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검찰에 이어 2심 판사들마저 제동을 걸었지만, 유명 한의사의 ‘갑질 피해자 괴롭히기’는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 한방자문의 출신 정지천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이야기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재신)은 지난달 25일, 정지천 교수의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재정신청이란 검사의 불기소 결정에 맞서, 그 처분이 타당한지 법원에 묻는 일종의 불복 절차다.

앞서 정 교수는 자신의 갑질 가해 사실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전 여행사 직원 양재훈(가명)을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검찰 역시 “혐의가 없다”며 양 씨를 불기소 했다.

동국대학교일산한방병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정지천 교수 ⓒ동국대학교일산한방병원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정 교수는 경찰-검찰의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으나, 재판부 역시 “신청인(정지천)이 제출한 자료 및 수사기록만으로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지천 교수는 이에 또 불복, 재항고했다. 2021년 6월 정 교수의 경찰 고소로 시작된 사건은 ‘경찰 불송치 – 정지천 이의신청’, ‘검찰 불기소 – 정지천 항고 – 고검 불기소’, ‘정지천 재정신청 – 고등법원 기각 – 재항고’를 거쳐, 결국 대법원까지 넘어갔다. 고소 이후로 지금까지 2년 1개월. 정 교수는 “끝까지 가겠다”는 자신의 말을 지킨 셈이다.

자신의 갑질을 제보한 피해자를 향해 2년간 이어지고 있는 정치천 교수의 끈질긴 ‘보복’ ⓒ셜록

피해자가 “정말 징글징글하다”고 고개를 젓는 이 사연은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정지천 교수는 지난 2000년 12월, 동국대 제자 출신 한의사 30여 명과 제주도에서 골프 모임을 가졌다. 제주도 골프장 부킹이 어렵던 시절, 여행사 직원 양재훈 씨는 힘들게 골프장 예약에 성공했다. 정 교수와 한의사 일행은 그해 12월 9일과 10일 골프를 쳤다.

하지만 정 교수는 “부킹 시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자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등의 이유를 들며 양재훈 씨를 제주시 ‘미스코리아단란주점’에서 무릎 꿇게 했다. 이어 그는 제자들과 즐긴 단란주점 술값, 일식당 식사비의 일부인 약 500만 원을 지불하지 않고 서울로 돌아갔다. 대학교수와 한의사들이 먹고 마신 이 비용을 여행사 직원 양재훈 씨가 고스란히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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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정지천 교수는 동국대학교일산한방병원장 – 서울한방병원장 – 강남한방병원장을 역임했다. ‘라디오 동의보감’ 등 각종 방송에 출연해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정 교수는 대통령 한방자문의로 위촉됐다.

양재훈 씨는 2021년 5월, 자신이 겪은 갑질 피해를 적시하며 “정지천 교수의 대통령 한방자문의 해촉을 요구한다”는 국민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다. 정 교수는 얼마 뒤 해촉됐다.

정지천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에게 갑질 피해를 겪은 양재훈(가명) 씨. ⓒ셜록

이때부터 가해자 정지천 교수의 보복이 시작됐다. 정 교수는 2021년 6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양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경찰, 검찰은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지만, 정 교수는 사건을 법원으로 끌고 갔다.

정 교수는 그동안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000년 12월 당시 원하는 시각에 골프를 못 쳐서 나와 제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술값-밥값의 일부를 양 씨가 지불한 게 맞지만 피해자는 나와 제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해당 사건을 취재해 보도하는 기자에게 “뒷감당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느냐”는 말도 했다. 법원의 재정신청 기각 결정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21일 전화했을 때 정 교수는 “통화하기 싫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정 교수는 받지 않았다.

양재훈 씨는 지난 21일 셜록과의 통화에서 “정지천 교수는 서민의 급소가 어딘지 알고 정확히 찌르는, 사법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데 도가 튼 사람”이라며 “정말 징글징글한 갑질 끝판왕”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정지천 교수는 요즘 MBC 라디오 ‘건강한 아침, 김초롱입니다’에 토요일-일요일 패널로 출연해 ‘생활 속의 한방’을 이야기하고 있다.

 

취재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그래픽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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