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둘 다 2015 10, 1자유로 위에서 청소 일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자유로 청소노동자들은두 명이 목숨을 잃은 후에도 여전히 위험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기사 : <죽어야 시작되는 이야기… 우리는 자유로의 ‘유령’입니다>)

46㎞에 달하는 자유로는 세 주체가 나눠서 관리한다. 경기 고양시(가양대교 북단 일부~장월IC 장월교 부근), 경기 파주시(장월IC~자유IC),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의정부국도관리사무소(송촌대교~통일대교 사이 일부 구간).

세 주체 중 유독 고양시에 여러 문제가 두드러졌다. ‘고양시만’ 청소 업무를 민간 용역업체가 수행하고, 산재 사고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이 가벼웠다. ‘고양시만’ 안전 매뉴얼이 없고, ‘고양시만’ 도로 작업 보호차량이 한 대뿐이었다.

▲고용 형태 ▲산재 사고 대응 방식 ▲안전 매뉴얼 ▲작업 보호용 차량 수를 기준으로 살펴본 자유로 관리 주체별 특징 ⓒ셜록

고양시는 자유로 청소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한다. 2년 주기로 제1자유로와 제2자유로 각각 용역업체 입찰을 진행한다.

반면 파주시는 고양시처럼 민간업체에 맡기다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난 2019년부터 방식을 변경했다. 위탁기관을 파주시 산하 지방 공기업인 파주도시관광공사로 바꾼 것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의정부국도관리사무소에 소속된 자유로 청소노동자들은 ‘공무직’ 근로자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상위 기관은 국토교통부다. 민간 용역업체 소속은 고양시밖에 없다.

자유로의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90. 감시 카메라가 없는 곳에선 차들이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린다. 주행속도는 빠른데 신호등과 횡단보도는 없는 자유로 위에서 차와 보행자 간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게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찾는 과정이다.

청소노동자에게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리 주체별 대응 방식은 어떨까. 고양시는 자유로 청소노동자에게 발생한 사고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해 11 16, 고양시에 ’2010~2022 사이 고양시 제1·2자유로에서 발생한 노동자 교통사고 현황을 정보공개청구 했다. 고양시는 ‘정보 부존재처분을 통지했다. 노동자 사고 현황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줄 수도 없다는 거다.

고양시는 지난해 11월 21일 셜록이 정보공개 청구한 자유로 청소 노동자가 당한 교통사고 현황에 ‘정보 부존재’ 처분을 내렸다 ⓒ셜록

고양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셜록과의 전화 통화에서고양시 자유로 청소는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에 따른 용역계약이므로 노동자 교통사고 현황에 관한 데이터는 없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면은 회사(용역업체)가 책임질 건지, 고양시가 책임질 건지 아니면, 이 차를 운전한 제가 책임지는 건지 몰라요. 하루하루 그냥 아무 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거죠.” – 제1자유로 청소차량 운전원 신재호(가명) 씨

고양시가 청소노동자 산재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용역 업무 전반에 대한 내용을 명시한과업 지시서를 보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고양시 자원순환과에서 작성한 <일산동·서구 노면 및 제1자유로 청소 대행 용역 과업 지시서>에는 산재 사고에 대한 책임을 용역업체가 진다고 나와 있다.

21(사고책임 부담) 계약상대자(용역업체)는 사업 수행상 발생하는 일체의 사고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고 처리하며, 사고 발생 때에는 즉시 발주처(고양시)에 보고해야 한다.

고양시 제1자유로 청소 노동자 신재호(가명)씨의 뒷모습 ⓒ셜록

반면 파주시는 용역업체인 파주도시관광공사뿐만 아니라 원청인 파주시도 산재 사고를 파악한다. 파주시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현행법을 반영한 환경부 지침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가이드라인을 따른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환경미화원에 대한 안전사고 발생 시산업안전보건법57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73조에 따라 안전사고 발생원인 등을 기록·보존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함.

대행 적격업체 평가 기준에 매년 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의 안전사고 발생 건수에 따른 감점 기준을 설정 운영하여야 함.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가이드라인’ 13쪽, 지자체 준수사항)

파주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계부서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회의를 하기도 한다지난 2019 5월 청소노동자가 작업 준비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역시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하면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양시는 산재 사고 책임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위험의 외주화의 가장 큰 특징은 원청 기업이 산재 사고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로 위에선 똑같이 외주를 줬더라도외주를 민간업체에 맡겼는가 아니면 산하 공기업에 맡겼는가에 따라 시가 가지는 책임의 무게도 다른 상황이다.

자유로 청소 노동자가 도로에서 수거한 낙하물을 작업 차량(트럭) 뒤에 싣고자 이동하고 있다 ⓒ윤재남

고양시 자유로 청소노동자들은 안전 매뉴얼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1자유로에서 8년째 청소노동자로 근무 중인 윤재남(40) 씨는 ‘안전 매뉴얼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그런 거 없어요. 안전은 우리가 알아서 지켜야 합니다. 하루하루오늘은 무사했구나하면서 일합니다.”

고양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지난 13일 셜록과의 통화에서용역업체에 확인해보니 현재 안전 수칙이 포함된 매뉴얼은 따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국토교통부의도로작업구간 안전 매뉴얼을 따른다. 이 매뉴얼에는 도로를 제한속도(시속 60㎞/ 70㎞/ 80㎞/ 100㎞)별로 구분해 작업보호 차량을 어디에, 몇 대나 배치해야 하는지 나와 있다, 작업 준비작업중철수 등 단계별로 지켜야 하는 안전 점검 수칙도 포함됐다. 예를 들어, 작업 준비 시에는작업보호자동차를 후미에 배치했는지살펴야 하고, 작업 중에는 작업보호자동차의 위치가 적절한지 확인해야 한다.

파주시의 경우 매뉴얼인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가이드라인에 작업 안전 수칙이 있다.

고속화도로 청소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갓길 청소와 도로에 떨어진 낙하물 수거다신호체계와 횡단보도가 없는 고속화도로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 일하는 것은 짧은 시간일지라도 위험하다. 청소 일을 지원하는 차량과 노동자를 보호하는 차량이 따로 필요한 이유다.

고용노동부가 만든안전보건 실무 길잡이도로 및 관련 시설 운영업편에는도로를 임시로 보수하거나 교통사고 잡물을 처리하는 등을 할 때 작업 보호 자동차를 2대 이상 배치할 것을 권장하는 내용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안전보건 실무길잡이–도로 및 관련 시설 운영업’ 147쪽에 실린 그림 ⓒ고용노동부

하지만 자유로 고양시 구간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윤재남 씨는 “1톤짜리 트럭 한 대로 도로에 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왜 작업보호 차량 두 대가 필요한지 설명했다.

만약 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작업 차량을 치면, 그 차가 앞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를 들이받는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 보통 노동자들이 낙하물을 트럭에 실으려고 차량 뒤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가 그 트럭 한 대뿐이라면 사고 위험에 그냥 무방비로 노출되는 겁니다.”

고양시와 달리 파주도시관광공사에 소속된 청소노동자들은 도로 진입 시 두 대 이상의 차량을 동원한다. 한 대는 작업용 차량, 나머지 한 대는 그 차량과 노동자를 보호하는 15톤 이상 차량이다. 셜록이 파주도시관광공사 생활지원팀 관계자에게파주시에선 청소노동자들이 도로에 들어갈 때 차가 두 대 이상 지원되는 게 확실하냐고 묻자, 그는 오히려 “확실하냐고요? 원래 그런 거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역시 자유로 위에선두 대 이상 작업이 원칙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의정부국도관리사무소 관계자는도로 순찰, 긴급 응급 보수 등을 하는 작업 차량이 있고, 그 차량을 보호해주는 신호 차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로 청소 노동자들이 도로에 떨어진 낙하물을 들고 작업 차량(트럭)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 ⓒ윤재남

노동자 사망사고는 근무 환경이 변하는 계기가 된다.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동부간선도로 등을 관리하는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이 대표적 사례다.

동부간선도로 월계1교 부근 갓길. 가드레일을 살피기 위해 이곳을 걷던 사람이 있다. 서울시설공단에서 도로순찰대로 일하던 A 씨였다. 같은 시간, 차선을 변경하던 2.5톤 화물차가 빗길에 미끄러졌다. 화물차는 A 씨를 들이받았고, A 씨는 결국 사망했다. 2021 8 2 오전 9 5분경에 벌어진 산재 사고다.

사고 발생 이틀 뒤 서울시설공단은교통사고 재발 방지대책 마련 위한 관계자 회의를 개최했다. 첫 번째 회의가 열린 날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두 번째 회의를 열어 재발 방지대책을 확정했다.

가장 큰 변화는 업무 매뉴얼을 개선한 것이다. 서울시설공단은 6쪽에 불과했던 근무 수칙을 폐기하고 안전 수칙이 포함된 40쪽짜리 업무 매뉴얼을 제정했다. 매뉴얼 2쪽에는모든 업무는 선 안전 확보 후 업무처리 원칙을 준수한다는 원칙을 포함했다, 위험 구간 점검 등 도로 진입 업무 시 안전 지원차를 포함해 차량 2대를 대동하도록 했고, 트럭 뒤에 부착하는 충격흡수시설도 추가로 도입하기도 했다.

서울시설공단 노동조합 관계자는사고 이후 상황 많이 개선된 편이라며,보통 도로 위 잔재물을 작업할 땐 차량 두 대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동부간선도로에서 A 씨가 사고를 당한 날로부터 약 6년 전 제1자유로 위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김동현(가명) 씨와 김규정(가명) 씨 역시 2015 10, 일하기 위해 아침에 고속화도로를 걷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하지만 동현 씨와 규정 씨의 사망 이후에도 고양시 관할 자유로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의정부국도관리사무소에 소속된 청소 노동자들이 도로에서 일할 때 함께 들어가는 덤프 트럭 뒷모습. 1톤 트럭 한 대만 투입되는 자유로 상황과 대조적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셜록은 지난 13일 고양시에 전화 통화를 통해 ▲2015년 노동자 사망사고 당시 고양시 대응 ▲안전 매뉴얼 마련 계획 ▲ 작업보호 차량 증차 등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계획 등을 물었다.

먼저 2015년 사망사고 당시 대응에 대한 질문에, 현재 고양시 자원순환과에서 자유로 청소업체 관리를 맡고 있는 담당자는해당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전체 자유로 구간 중 고양시 관할 구역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에게만 안전 매뉴얼이 없다는 지적에는매뉴얼 마련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담당자는고양시가 매뉴얼을 제작해서 용역업체에 줘야 하는지, 아니면 용역업체가 자체적으로 매뉴얼을 정비해야 하는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검토해야 한다며,고양시가 매뉴얼을 만들어 업무 지시를 할 수 있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담당자는 전반적인 안전 문제 역시 단기적으로 해결하기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안전 문제 해결에 대한 필요성 동감하나 단기적으로 해결 어렵다, 결국 돈이 들어가는 사안이라 예산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우선 용역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겠다고 설명했다.

또한올해 7월 말 제2자유로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된다”며,다음 용역을 발주할 때 산업안전보건관리비에 지적해주신 내용을 개선할 수 있는 비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보배 기자 treasur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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