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종업원 A씨는 2009년 2월 4일 인터넷 서비스 웹하드에 타인의 창작만화를 무단으로 게재했다. 그 다음날에는 타인의 소설을 멋대로 올렸다. 일주일 후에는 타인의 소설과 만화를 같이 올렸다. 이번에도 저작권자의 허락은 받지 않았다.

결국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 2012년 10월 25일 1심 법원은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전주지방법원 2011고단27).

이 사건을 기소한 검사는 김형걸 검사(사법연수원 37기)다.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무단으로 게재한 피고인에게 ‘사법 정의’를 실현했던 김 검사. 하지만 정작 본인은 해외에 나가 세금 수천만 원을 써놓고, 표절로 의심되는 논문을 작성했다.

법무부는 검찰의 발전과 훈련대상 검사의 자기계발을 위해 검사를 대상으로 국외훈련 제도를 운영한다. 국외훈련 기간 동안 체재비(항공료, 의료보험료, 생활준비금 등 포함)와 학자금이 세금으로 지원된다. 쉽게 말해, 세금으로 가는 ‘공짜 유학’이다.

세금으로 다녀온 국외훈련의 성과를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은 연구논문이다. 국외훈련을 떠난 검사는 그동안의 성과를 담은 연구논문을 완성해, 귀국 3주 전까지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에 송부해야 한다.

하지만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발행된 국외훈련 연구논문 84건 중 표절로 의심되는 부정·부실 논문 5건을 확인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김형걸 검사가 중국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와 작성한 연구논문이다. 총 61쪽 중 26쪽에서 표절 정황이 발견됐다. 표절률은 42%. 표절 대상이 된 저작물은 바로 같은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온 선배 검사의 논문.

김 검사가 중국에서 6개월 동안 사용한 국외훈련비(체재비+학자금)는 3132만 원.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같은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간 검사 4명 중 가장 많은 체재비(6개월 기준)와 왕복항공료를 사용했다.

김형걸 검사는 같은 대학으로 이미 국외훈련을 다녀온 선배 검사의 논문을 40% 이상 표절한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의심된다 ⓒ셜록

김형걸 검사는 2018년 12월 28일부터 다음 해 6월 24일까지 6개월 동안 중국 상하이 화동정법대(华东政法大)로 단기 국외훈련을 다녀왔다. 당시 김 검사는 광주지방검찰청 소속이었다.

김 검사는 국외훈련 이후 <중국 감찰위원회의 지위에 관한 연구>라는 연구논문을 작성했다. <셜록>은 먼저 김 검사의 논문을 표절 심의 사이트 ‘카피킬러’를 통해 검사해봤다. 표절률은 30%를 기록했다.(표절 기준은 ‘6어절 이상, 1문장 이상 일치’로 설정)

김 검사가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저작물은 선배 검사가 작성한 국외훈련 연구논문. 최○○ 검사(사법연수원 35기)는 2017년 7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중국 상하이 화동정법대로 국외훈련을 다녀왔다. 김 검사의 국외훈련 대학과 같은 곳이다.

최 검사가 작성한 국외훈련 연구논문 제목은 <중국의 부패범죄 수사 관련기구에 대한 연구>. <셜록>이 두 논문을 비교한 결과, 김 검사의 논문 총 61쪽(논문요약, 참고문헌 제외) 중 26쪽, 약 42%에 해당하는 페이지에서 표절 정황이 발견됐다.

김 검사는 최 검사가 작성한 연구논문에서 ‘감찰위원회’ 부분을 주요하게 가져다 쓴 걸로 보인다. 최 검사가 작성한 논문에선 ‘감찰위원회’ 부분을 개요, 설치, 구성, 감찰 대상 등으로 나눠 설명한다. 김 검사는 이중에서 크게 ①감찰 대상, ②관할과 대상범죄, ③직무와 감찰권한 부분을 상당 부분 옮겨 쓴 걸로 보인다.

김 검사가 작성한 논문 23~26쪽의 ①‘감찰 대상’을 설명하는 부분은, 최 검사의 논문 680~683쪽을 거의 그대로 옮겨 썼다. 구성과 순서 외에도, ‘각 소속별 공무원의 구체적인 감찰 범위’를 설명하기 위해 첨부한 표도 내용이 동일했다.

김형걸 검사가 작성한 논문(왼쪽) 23~26쪽은 최OO 검사의 논문(오른쪽) 680~683쪽을 거의 그대로 옮겨 썼다

김 검사 논문의 ②‘관할과 대상범죄’(27~31쪽)는 최 검사의 논문(683~688쪽)과 거의 똑같다. 관할 규정에 따른 6개의 범죄 유형과, 대상으로 하는 범죄 88개를 아예 최 검사의 연구논문에서 그대로 가져와 배치했다.

마지막으로 김 검사가 작성한 논문 31~50쪽의 ③‘직무와 감찰권한’ 부분은 최 검사 연구논문 688~704쪽에서 총 13쪽 분량을 가져온 걸로 보인다. 이때 원자료에서 상당 부분 그대로 가져오거나, 일부 표현을 변형하는 방식으로 감찰위원회의 직무에 대해 다뤘다. 예를 들면 원자료의 “감찰위원회는 ‘수뇌부의 공동검토’를 거쳐 유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문장을 “감찰위원회는 ‘영도자들의 집단연구’를 거쳐 유치여부를 결정한다”라고 바꾸는 식이다.

김 검사는 자신의 논문 참고문헌에 최 검사의 연구논문 제목을 밝혔지만, 문장과 구성의 유사도를 살펴볼 때 단순 참고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김형걸 검사에게 지원된 국외훈련비는 저소득 어르신 약 8000명에게 한 끼 식사를 드릴 수 있는 금액이다. 자료사진 ⓒpixabay

김 검사가 해당 논문을 쓰기 위해 중국에서 6개월 동안 체류하며 사용한 국외훈련비(체재비+학자금)는 3132만 원(더불어민주당 기동민의원실 제공 자료). 저소득 어르신 7830명에게 한 끼 식사를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서울시 기준 저소득 어르신 급식지원사업 4000원 기준). 국외훈련 기간 동안 급여도 지급된다.

특히 김 검사는 중국 왕복항공료로만 약 774만 원을 썼다.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같은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떠난 검사 4명 중 가장 큰 금액으로, 평균(321만 원)의 두 배가 넘는다. 국외훈련을 받는 공무원은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배우자와 자녀 몫을 포함한 왕복항공료를 지원받는다.

왕복항공료를 제외한 체재비 역시 가장 많이 썼다.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같은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간 검사 4명의 평균 체재비(왕복항공료 제외)는 6개월 기준 평균 1772만 원이지만, 김 검사는 약 200만 원 많은 1957만 원을 썼다.

6개월 동안 수천만 원의 세금을 쓰면서, 선배 검사와 같은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떠나, 선배 검사의 논문과 42%나 동일한 내용의 논문을 작성한 김형걸 검사.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9조(국외훈련비의 지급)에 따르면, 연구보고서의 내용이 부여된 훈련과제와 관련이 없거나 다른 연구보고서·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지급받은 훈련비의 100분의 20을 환수할 수 있다.

<셜록>은 김형걸 검사를 만나기 위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을 찾아갔다 ⓒ셜록

김형걸 검사와 선배 검사, 둘 중 한 명만 가도 됐을 법한 이 국외훈련 연구논문 결과에 대한 당사자의 입장은 무엇일까.

김 검사는 현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소속이다. 기자는 지난달 23일 김형걸 검사실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검사실 직원은 다음 날 통화에서 “김 검사가 국외훈련 연구논문 관련해서 이야기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남부지검 공보담당관에게 문의하라”고 답했다.

기자는 지난달 25일 서울남부지검 공보담당 검사에게 문자메시지로 “서면 질의서를 수령할 수 있는 공식 이메일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공보담당 검사는 “취재목적이 검사 논문의 부실함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취지인 거냐, 내 입장에서 협조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냐”고 되물었다. 기자가 “김 검사의 국외훈련 연구논문 표절에 대한 입장을 묻고 싶다”고 하자, 공보담당 검사는 아래와 같은 답변과 함께 거절했다.

“(국외훈련 연구논문은) 학위논문이 아닌데 (왜) 표절 여부를 검사하는가요? (중략) 학술지에 김형걸 검사 논문이 공개되고 게재되었나요? 법무연수원에 논문심사 제도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먼저 그쪽에 문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유학 후 검사 논문이 표절 심사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명확히 법무연수원 답을 들으면 제가 더 검토해보겠습니다.”

기자가 “질의서를 본 후에 답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말했지만, 더 이상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후 지난달 29일 남부지검을 직접 찾아가 “서면질의서를 전달하고자 남부지검에 와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공보담당 검사에게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결국, 서면 질의서를 공보관실에 전달하지 못했다.

<셜록>은 최종적으로 이달 19일 김형걸 검사실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 의사를 재차 물었다. 하지만 김 검사실 담당 직원은 “김 검사가 국외훈련 연구논문 관련해서 이야기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형걸 검사는 2020년 광주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한 ‘우수·친절 검사’에 선정된 바 있다. 도덕성과 청렴성, 공정성 등 7개 평가항목에서 우수한 평점을 받은 인물을 선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수검사’인 그가 국외훈련 연구논문 표절 문제에선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글은 <얼룩소>(https://alook.so/posts/ZktOo5b)와 동시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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