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어린이정원 ‘블랙리스트’ 사건이 국회를 뜨겁게 달궜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30일 전체회의에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장을 상대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사건 인권침해 진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송 위원장은 “여러 가지 인권적 관점에서 걱정되는 바가 있어 사실관계를 밝히고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답변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소셜미디어에 알렸던 시민단체 대표와, 그와 함께 당일 동행한 용산 주민 5명이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한 사실을 지난 8일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윤석열 색칠놀이’ 제보자들, 용산정원 출입금지 당했다>) 이후 셜록은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한 시민이 최소 23명이 추가로 더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보도했다.

황운하,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진교 의원(맨 왼쪽부터)이 8월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캡쳐

국회 운영위원회는 30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대한 결산심사를 실시했다. 이날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출석했다.

김은희 ‘온전한생태평화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이하 용산시민회의)’ 대표와 김수형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환경동아리 ‘푸름’ 대표 등 시민 24명은 지난 2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그리고 대통령경호처의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조치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셜록은 이들을 대리해 진정인으로 나섰다.(관련기사 : <[액션] 용산정원 ‘블랙리스트’ 시민들, 인권위 진정>)

이날 국회 운영위 의원들은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관련 인권침해 진정을 접수받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질의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중구)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김은희 용산시민회의 대표가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한 사건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황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도안을 갖고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걸 (김 대표가)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것인데, 이걸로 (용산어린이정원을) 출입금지한다는 건 인권위원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정치적 견해로 인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명백히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김은희 대표는 7월 22일 용산어린이정원을 방문했다. 김 대표는 특별전시의 일환으로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사진으로 찍고,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김 대표가 찍은 ‘색칠놀이’ 사진은 지난 7월 말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됐다. 많은 언론사가 해당 사진을 인용해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아동을 상대로 ‘대통령 우상화 교육’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후 8월 2일, 김 대표는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사실을 인지했다. 그와 함께 7월 22일 용산어린이정원을 출입한 용산 주민 5명도 출입을 거부당했다.

김은희 용산시민회의 대표는 지난 25일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조치에 대한 인권침해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했다. ⓒ셜록

황 의원은 용산어린이정원 특별전시를 주최한 대통령실을 상대로 강하게 질타했다.

“사안의 본질이, 대통령실이 갖고 있는 마인드가 공사 구분을 못하고, 권력을 사유화하는 발상에서 비롯된 겁니다. 용산어린이정원이 대통령 사유 재산입니까?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출입 제한할 수 있는 겁니까? (중략) 시대착오적인, 전체주의 국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차별행위에 대해 인권위의 철저한 조사를 당부드립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구남구을)도 “용산어린이정원 관람 거부자 목록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명단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누가 출입금지 처분을 했는지에 대해 국토교통부, 환경부, 대통령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자료요청을 했다”면서 “모두 ‘출입금지 처분을 한 적 없다’, ‘소관 업무가 아니’라는 식으로 답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를 두고 “출입금지를 당한 사람은 있는데, 출입금지를 한 사람은 없는 희한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7월 10일 ‘출입 제한 조항’을 신설해 이를 근거로 일부 시민들의 출입을 거부하고 있다. 용산 반환부지 임시개방구간 관람 규정 제5조(관람신청 및 입장) 6항은 “관련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예약신청 또는 현장접수를 받은 대상자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정 행위 혹은 특정 물품의 반입 금지를 명시한 게 아니라, 특정 ‘인물’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는 조항이다. 어떤 인물의 출입을 막겠다는 건지, 그 사유도 명확하게 적혀 있지 않다.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14일 “불법적인 행위가 확인된 당사자에 대해 대통령 경호·경비 및 군사시설 보호, 용산어린이정원의 안전 관리 등을 고려해 통제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들의 불법적인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8월 24일 방문 당시 용산어린이정원 특별전시 모습. ⓒ셜록

이 의원은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원의 출입을 거부당하는 건 헌법상 보장된 자유권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게 분명하다”면서 “절차와 내용상 위헌적 의사결정으로 보이는데,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조치가)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인권위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비례대표)도 “(용산 미군기지로 활용된 용산어린이정원은)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항의와 개선 요구가 줄기차게 있었고, 미국과 정화비용도 협의를 해야 하는데 현재 어떤 협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문제 때문에 (시민단체 대표가) 1인시위를 진행했는데, (대통령경호처에서) 범법 사실도 공지하지도 않고 용산어린이정원 출입 자체를 막는 건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질의를 받은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진정 요지에 의하면 여러 가지 인권적 관점에서 걱정되는 바가 있다“면서 “먼저 사실관계를 잘 밝히고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사건을 (담당부서에) 배당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셜록이 제기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진정 사건은 지난 28일 인권위 기획조사팀에 배정됐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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