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주점 술값, 일식당 식사비를 여행사 직원에게 떠넘긴 대학교수. 이 사실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고 피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한의사. 경찰이 무혐의 불송치를 결정하자 검찰에 항고한 전직 대통령 한방자문의. 검찰이 항고를 기각해도 여전히 “(피해자의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남자.

이 남자는 단란주점 룸에 여행사 직원을 무릎 꿇린 채 이렇게 물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

그가 누군지는 피해자 양재훈(가명, 1967년생) 씨가 잘 안다. 피해자를 끝까지 괴롭히는 이 집념의 사람은 정지천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다.

“징글징글한 갑질 끝판왕입니다.”(양재훈)

동국대학교일산한방병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정지천 교수. ⓒ동국대학교일산한방병원 홈페이지 화면 캡처

양 씨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광주고등검찰청 제주지부는 지난 18일 정지천 교수의 항고를 기각했다. 양재훈의 피해 폭로를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대한 정 교수의 생각을 듣고자 지난 21일부터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25일 오전에야 그와 연락이 닿았다. 그에게 검찰의 항고 기각을 설명하고 향후 계획을 물었다.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피해자의 폭로는) 다 거짓말입니다.”

정지천 교수는 지난 3월 기자에게 이렇게 밝힌 적 있다.

“저는 끝까지 갈 겁니다. 피해자는 양재훈이 아니라 바로 접니다.”

공짜로 밥과 술을 먹은 사람이 피해자라니. 피해자 양재훈의 말마따나 사건은 ‘징글징글한’ 내막을 갖고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프로젝트 ‘갑질 교수의 어긋난 복수극’을 통해 관련 내용을 상세히 다뤘다. 해당 기사를 못 본 독자를 위해 관련 내용을 다시 짧게 요약한다.

[1화 기사 보기 : <무릎 꿇리고 단란주점 술값 강요.. ‘갑질’ 교수와 한의사들>]
[2화 기사 보기 : <‘갑질’ 한의사의 적반하장 고소.. 결국 증인이 등장했다>]

정지천 교수는 지난 2000년 12월 8일부터 10일까지, 동국대 제자 출신 한의사 30여 명과 제주도에서 친목 행사를 진행했다. 제주도의 한 여행사에서 일하는 양재훈 씨가 호텔, 항공권 예약 등을 맡았다.

양 씨는 정 교수의 부탁으로 골프장 예약도 진행했다. 제주도 내 골프장이 7~8개에 불과했던 시절, 부킹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양 씨는 그 힘든 일을 해냈다. 하지만 견디기 힘든 일도 ‘골프 부킹’에서 비롯됐다. 

“티오프(골프 시작 시각)는 골프장 사정에 따라야 한다고 당시에 몇 번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럼에도 정 교수는 자신이 원하는 시각보다 약 2시간 늦게 부킹이 잡히자, 단란주점에서 저를 무릎 꿇게 했습니다.

양재훈(가명) 씨는 정 교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일러스트 신지현. ⓒ셜록

정지천 교수의 갑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단란주점 술값 일부, 자신과 제자들이 이용한 일식당 식사비 등 총 500여만 원을 양재훈 씨에게 떠넘겼다. 당시 양 씨는 월급으로 200만 원도 받지 못했지만, 정 교수의 기세에 눌려 이 비용을 부담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 교수는 대통령 한방자문의로 위촉됐다. 양재훈 씨는 TV, 라디오에 정지천 교수가 나올 때마다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는 자신이 겪은 피해를 폭로하며 정 교수 해촉을 촉구하는 글을 2021년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청와대는 곧바로 정 교수를 해촉했다.

그러자 정 교수의 복수, 2차 가해가 시작됐다. 그는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양재훈을 경찰에 고소했다. 정지천 교수의 주장은 이렇다.

“양재훈 씨에게 단란주점 술값 일부, 일식당 식사를 치르게 한 건 맞지만 그를 무릎 꿇린 적은 없습니다. 피해자는 저와 제자들입니다. 원하는 시각에 골프를 못 쳤으니까요. 양 씨가 치른 비용은 일종의 피해 보상입니다.”

가해자의 고소에 양재훈 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경찰은 양재훈 씨를 불러 관련 혐의를 조사했다. 경찰은 2022년 1월, 양 씨에 대해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정 교수는 이에 불복해 사건을 검찰로 끌고 갔다. 제주지방검찰청도 지난 3월 2월 양 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를 결정했다. 정 교수는 곧바로 불복해 고등검찰청에 항고했다. 하지만 광주고등검찰청 제주지부 역시 지난 18일 ‘항고기각’ 처분을 결정했다.

정지천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에게 갑질 피해를 겪은 양재훈(가명) 씨 ⓒ셜록

“정지천 교수의 갑질 피해를 겪고 원형탈모 등 20여 년간 심적 고통을 겪었습니다. TV에 정 교수가 나오면 식은땀을 흘리곤 했습니다. 사과 한마디 없는 가해자가 법적 절차로 피해자를 괴롭히는 상황이 참담하기만 합니다.”

양재훈 씨는 검찰의 항고 기각에도 여전히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정 교수는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지난 3월 밝혔기 때문이다.

양 씨는 “힘 없는 사람은 잘못이 없더라도 고소-고발을 당해 법적 판단을 받게 되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술값, 밥값은 내지 않던 정 교수가 변호사 비용을 써가며 피해자를 괴롭히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25일 전화통화에서 말했다.

피해자는 자신이라며 끈질긴 ‘고소전’을 이어가고 있는 정지천 교수. 검찰마저 ‘항고기각’ 처분을 내린 상황에서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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