 위한 남북 기후개발협력 방안 연구> 5쪽 첫 문단과 거의 똑같다. 유일한 차이점은 세 번째 줄에 삽입된 “<그림 2-1>에서 볼 수 있듯이”가 없다는 것뿐이다.

두 번째는 문장 형식에 약간의 변형을 주되, 주요 내용은 옮겨오는 식이다. 해당 보고서의 세 번째 챕터 ‘COVID 팬데믹 이후 글로벌 동향 및 시사점’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필자의 의견이 제시되는 부분이다. 필자는 “저탄소 경제로 전환되면 산업의 쇠퇴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용우의원실의 연구용역 보고서(아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그린뉴딜 관련 국제사회의 대응과 시사점>(위)을 베꼈다. 노란색으로 표시한 일부 주어, 문장 종결어미 등만이 다르다.

이 같은 주장이 담긴 64쪽은 <그린뉴딜 관련 국제사회의 대응과 시사점> 20쪽에 기술된 내용과 흡사했다. 또한 ‘필요함, ‘예정임’ 등 개조식 종결어미는, 이용우의원실의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서술형의 ‘-다‘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한국도”로, “미국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 후보는”은 “바이든 미 대통령은”으로 바꾸는 등 일부 문장의 주어를 변경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황당한 ‘꼼수‘로 표절 의혹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문장의 형식을 일부 바꿨어도 나머지 내용이 전부 같다면 엄연한 표절이다. 게다가 이 의원이 발간한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이런 문장이 너무 많았다. 22쪽 분량이 전부 <그린뉴딜 관련 국제사회의 대응과 시사점>과 유사한 문장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용우의원실은 이처럼 부실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간하고, 연구자에게 500만 원의 용역비를 지급했다. 탄소중립을 향한 이 의원의 관심은 법안 발의로 이어졌을까.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이 의원이 탄소중립과 관련된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적은 없다.

표절 의혹으로 얼룩진 부실 보고서를 쓴 사람, 그러고도 500만 원의 용역비를 받은 사람. 대체 누구냐 넌. ⓒpixabay

이용우의원실의 연구용역 보고서가 ‘엉터리’인 이유는 또 있다. 표절 의혹으로 얼룩진 부실 보고서를 쓴 사람, 그러고도 500만 원의 용역비를 받은 사람의 이름을 보고서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8월 국회 사무처를 상대로 ‘21대 국회의원 소규모 연구용역 집행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연구용역 보고서별 용역집행비와 계약을 맺은 상대자, 즉 연구 책임자가 누군지 알기 위해서였다. 한 달이 지나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집행내역을 확인한 뒤에야, 이용우의원실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고서는 보고서 작성자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열 건 중 한 건 꼴로 발견됐다. <셜록>이 직접 확인한 연구용역 보고서 323건 중 35건(11%)에 용역 수행자(책임연구원)의 이름과 소속 단체 표기가 모두 없었다. 용역을 수행한 단체만 기재하고 책임연구원 이름은 빠진 사례도 16건(5%)이나 됐다.

용역 수행자와 소속 단체 표기가 빠진 보고서 중 ‘카피킬러’ 검사 결과 표절률이 40%를 넘는 것으로 나온 보고서도 4건 더 있었다. 이런 사례들도 이용우의원실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표절 의혹이 짙지만, 그 부실한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지 않는 이상 국민들은 알 수 없다.

<셜록>이 직접 살펴본 연구용역 보고서 323건 중 대부분은 제출문에 연구용역을 수행한 주체를 명시했다. 일부 보고서는 보고서 표지 혹은 마지막 장에 책임연구원 이름을 밝혀 썼다.

안규백의원실에서 발간한 연구용역 보고서의 표지(왼쪽)와 제출문(오른쪽). 제출문에는 보고서에 참여한 모든 연구원의 이름이 기재됐다.

책임연구원뿐만 아니라 연구 용역에 참여한 모든 연구원을 기재한 모범 사례도 있었다.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동대문구갑)이 2020년 12월 발표한 연구용역 보고서 <진화적 ROC관련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가 대표적이다. 보고서의 표절률은 8%였다.

이 연구용역 보고서의 표지를 넘기면 “본 보고서의 내용은 연구용역 수행자의 의견으로 안규백의원실의 공식적인 견해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이고, 그다음 장에는 연구 수행기관, 책임연구원뿐만 아니라 연구용역에 참여한 모든 연구원의 이름이 적혀 있다.

사실 안규백의원실의 사례는 모범이 돼선 안 된다. 국회의원 모두가 지키는 기본이 돼야 한다. 첫째, 남의 것을 베끼지 말 것. 둘째, 누가 썼는지 기재할 것. 국민 세금으로 국회의원 연구용역 보고서를 만들면서, 겨우 이 두 가지 기본을 지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국민 세금으로 국회의원 연구용역 보고서를 만들면서, 겨우 이 두 가지 기본을 지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셜록

한편, <셜록>은 지난 9월 26일 이용우의원실에 연구용역 보고서 표절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이 의원실은 9월 30일 보낸 답변서에서 연구용역 보고서 표절 문제를 인정하고, ▲책임연구원 경고 ▲연구용역 보고서 수정 ▲표절 방지를 위한 자구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연구 위촉자는) 작성과정에서 포스트 COVID 동향에 대한 부분이 시간관계 등으로 촉박하게 수립되면서 생긴 문제로 원래 보완이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하며, 일단 미비와 불찰이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고 사후적이나마 개선을 하기로 했습니다.

(…) 충실한 연구 및 관리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합니다. 또한 향후 소규모 연구용역에 대해 사전에 카피킬러 등으로 체크하는 등 자율적 관리지침을 강화할 것입니다.”

<셜록>은 답변서를 통해 답변이 이뤄지지 않은 ‘책임연구원 미기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9월 30일 이용우의원실에 추가 반론을 요청했다. 이용우의원실 관계자는 전화를 통해 “국회 사무처 측에 용역보고서를 제출할 때는 책임연구원 이름을 기재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국회정보포털에 공개된 보고서에는 왜 이름이 없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책임연구원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개인정보를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여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도 “개인정보 이슈가 있어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주보배 기자 treasur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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