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검찰이 법조기자단에 정보와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신 이를 도구로 언론을 길들이는 행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폐쇄적인 법조기자단 출입처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변은 13일 “법원과 검찰은 법조출입처 제도를 개선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법원과 검찰을 향해 3가지 개선 촉구 사항을 밝혔다.

민변이 지적한 개선사항은 ▲법조출입처제도의 법적·사회적 문제점을 인식할 것 ▲법령상 근거 없는, 기자단 외 언론사의 취재 제한을 중단할 것 ▲조직의 편의에 안주함이 없이 법언유착, 검언유착의 여지를 끊어내는 제도적 보완에 힘쓸 것이다.

민변은 법원과 검찰을 상대로 법조기자단 출입처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변

실제 검찰과 법원은 기자실 출입과 출입증 발급 권한을 법조기자단에 거의 위임하고 있다. 법조기자단에 소속되지 않은 기자들은 기자실을 이용하거나 출입증을 발급받으려면 기존 법조기자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즉, 공공시설 출입 여부를 법적 권한이 없는 사조직이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법조기자단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운영된 점도 지적받아왔다. 법원 및 검찰은 내규, 예규에 따라 기자실을 설치하고 기자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법률에 근거를 둔 상황이 아니다.

민변은 “법원과 검찰이 법조기자단에 대하여 독점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여 취재를 용이하게 하고, 속보와 단독을 입맛대로 배분하며, 법조기자단에 속한 언론이 영리를 위해 이에 순응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이상 언론과 법조는 시민이 기대하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결코 형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변은 “법조 출입처 제도의 문제는 언론의 공정성과 자율성을 저해하여 저널리즘을 손상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법원 및 검찰과 언론 사이의 이해관계에 기인한 보도가 이루어질 우려를 낳는다”면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할 수 없고, 국민의 알권리 침해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법조 출입처 제도가) 법원 및 검찰과 언론 사이의 이해관계에 기인한 보도가 이루어질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pixabay

민변이 이번 성명을 발표한 데에는 배경이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 뉴스타파, 미디어오늘은 2021년, 법원과 검찰이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않는 기자들에게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하지 않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 따져보고자 법적 대응을 택했다.

미디어오늘은 세 언론사를 대표해 서울고등법원을, 셜록과 뉴스타파는 서울고등검찰청을 상대로 각각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소속 변호사들(김성순, 신미용, 최용문)이 이 소송을 대리했다.

최근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법을 상대로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이 최종 패소하면서, 폐쇄적인 법조기자단 제도가 다시 논란이 됐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11월 19일 “기자실 사용허가 및 출입증발급허가는 서울고등법원장의 업무여서 출입기자단의 판단에 이를 맡길 수는 없고 스스로 재량권을 행사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이를 법령상 별다른 근거도 없이 제3자에게 미루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며 원고 미디어오늘의 승소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13일 “서울고법의 회신은 절차 안내에 불과하며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거부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원고 미디어오늘의 소를 각하했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일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일, 서울고법 상대 행정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pixabay

민변은 대법원 판결을 두고 “인터넷신문사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 그 ‘절차‘와 ’절차 안내’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차 지적하려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이 구체적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으로 이를 확정했다”며, “대법원 판결이 법조 출입처 제도의 문제를 정면으로 대하지 않고 회피하였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2월 17일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대우를 하지 않도록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하라”는 의견을 서울고법과 서울고검에 밝힌 바 있다. 인권위는 “언론사 간 차별적 대우로 인한 평등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을 상대로 한 소송은 최종 패소했으나, 현재 검찰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6월 9일, 셜록과 뉴스타파가 서울고검을 상대로 제기한 ‘출입증 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 소송 판결에서 원고인 셜록과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검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해 6월 22일 항소한 상태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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