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서도 물어보면 법조(출입)기자가 제일 어려운 직책이라고 합니다, 검찰들한테 잘 보이지 않으면 단독 기사를 주지 않아서요. 브리핑 기사도 없기 때문에 ‘누구 검사하고 만나서 티타임하고 식사하지 않으면 도대체 정보가 흘러들어 오지 않는다’라는 얘기를 한두 기자님이 한 게 아닙니다.” – 2022. 10. 18. 조정훈 국회의원(시대전환, 비례대표) 국정감사 발언

“(법원 출입증 발급) 신청의 벽이 높은 거고. 이런 식(폐쇄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특혜의 문제로 갈 수밖에 없다’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기자 수가 많지 않은 소수 언론에는 (법조 기자단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굉장히 ‘차별이 될 수밖에 없다’라는 말입니다.” – 2022. 10. 18. 권인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정감사 발언

‘법조기자단 개방화 소송’의 공이 결국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법조기자단’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고등검찰청, 대검찰청,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를 출입처로 하는 기자들의 모임. 법조기자단은 공보조직이 제공하는 공신력 있는 정보를 활용해 보도한다는 명목으로 조직되었으나, 점차 출입처 관료들과 유착관계가 생기면서 여러 폐단을 낳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조 기자단 개방 및 확대’를 요구하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김보경 기자. ⓒ주용성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뉴스타파, 미디어오늘은 2020년 12월 서울고법과 서울고검에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신청을 했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이를 거부했다. 세 언론사는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법조기자단에 균열을 내고자 법적 돌파구를 택했다. 법원과 검찰이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않는 기자들에게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하지 않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 소송으로 따져보자는 취지였다.

미디어오늘은 세 언론사를 대표해 서울고법을, 셜록과 뉴스타파는 서울고검을 상대로 각각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2021년 3월 31일 제기했다. 동시에 서울고법과 서울고검의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행위를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로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소속 변호사들(김성순, 신미용, 최용문)이 법조기자단 개방화를 위한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대리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11월 19일 원고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법을 상대로 출입증 신청 거부를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행정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13일 “서울고법의 회신은 절차 안내에 불과하며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거부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원고 미디어오늘의 소를 각하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일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판단만 남았다.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행위가 헌법에 위배되는 행동이 맞는지, 그 판단이 헌법재판소의 손에 달렸다.

셜록은 ‘법조기자단 개방 소송단’ 소속으로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대리한 신미용 변호사를 찾았다. 신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청소년에게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 부천시 상동에 위치한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에서 신 변호사를 만났다.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 신미용 변호사 사무실 ⓒ셜록

신 변호사는 ‘법조기자단 개방 소송단’에 합류한 계기부터 설명했다.

“공공기관들이 출입처 기자가 아닌 기자들에겐 보도자료를 안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국민 전체에게 알리려고 보도자료를 만들어 놓고선, 출입기자가 아니라고 해서 (보도자료를) 안 준다는 건 모순이잖아요. 이때 기자와 출입처의 관계에 대해 처음 생각해보았습니다.”

공공기관의 선별적 보도자료 배포는 대표적인 차별 사례다. 실제 검찰과 법원은 기자실 출입과 출입증 발급 권한을 법조기자단에 거의 위임했다. 법조기자단에 소속되지 않은 기자들은 기자실을 이용하거나 출입증을 발급받으려면 기존 법조기자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즉, 공공시설 출입 여부를 법적 권한이 없는 사조직이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법조기자단 가입 규칙도 간단하지 않다. 가입 희망 언론사는 첫째, ‘6개월 동안 법원, 지검, 대검 등 최소 3명의 인력으로 법조팀을 운영하면서 법조 관련 기사를 보도해야 한다.’ 둘째, ‘이 기간에는 기자실에 들어오지 못하고, 기자단을 통한 자료 제공은 일절 없다’ 등의 규칙이 있다.

이 조건을 갖추더라도, 법조기자단의 최종 승인을 받아내야 한다. 법원, 지검, 대검 기자단이 각각 투표를 해, 재적 3분의 2 출석과 3분의 2 찬성이 이뤄지면 해당 매체의 기자실 출입이 승인된다. 하지만 이 투표 결과에 대해서도 대법원 1진 기자실은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출입처로서의 법조는 취재원 네트워크를 구축해놓은 주류 매체가 아니면 사실 확인조차 어려울 만큼 ‘거의 취재가 안 되는’ 곳이고, 법조인들은 ‘차 마시는 사이, 밥 먹는 사이, 술 마시는 사이가 다 다르고’ 단계를 뛰어넘을 때마다 제공되는 정보의 질이 달라질 만큼 특유의 폐쇄적 분위기가 있으며, 유능한 법조기자는 ‘신뢰가 쌓인 취재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자’이며, ‘검사 집에 숟가락 몇 개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기사를 쓸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헌법소원심판청구서 22쪽, <법조 뉴스 생산 관행 연구 : 관행의 형성 요인과 실천적 해법>(박영흠,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언론정보학보 101, 2020. 6.) 재인용

신 변호사의 문제의식은 헌법소원심판 청구로 이어진다. 그는 이런 행위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언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법조기자단 개방) 행정소송에서는 공물관리권(공공시설물 관리 권한)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 것 같아요.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권한이라는 공물관리권을 별다른 법령상 근거도 없이 제3자인 법조기자단에 사실상 위임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허용할 수 있냐는 거죠. 하지만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 여부가 주요한 쟁점이에요.”

신 변호사는 이때 기본권 ‘제한’과 ‘침해’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다른 걸까. 신 변호사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설명했다.

“기본권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어요. 우리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사회를 이루고 살려면, 개인은 조화로운 범위 안에서 자유를 누려야 하는 거잖아요. 이럴 경우 기본권일지라도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목적에 비해 너무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건 정당화되지 않는 제한이니까 그걸 침해라고 하는 겁니다.”

헌법 제37조 2항에서도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한마디로, 법률로써 제한하지 않은 행위는 기본권 침해, 즉 위헌이라는 것이다.

헌법소원심판청구서. 기자실 사용 거부행위 취소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2021년 4월 6일 헌법재판소에 회부되어 현재 심리중에 있다. ⓒ셜록

이에 법원과 검찰은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행위를 마치 법률에 근거한 정당한 제한인 것처럼 반박한다.

  • 법원홍보업무에관한내규 제10조(기자실의 설치)
    각급 기관중 지방법원 이상의 기관에는 가급적 기자실을 설치하여 출입 기자의 활동에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 서울검찰청사 관리 및 운용에 관한 규정(예규) 제34조 제2항
    법조 출입기자의 경우는 기자실 간사가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에게 제출한 언론사별 명단을 토대로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대검찰청과 협의해 출입증을 발급한다.

하지만 신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이 제시하는 내규와 규정의 맹점을 꼬집었다. 그는 “법원과 검찰이 제시하는 규정 조항은 법률에 근거를 두지 않고 있다” 지적했다.

“기본권은 법률 혹은 법률의 위임에 근거한 하위법령에 의해서 제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때도 법률에 근거해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겁니다. 법원과 검찰이 제시하는 내규와 규정은 법률을 근거로 두지 않고 있어요.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은 거죠. 그렇다면 법원과 검찰의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거부하는) 행위는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한 게 아니에요.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기자들의 취재권을 제한하는) 실질적인 이유가 구구절절하더라도, 그 자체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겁니다.”

실례로 헌법재판소는 2004년 3월 24일 대전 지역 공립교사 임용후보자 선정시험에서 시행요강 공고에 명시된 지역 사립대 졸업 가산점을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2001헌마882).

이미 국가기관도 법원과 검찰의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행위를 차별로 인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해 2월 17일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대우를 하지 않도록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하라”는 의견을 서울고법과 서울고검에 밝혔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언론사는 공공영역에서의 중요한 결정이나 사건 등을 취재하여 이를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사가 자유롭게 취재원에 접근하여 취재하고 이를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 인권위 결정문 일부

인권위의 의견 표명은 셜록이 낸 진정에 따른 결과다. 인권위는 ‘이미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진정을 각하하면서도 별도의 의견을 밝혔다. 신 변호사는 이 같은 인권위 결정이 헌법재판소 판단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인권위가 진정을 각하하면서도, 굳이 법원과 검찰에 의견을 낸 의미를 두고 봐야 해요. 인권위 입장에서는 각하를 하더라도, 법조기자단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의견을 부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인권위 의견 내용도 간명하고 논리적으로 잘 정리돼 있어서 굉장히 설득력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해요.”

헌법재판소 ⓒ주용성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서울고법과 서울고검의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행위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하면, 그다음 절차는 어떻게 되는 걸까.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해당 헌법소원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하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그 인용 결정에 ‘기속’됩니다. 여기서 기속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 1항에는 “헌법소원의 인용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끝으로 신 변호사에게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법조기자단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을 물었다. 신 변호사는 한국 언론의 출입처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권력 주체들은 적어도 보도자료 배포에 있어서는 언론사를 차별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인 사항을 법률로 정하고 각 공공기관의 특성에 맞게 이를 위임하는 규정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취재를 제한할 경우에도 법률에 근거해서 진행해야 하는 거죠. 법률에 근거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위헌성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됩니다.”

현재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행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심리 중이다.

세 언론사가 뭉쳐 서울고법과 서울고검을 상대로 각각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약 2년이 흘렀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서울고법의 손을 들어줬다. 유사 사건 성격상 서울고검 소송도 같은 수순을 따를 걸로 전망돼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마지막 키(key)를 쥐고 있는 헌법재판소는 법조기자단이라는 그 견고한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국가는 되도록 사상과 견해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고,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정보에 관한 취재활동에 있어서도 다양한 관점을 가진 언론매체의 접근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본 취지에 부합한다 할 것입니다.” – 헌법소원심판청구서 31쪽 참고

한편, 지난해 6월 9일 서울행정법원은 셜록과 뉴스타파가 서울고검을 상대로 제기한 ‘출입증 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 소송 판결에서 원고인 셜록과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검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해 6월 22일 항소했다. 항소심 첫 번째 변론기일은 지난해 11월 24일 진행됐다. 두 번째 재판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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