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숙 국회의원(이하 권) : “고법원장님이 훨씬 이상한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출입기자단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셔야 합니다.”
김광태 서울고등법원장 (이하 김) : “법원이 (앞으로) 기자단에 관여하라는 말씀이신가요.“
권 : “아뇨. 관여가 핵심이 아니라니까요. 고법원장님, 그 말의 핵심을 왜 이해하지 못하세요.”
김 : “법원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법조기자단 문제’를 두고 권인숙 의원과 김광태 서울고등법원장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 서울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 등 지방법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김광태 서울고등법원장은 피감기관장 신분으로 출석했다.

권인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법조기자단에 소속된 특정 언론사에만 보도자료 등을 제공하는 현 공보 시스템을 두고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김 법원장에게 법조기자단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 법원장은 질의의 핵심을 벗어난 ‘미꾸라지식’ 답변만 반복했다.

김광태 서울고등법원장(왼쪽)은 질의의 핵심을 벗어난 답변을 반복했다 ⓒ국회방송 화면캡처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뉴스타파>, <미디어오늘>과 함께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조기자단 문제를 2021년 3월부터 지적해왔다.

21일 국정감사에서 권인숙 의원은 법조기자단 운영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고등법원장을 향해, 법조기자단에 소속된 특정 언론사만 공보 혜택을 받는 문제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권 의원은 현재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기자가 기자단에 가입하기 위한 절차를 설명하며, 김 법원장을 향해 “현재 법조기자단을 어떤 근거에 의해 운영하고 있냐”고 질의했다.

권 의원이 지적한 법조기자단 가입 규칙은 이렇다. 가입 희망 언론사는 첫째, ‘6개월 동안 법원, 지검, 대검 등 최소 3명의 인력으로 법조팀을 운영하면서 법조 관련 기사를 보도해야 한다.’ 둘째, ‘이 기간에는 기자실에 들어오지 못하고, 기자단을 통한 자료 제공은 일절 없다’ 등이다.

이 조건을 갖추더라도, 법조기자단의 최종 승인을 받아내야 한다. 법원, 지검, 대검 기자단이 각각 투표를 해, 재적 3분의 2 출석과 3분의 2 찬성이 이뤄지면 해당 매체의 기자실 출입이 승인된다. 하지만 이 투표 결과에 대해서도 대법원 1진 기자실은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권 : “법원의 공식 브리핑 자료와 보도자료를 법조기자단에 가입한 특정 언론사에게만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그룹에 제공하지 않은 건 공정한 겁니까?”
김 : “선별적 제공은 오해입니다. 기자단 운영은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권 : “자율이 핵심이 아니라, 아무 규정도 없이 기자단 자율에 맡기는 관행 때문에 많은 기자들이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주용성

인권위는 지난 2월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대우를 하지 않도록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하라는 의견을 서울고법에 밝힌 바 있다.

권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법조기자단 문제를 두고) 차별이라고 명문화했고, (<셜록> 등이 서울고검을 향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도 ‘차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면서, “(그럼에도) 이게 차별이 아니라는 의미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김 법원장은 “법조기자단 문제에 저희가 관여를 하면 오히려 더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법조기자단 문제는) 법원이 직접 관여하기 어렵다”는 말만 재차 반복했다. 김 법원장은 대답 도중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권 의원과 김 법원장 사이에 설전이 이어졌다. 권 의원은 주어진 발언시간이 경과해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지난번에 서울고등검찰청장도 (국정감사에) 나와서 (<셜록> 등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재판 결과를 두고 차별이 아니라고 반박을 못했는데 고법원장이 훨씬 이상한 답변을 하고 있다”며, “출입기자단 제도 개선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법원장은 “법원이 (앞으로) 기자단에 관여하라는 말이냐”라는 답변을 반복한 뒤, “법원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는 걸 말씀드린다”면서 답변을 마무리 지었다.

권인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권인숙의원실 제공

한편,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 하루 뒤인 22일 권 의원은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이 답답한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차별을 이야기하는데, 법원장(김광태 서울고등법원장)은 계속 자율이라면서 문제를 이해하지 않으려 했다. 귀를 완전히 닫은 사람과 대화를 하는 느낌이었다. (중략) (법원은) ‘법은 세상사와 완전히 무관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은 집단이 아닐까, 라는 무서움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국민들이 피와 땀, 눈물로 쟁취한 민주주의 혜택은 고스란히 취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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