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기자단 개방화 소송이 새 국면을 맞았다.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뉴스타파가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고등검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하지만 유사 사건의 패소로 이 소송 역시 같은 수순을 따를 걸로 전망됐다.
그러나 14일 재개된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종전 미디어오늘 사건과 달리 볼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법조기자단 개방화 소송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디어오늘이 같은 내용으로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은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셜록,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세 언론사는 지난 2021년, 법원과 검찰이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않는 기자들에게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하지 않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 따져보고자 법적 대응을 택했다.(관련기사 : <“언론 길들이기 그만” 민변, 법조기자단 개선 성명>)
미디어오늘은 세 언론사를 대표해 서울고법을 상대로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이하 ‘미오 소송’으로 지칭). 또 셜록과 뉴스타파는 서울고검을 상대로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이하 ‘셜록 소송’으로 지칭).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재판장 최수환)는 14일 오전 11시 ‘출입증 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재판을 7개월만에 재개했다. 미오 소송이 작년 12월 대법원 패소 판결을 받은 이후 첫 재판이다.
당시 재판부는 유사 사건인 미오 소송의 대법원 결과를 확인하고 결론을 내리겠다며 재판을 미뤄왔다. 그리고 그 사이, 재판부가 변경됐다. 14일 새 재판부가 진행한 첫 변론기일이 열린 것이다.
최 재판장은 이날 재판에서 출입증 발급 및 기자실 사용과 관련하여 “서울중앙지검과 어떻게 협의하는지 피고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지” 피고, 즉 서울고검 소송대리인들에게 물었다.
‘서울검찰청사 관리 및 운용에 관한 규정’ 제34조(출입증 발급 및 관리) 제2항에는 “법조출입기자의 경우는 기자실 간사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에게 제출한 언론사별 명단을 토대로 서울고등검찰청 차장검사가 대검찰청과 협의하여 발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서울고검은 셜록, 뉴스타파, 미디어오늘의 출입증 발급 및 기자실 사용 신청에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업무처리를 하고 있음을 회신한다”고 답한 바 있다.
피고 서울고검 소송대리인들이 특별한 대답을 내놓지 않자, 최 재판장은 “피고가 어떻게 재량권을 심사하는지, 어떤 과정이 있는지 준비서면으로 써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쉽게 말해, 기자실을 사용하고 출입증을 발급받는 언론사들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선정하는지 서울고검이 설명하라는 이야기다.
이어 최 재판장은 “언론의 자유가 신장돼야 하긴 하지만, 공간적 한계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긴 하다”고 지적했다.
“기자실이라는 어떤 (공간적) 틀을 갖고 운영하니까 일종의 판막이처럼 진입장벽이 생긴건데, 소수 언론사만 혜택을 받고 다수 인터넷신문 등은 (출입처) 등록이 잘 되지 않지요. 피고의 입장에서는 수천 개 언론사를 다 상대할 수 없어서 소수의 언론사로 구성된 법조기자단을 두는 정책을 하는 걸 테고, 원고의 입장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신장돼야 하고요.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 재판장은 “종전 미오 소송은 각하됐지만, 이 사건 소송과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라면서 “이 사건 소송은 종전 판결과 달리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고를 대리한 최용문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재판 직후 기자를 만나 “오늘 변론기일에서 바로 변론종결을 할 줄 알았는데 ‘재량권’에 대해 더 주장하라는 등 재판부의 반응이 의외였다“면서, “미오 소송과 다른 결론이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셜록 소송의 세 번째 변론기일은 7월 19일 오후 2시 40분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전 재판부는 지난 3월 8일 사건 재배당 요청서를 제출했다. 미오 소송에서 원고 최종 패소라는 결과가 나오자, 이전 재판부는 돌연 재배당을 요청한 것.
이전 재판부는 그 근거로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 제4호를 들었다. 해당 조항에는 “배당된 사건을 처리함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어서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한 때”라고 규정돼 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